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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 얘기 한 번 들어주라.

되게 이기적인건 아는데 아까 여기서 가정학대 얘기하는 데 나만 기분이 좀 그렇더라.

다들 아빠한테 맞고 살았어 이런 얘기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부러웠어.

난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아빠 친구가 아빠 돈 들고 튀어서 이혼하고 따로 살았고 지금은 일년에 3번정도 얼굴은 보는 것 같아. 내 주변에도 가끔씩 부모님 관련해서 고민 털어놓는 애들 있는데 그럴 때도 그냥 난 같이 산다는 거 자체가 너무 부러웠어. 여기서 나오는 가정학대 얘기도 그랬고.. 사실 부러우면 안되는 거잖아 맞지?

그리고  그렇게 엄마아빠가 이혼하고 따로살게 되면서 내가 장녀다보니까 내가 지닌 책임감의 무게가 좀 더 커졌어. 어렸을 때부터 난 공부를 곧잘 했고 지금도 솔직히 말하면 특목고 다니면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어. 그렇게 되다 보니까 난 어렸을 때부터 내가 집안을 살려야한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듣고 자랐고 스트레스도 엄청 받았던 것 같아.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난 중학교때부터 우울증을 앓기 시작한 것 같고 요즘 들어서 더 심해졌어. 그냥 숨쉬기만 해도 죽는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다른 친구들이 야자가 끝나고 12시, 1시에 잠이 들때 나 혼자 룸메이트들이 자기만을 기다리다가 새벽 3시, 4시까지 울다 잔게 하루 이틀이 아니야.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성격은 아니지만 친구관계나 내 자신의 감정 문제 때문에 너무 불안했고 내 삶에 안정을 찾을 수 없었어.

중학교 3학년 초에 시작했던 연기가 내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 같더라. 평소 받던 우울증도 나아지는 것 같았고 내가 현실에서 겪을 수 없는 것들을 겪으니까 아무리 팀 전체가 기합을 받고 욕을 먹어도 다 좋았어. 연기 자체도 너무 즐거웠고 칭찬을 받는 것들도 너무 좋았거든. 근데 위에서도 말했지만 난 아무 생각 없이 선생님이 써보라고 한 특목고에 지원을 하게 됐고 조금씩 연기와 멀어질 수 밖에 없었어. 난 특목고를 준비했어야 하니까. 집안을 내가 일으켜세워야 하니까. 연기를 하면 안되냐고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긍정일리가 없지. 그렇게 내 인생에서의 첫번째 행복이 떠나갔어.

그러다가 중학교 때 우연히 엑소 팬이 되었고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 엑소가 너무 좋아졌어. 우연히 올해 엑솔루션 닷 때부터 친구 티켓팅을 도와주면서 연석을 잡았고 피켓팅이라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티켓팅 자체를 시도할 생각도 없었던 나에게 티켓이 생겨버리니까 너무 궁금해서 한번 갔었어. 그 때 생각보다 자리도 되게 잘 되서 1층 좌석 2열을 갔다와버리고 그러다보니까 진짜 너무 좋은거야ㅋㅋ 내 삶의 행복이 이건가 싶었고 엑소가 내 삶의 비상구같은 느낌이었어.

그러니까 이번 엑소디움도 포기할 수가 없더라. 한 번 맛을 보니까 끊을 수가 없는 거야. 하늘이 그걸 알았는지 이번에는 너무 운이 좋게 1층 1열이 되버렸어. 진짜 너무 행복했어. 내가 티켓팅을 한 지 얼마 안되서 잘 모르는 걸수도 있지만 티켓팅을 한 날이랑 공연 날이랑 텀이 너무 먼거야. 그래서 콘서트 날짜가 언제 올 지 기대하고 있었는데 중간에 너무 시련이 많더라. 친구 관계에서 받는 상처들이 너무 많았어. 애들은 다 장난이라고 하겠지만 우울증을 앓고 자존감이 매우 없던 나에게는 자퇴를 고민할 정도로 너무 큰 가시들이었거든. 정말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고 우울증이 더 심해진 것 같아. 그 때마다 매번 했던 생각들이 '이번 콘서트만 갔다가 죽자' 딱 이거였어. 그냥 내 삶의 목표도 없었고 4시간 정도의 행복을 위해서만 살았던 것 같아. 콘서트 당일이 되었고 시작 전부터 정말 너무 떨렸어. 콘서트 시작 전에 틀어주는 영상들 볼 때부터 내가 이미 행복해졌었나봐. 그게 몸에 다 드러나더라고. 손부터 타고 얼굴까지 정말 근육들이 저려서 내가 행복한 걸 알았어. 이게 내 인생에서의 정말 최대의 행복같더라. 진짜 난 엑소가 아니면 안될 것 같았어. 그렇게 콘서트를 정말 행복하게 보고 나오는데 갑자기 허무하더라. 이젠 내가 뭘 보고 가야할 지 막막했어. 내겐 이제 남은 게 아무것도 없었거든. 콘서트같은 일정도 내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거든.

다시 행복해지고 싶어서 엑소 사진을 찾아보고 영상을 찾아봐도 내게 오는 건 정말 현실의 나 뿐이더라. 웃는 엑소를 봐도 '얘네는 자기 하고싶은거 하면서 돈도 벌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얼마나 좋을까'하는 부정적인 생각밖에는 안 들더라. 엑소를 엑소 그 자체로 보지 못하게 된거지. 그리고 잠깐이나마 행복했던 나도 다시 우울의 감정으로 들어서면서 '행복'이라는 감정이 나와 어울리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 사실 지금도 난 너무 불안해. 내가 언제 없어질지 모르겠어. 그래서 지금도 다른 사람들이 내 존재를 자꾸 언급할 때마다 걱정이 돼. 난 그렇게 큰 존재가 아닌데 내게 관심을 가지는 게 어색해. 이젠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지금의 나는 부모님이 이혼해서 사회배려자인 상태에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존재밖에는 안 되는 것 같아서. 사실 지금의 나에게 존재라는 말을 쓰는 것도 너무 과한 것 같아. 난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내가 다 껴안고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다른 사람들은 불행이라는 걸 모르고 행복한 감정만을 알면서 살았으면 해.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이 불행을 나에게 줘버리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너무 말에 두서도 없었고 글에 하려고 하는 얘기가 너무 많네.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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