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마리의 천사들에게 희망을...
천사들과의 숨가빴던 만남
스산한 날씨 속에 이상한 기운이 맴돌았습니다. 그 불안한 날씨를 뚫고 다급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번식장에서 고생만 하던 11마리의 천사들이 개장수에게 넘어갈 상황에 놓여졌다는 이야기에 하던 일을 멈추고 곧바로 이를 구조하러 나섰습니다.
조금만 늦어도 일생을 죽을 고비 통에 살아왔던 아이들이 소리없이 사라질 뻔한 순간이었습니다.
어설프게 낡은 장판으로 개장수에게 넘기려던 행보를 감춘 상황,
조용한 손길로 사진을 한장 찍을 수가 있었는데요.
장판으로 덮인 케이지 안에는 여린 생명들이 힘을 잃은듯 슬픈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구조하러 나선 낯선 걸음소리에 반가움 반, 두려움 반으로 울던 아이들... 몇 번이고 간곡한 부탁을 했습니다. 그 부탁 끝에 번식업자는 생각을 고쳐 나천사로 구조할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곧이어 뜨겁게 달궈진 케이지의 닫힌 문이 열리고 번식업자는 차례대로 한 아이씩 넘겨주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시작된 아이들의 삶
그 순간의 손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의 목을 강제로 큰 손으로 움켜잡아서 들어올리던 모습. 그 모습에 다급하게 다가가 아이를 꼬옥 안아 구조차로 옮겨 실었습니다.
그 험한 손길에 익숙한듯 아이들은 작은 소리조차 내질 않았습니다. 그 손길을 세뇌 당하듯 살아왔을 아이들, 또 한번 가슴이 무너지던 순간이었습니다.
모두 옮겨 실은 후에야 아이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했습니다. 그 끔찍한 곳에서 벗어나는 길, 아이들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검은 공기 속에 숨겨진 번식장 실내를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달리는 자동차 밖으로 보이는 모습에 창문을 신기하듯 보던 아이들.
11마리의 천사들이 좁은 구조차를 가득 메운 상황에서 볼일을 보지 못한 아이들이 볼일을 보았고, 몇년을 찌들었을지 모를 그 곳 공기에 아이들 몸에서도 악취가 났지만, 해맑은 아이들 표정에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지울 수 없는 아픔의 흔적
나천사에 도착하여 먼저 남아 세 아이와 여아 여덟 아이를 분리했습니다. 쉴새 없이 움직임을 이어가던 아이들...
아마도 쇠창살이 날카롭던 뜬장만을 밟아오던 발걸음에 가득히 포만감을 주던 마당에 행복했겠지요.그제서야 몇 아이들은 경계를 풀어주었고, 안심해도 될 곳임을 인지한 듯 했습니다.
하지만 구조 후에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이미 만원 상태인 나천사에 아이들이 어울려 살아갈려면 남아 세아이의 중성화 수술이 시급했습니다.
세아이를 데리고 또 바쁜 걸음을 옮겨야 했습니다.
그리고 찾은 병원에서는 아이들의 생식기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모습을 보며 수도없이 오랫동안 이용당해왔던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고통의 세월, 이렇게 아이들의 몸을 망쳐버렸습니다.
몸을 넘어 마음의 경계심까지...
여아들의 경우, 더 잔혹한 흔적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번식장에서는 출산을 넘어 그 출산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잔혹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한 아이는 생식기 밑부분을 날카로운 것으로 마취도 없이 잘라낸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수도 없는 출산은 유선종양을 만들었고, 번식장의 오랫동안 오염된 공기는 호흡계를 넘어 아이들의 눈까지도 망가뜨려 놓은 상태였습니다.
이런 아픔이 지독하게 남은 아이들은 마음마저도 상처로 뒤덮여 그 경계심을 넘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픔이 만든 경계심은 구석을 찾게 했고, 두려움의 눈동자를 만들었습니다.
인간이 지배해버린 지난 날 때문에 또다시 긴 시간동안 마음의 짐을 덜어내야 하는 아이들을 마주할때마다 큰 아픔을 느낄 수 밖에 없는데요.
아이들이 밝게 웃을 수 있도록...
구조된 아이들 중에서도 코카스파니엘인 '카카'는 조금만 늦었어도 살이 썩어 들어갔을 상황이었습니다.
철갑처럼 뒤엉킨 털들, 귀주위를 뒤덮은 검은 자국들, 비단 귀 뿐만이 아닌 그 자국은 아이 몸 전체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발가락 사이사이마다 곪아서 피가 나고, 고름이 나오던 '카카'
더 늦기 전에 만날 수 있었단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그 고통에 찌든 카카의 몸에 털을 밀어냈습니다. 그리고 드러난 이곳저곳에 아픔의 흔적들, 카카는 별 힘없이 땅만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 속에서 아이의 고통스러웠던 세월을 잠시 느낄 수 있었는데요.
고통과 험한 손길, 슬픔만을 간직하고 살아왔습니다. 여리디 여린 아이들이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