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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같은 것이다

ㅌㅅ글 보고 갑자기 드는 생각이 이거야
분명 아이돌은 이미지를 파는 직업이 맞아 그래서 카메라로만 보는 애들의 모습이 진짜 애들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겠지 물론 그렇다고 생각해 맞아 그게 현실이고 그게 맞아

가끔씩 그런 생각해
나는 애들을 너무나 잘 아는데
애들이 언제 어느 방송에서 무엇을 했고 무슨 말을 했는지 속속들이 알고
노래를 들으면서 애들 목소리를 구분해 내고
사진이 뜰 때마다 환호하면서 너무 행복하고 기쁘고 좋고
영상 하나 뜨면 몇 번이고 돌려보고 봤던 영상이라도 또 보면 즐겁고 또 보면 이전에 못 봤던 거 캐치하면서 좋아하고
애들은 나를 알아주기나 하나
내 목소리 모르고 내 얼굴 모르고 내 키 모르고 내 나이 모르고 내 이름 모르고 내 혈액형 모르고 내 생일 모르고
그저 많은 팬들 중에 고마운 하나의 팬으로서만 남는다는 게 가끔은 허탈하기도 하고 어떨때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알아주지도 않는데 나 혼자 사랑 퍼 주는 것 같고 아무리 영상마다 팬서비스가 넘치고 팬사랑이 눈에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게 백프로 진실일지 아닐지 스스로도 확신을 못해
그리고 더 속상한 건 아무리 애들을 잘 안다고 해도
애들이 연애를 할까 애들 어렸을 때 어땠을까 학창시절이 어땠을까 지금은 뭐하고 있을까 가끔씩 짹짹이가 안 올라오면 불안하고 뭐 하고 있을까 걱정하고
결국 애들도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할텐데 내가 애들이랑 연애하고 결혼할 게 아닌데
그러면 안 된다는 거 알면서도 남자로 보일 때도 있고 애들이랑 사귀면 어떨까 망상도 해 보고
친구들한테 장난 반으로 빅히트에서 청소부로 일할 거라고 말도 해 보고
카메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 진짜일까 애들의 진짜 모습이 이게 맞을까

그래도 어느 정도 선을 두면서 팬질하려고 나름 노력중인데
'얘들은 너 몰라' 라는 말 한마디에 괜히 울적해지는 거 간신히 추스르려고 봤던 영상 사진 또 보고 있고
나는 왜 데뷔팬이 아닐까 연습생 팬이 아닐까 애들 연습생때는 짹짹이 답장도 해 줬던데 부럽다
제일 쓰잘데기 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에 괜히 발끈도 해 보고
이러저러 팬질한다는 게 나름 외롭기도 해
더군다나 우리 팬덤이 어디가서 반김을 받을 팬덤은 아니니까(우리 잘못이라는 게 아니라 병크가 그만큼 컸어서)
쉽게 누구 팬이다 말하고 다니기도 나름 껄끄럽고
그냥 외롭다 외로워

그래도 이 팬질을 계속하는 건,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
내가 애들을 보면서 웃고 있으니까
봐도봐도 행복하고 애들 웃음 하나에 눈물이 나고 애들이 울면 내가 더 서럽고 애들이 아프면 내가 더 힘들고 대신 아파주고 싶고
남이 보면 한심하고 못나 보일지 몰라도 애들한테 줘 버린 감정이 너무나도 커서
사랑한다고 매일 말해주고 싶으니까
나를 이만큼이나 행복하게 해 주는 일곱명이니까
애들이 아무리 나를 몰라준다고 해도 애들에게 나를 알아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하는 팬질이 아니니까
부모님이 아무리 반대하는 앨범도 몰래몰래 용돈 모아 사고 스밍 돌리고
그러다 걸려서 뒤지게 혼나도 기쁘고 애들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냥 그걸로 됐다는 생각이 드니까
애들을 볼 때 드는 감정이 '행복' 이라면 그걸로 된거야
적어도 내가 행복한 행동을 하고 있다면 나에게 낭비는 아닌 거니까 내 인생에서 소중한 애들인 거니까
그게 보답이 돌아오지 않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냥 나는 계속해서 여느때와 같이 애들만 보고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지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늘 끝낸다
추천수4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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