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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평생을 어떻게 책임질까

개주인 |2016.07.14 14:58
조회 448 |추천 14
너를 만나게 된 것은 어떠한 계획에도 없는 일이었다.어느 무책임한 누군가가 너를 펫샵에서 샀고 키우기가 곤란해지자 내 자매에게 그냥 주었고,내 자매는 외로움에 키우다가 병치례하는 너를 나에게 맡기면서 만나게 되었다.화장실도 잘 가리지 못하고 매일 물건을 물어뜯어서 사고를 치는 강아지였지만,너는 너의 그 특유의 친근함과 귀여운 외모로 나를 살살 녹였다.아무리 혼을 내고 괴롭혀도 옆에 조용히 앉아 등을 부비던 너.너는 순식간의 우리집의 아들, 손자가 되었다.한 달에 멍 소리 한번 들어보기도 힘들 정도로 조용하고 아픈 주사를 놔도 몸부림이나 끙 소리도 내지 않았다.모르는 사람이라도 친근하게 눈을 맞추고 만져주면 꼬리 치며 좋아했을 정도로 순하고 사람을 좋아했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가려움이었다.병원에서도 아토피라고 해서 가끔 약을 먹이면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귀에서부터 털이 빠지더니 등 쪽에도 털이 빠지기 시작했다.그리고 몸에는 붉은 반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그래서 병원을 바꿔보았었다.그 병원에서도 피부병이라고 하면서 목욕을 자주 시키고 매일 약을 먹여야 한다고 했다.몇 달 정도는 긁는 게 줄어들었고, 편해진 듯 했다.그리고 너는 잠이 많아졌다.아직 일 년 조금 넘긴 너는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움직임이 많이 떨어졌다.집에 오면 제일 먼저 달려 나와 나에게 꼬리 치던 네가내가 와도 귀찮은 듯 고개만 들고 눈을 굴리며 나를 반겼다.그냥 사춘기가 지나서 차분해졌거니 했지만, 이런 날들이 많아져서 큰 병원으로 옮겼다.위독하단다.너를 분양해주던 펫샵에서는 작은 강아지의 수요를 채우기 위해 밥을 적게 주었고,그 때문에 어릴 때 영양분이 부족해 장기가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고 한다.집에서 키우기엔 너무 큰 너의 간은 작았고, 장도 좁았고, 폐도 작았다.거기에 매일 먹던 약이 네 몸을 해치고 있었다.
2살 남짓밖에 되지 않은 네가 벌써 관절염이 온 노인의 몸이 되었다.어릴 때는 밭도 갈 정도로 힘이 좋다던데 몸이 안 좋아서 종일 잠만 잔다고 한다.고칠 수는 없고 평생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고 했던 게 벌써 일년 전에 들었던 이야기였다.
2년, 나를 만난 지 일년,너에게 들어간 병원비만 해도 애완동물 가게에서 너를 팔았던 그 가격의 수십 배가 돼간다.그런데, 그 돈 수십 배 더 내도 너를 고칠 수가 없대.너의 평생 대략 17년을 가려움 속에서 혹은 아픈 몸속에서 살아야 한대.반은 나 때문이래.매일매일 쓴약이 싫어서 이리저리 도망다니던 너한테 약을 겨우겨우 먹이고 안심하던 어리석은내가 생각이나.말도 못하는 게, 낑낑대지도 않을 정도로 네가 순한 만큼 마음이 아파.어제는 뛰놀았다가도 오늘은 갑자기 아파서 병원을 다녀온 날,더운 날 탓에 지쳐서 눈만 꿈뻑거리는 두살의 너의 눈을 바라보면서 생각한다.너의 남은 날들을 어떻게 책임질까.
추천수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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