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오늘 죽을 뻔 했습니다.

라카카 |2016.07.26 00:50
조회 148 |추천 1
아까 조금 소름돋는 일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실 지 궁금해서 처음으로 이런 곳에 글을 써 봅니다. 조금 길어요.



저는 버스로 출퇴근을 합니다. 여느 때처럼 6시에 퇴근해서 집에 갈려고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그런데 버스에 타자 문득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겁니다. 처음엔 고무 타는 냄새같아서 타이어가 녹았나 싶었어요. 날씨가 덥다 보니 그럴 수 있거든요. 먼저 타 계시던 분들도 별 말 없는 걸 보니 별 거 아닌가 싶었어요.

근데 아니었어요. 저는 왼쪽 제일 앞, 그러니까 기사님 뒤에 앉았었는데 상식적으로 차가 앞으로 달리고 있으면 바람 때문에 맨 앞사람이 냄새를 맡을 일이 없잖아요. 심지어 창문도 닫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이상하다 싶어 기사님한테 말했죠. '기사님 자꾸 이상한 냄새 안나세요?'라구요.
기사님도 이상하셨는지 잠깐 길가에 차를 대시고 내리셨죠. 저도 살피러 같이 내렸습니다.

타이어는 멀쩡했습니다. 근데 뒤쪽을 보니까 연기가 조금씩 나고 있더군요. 돌아가 보니 뒷 범퍼 아래쪽 깊은 곳에서 매캐한 연기가 나고 있었습니다. 기사님은 기술자랑 전화를 하시더군요. 잠깐 담배 한 대 피면서 보니까 그 기술자라는 사람이 '열을 조금 식혀서 가면 괜찮을 것이다' 라는 말을 했던 것 같았어요. 별로 믿어지진 않았지만 다음 버스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죠. 결국 버스는 잠시 후에 출발했습니다.

전 감이 좀 좋은 편입니다. 세 정거장인가 지났을까요, 순간 미친듯이 불안하더군요. 머릿속에서 지금 당장 내려야 한다고 경종을 울렸습니다. 정말 살면서 가장 심각했던 불안감이었어요. 잠시 안 나던 냄새도 다시 나기 시작하고 버스도 왠지 평소보다 훨씬 덜컹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이건 미친 짓이다 하고 생각했던 저는 바로 기사님한테 말했죠. 이거 많이 심각한 것 같은데 지금 당장 내릴거니까 차 세우라구요. 제가 그 말을 하자 갑자기 가만히 계시던 분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사님은 차를 갓길에 세우셨죠. 그리고 차가 멈추자마자 내린 저는 뒤를 살피러 갔어요.

딱 불만 안 붙은 정도였습니다. 회색의 매캐한 연기가 저 아래쪽부터 스며나오고 있었어요. 퇴근버스가 지옥행 버스였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이었습니다. 5분만 더 갔었으면 고스트라이더가 될 뻔 했었네요. 기사님은 그걸 보자마자 불 안난게 이상하다고 운행은 못하니까 다음 차를 타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저는 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그때는 다행이라는 생각에 그저 한숨 돌렸지만, 집에 와서 생각을 해 보니 문득 소름이 들더군요.
그 버스에 같이 탔던 1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아무도 이상함을 말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심지어 냄새를 못 맡은것도 아니었어요. 제가 기사님한테 이상하다고 말 하니까 그제서야 자기들도 냄새 맡고 있었다고, 이상하다고 하더군요. 만약 제가 그 버스에 타지 않았다면, 저도 사람들이 가만히 있으니까 '아, 별 거 아닌가' 하고 말았다면...

대구 지하철 참사가 떠올랐어요. 연기가 자욱한 열차 안에서 그저 가만히 앉아 있던 사람들.
'사람들이 안나가니까 상관없겠지' 라던가 '나 혼자 나간다고 설치면 좀 그렇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들 중 누군가 한 명이라도 빨리 문을 열고 나왔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군중 심리와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낀 하루였습니다.




글재주가 없어서 써놓고 보니 딱히 소름도 없고 재밌지도 않은 것 같네요. 하지만 저한테는 나름 심각한 일이었습니다. 바쁘실 텐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