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익명 sns 상으로 고민 상담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특히 친구들, 왕따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봐왔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 "죽고싶어." 하는 말을 할 때 사람들은 "버텨줘서 고마워" 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하더라고요.
마음은 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 힘든 순간을 겪어낸 사람들을 향한 진심어린 위로라는 것도 충분히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 말이 위로로 해줄 말의 최선이 아니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이네요.
네. 짐작은 하시겠지만 저도 왕따를 당했습니다. 기분 나쁠 정도로 저를 놀리며 소문을 퍼뜨리는 남자애에게 반항하다 뺨도 맞아봤고, 수업하기 직전마다 책이 없어지거나 책을 꺼내기 위해 사물함을 열면 물에 젖거나 퐁퐁으로 뒤덮여있는 책들을 마주하던 날이 있었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자기 기분이 나쁘면 제 교복에 침을 뱉었고 사물함을 부쉈고 여자 아이들은 교칙 하나하나까지도 철저하게 지키던 저를 더럽게, 발랑 까진 문제아라는 식의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저는 7년을 그러고 살았습니다. 그 정도 당해 왔으면 너한테도 문제가 있다는 말? 수백번씩 듣고 살았습니다.
과연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느낄 최악의 감정은 무엇일까요? 우울? 슬픔? 자괴감?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바로 외로움입니다.
소외를 당했던 사람들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을 제일 힘들어합니다. 저처럼 긴 시간을 혼자 지내온 경우라면 익숙해져 그게 무뎌질 뿐 또 다시 외로움이 찾아오면 견디기 힘들죠.
극복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 잘 지낸다고 행복해 하는 사람들 중에 정말로 극복하고 버텨줘서 고맙다는 말의 그 "버팀" 이라는 것이 종결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미 피해자가 된 순간부터 "버팀" 현재 진행형입니다. 쉽게 벗어날 수가 없어요. 저도 대학에 와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버티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친구들도 날 떠나겠지. 또 나는 외로워지겠지" 하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는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죠.
왕따가 되었을 때, 따돌림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의 가장 큰 문제는 당장의 폭력과 구타로 인한 괴로움이 아닌 "함께 했던 시간이 없다는 것" 입니다. 그 시간이 짧은 사람들의 극복은 쉬운 편이지만, 길었던 사람들은 더 길어지기만 합니다. 없는 추억 속에서 생겼어야 할 공감대, 공감능력과 같은 공감이 없으니까요.
가해자들의 폭력, 구타 등은 신고를 할 수도, 전학을 가거나 해서 등등으로 피할 수 있고,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 극복을 하면 되지만, (물론 여러 사정상 피하지 않았다 해서 그것이 피해자의 잘못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방법이 있다는 것일뿐 해결책이 아니니까요. 이를 일시적 극복이라 하겠습니다.) 그것으로 얻은 일시적 극복은 우리같은 사람들(피해자들)에겐 그저 언제 깨버릴 지 모르는 달콤한 꿈과 같죠.
이런 일시적 극복으로 생긴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그저 상식적으로 이건 이렇게 라는 것이 없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알지 못하니까요.
마찬가지입니다. 위에서 말한 달콤한 꿈처럼 우린 언제 그 행복이 사라질까 아등바등하면서 버티며 살게 됩니다. 친구들이 날 버릴까봐 무섭고, 신경쓰이고... "버텨줘서 고마워"라는 말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한 편으로는 더 버티려고만 하게 됩니다. 충분히 어떤 마음으로 하는 말인지 알겠는데, 제 생각으론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힘 내"라는 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네요.
만일 여러분이 그런 사람의 친구라면, 단지 그 친구를 위해 기다려 주고 우린 이렇게 살았어 하는 것을 가르쳐주며 조언해 주세요. 강요하진 마시고요. 그리고 그 친구의 변화가 있으면 칭찬해 주고. 친구이지만 조금 모르는 게 많다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다려 주세요.
이미 그려진 스케치에 채색을 하는 것은 쉽지만 백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채색하는 일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입니다. 그 친구의 온전한 그림을 보고 싶다면 재촉하거나 그냥 안 볼래 하고 내팽개치지는 말아주세요.
그리고 익명으로 전하는 말로도, "많이 힘들었겠구나" 식의 공감을 전해주시거나 "이젠 그 친구들의 곁에서 편하게 지내.", "이젠 조금 쉬어갈 수 있겠구나"와 같은 "편하게" , "행복하게", "더는 애쓰지 말고", "쉬어" 라는 말이 더 위로가 될 수 있을 듯 하네요.
너무 제 개인적인 경험인지라, 모든 분들에게 공감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힘들게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만일 그대가 혼자라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생각하고 남들을 위해 애쓰지 마세요. 좋은 친구를 만났다면 그 친구들이 떠나갈까 불안해 하지 말고 편하게 그들과 어울리세요. 그리고 당신을 괴롭히려는 사람들이 있어도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버티지 않아도 돼요. 힘이 들면 울어도 되고, 마음 가는 대로 하며 여유를 가지고 쉬어요.
그런 당신의 휴식을 방해하는 사람들(가해자들)은 이 방의 이름처럼 개념 상실한 사람들입니다.
내가 쉬겠다는데 왜 자기들이 난리인 거냐고 따져도 되고 당당하셔도 됩니다.
그냥 똥입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요. 더러워서 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