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망상글] 웃어봐
w.훈이야달려라
"야, 웃어봐."
"... ..."
"웃어봐, 어? 한번만 웃어봐."
"싫어."
몇번째야? 몇번째냐고! 이녀석은 나만 보면 떠오르는 말이 이거 밖에 없는거야? 전생에 남웃는걸 못 보고 살았나, 왜 맨날 웃으라고 하는건데?
그닥 친하지 않는 남자애다. 우리반에서 가장 하얗고 코와 턱선이 날렵하고 눈이 작다. 그닥 평범해 보이는 얼굴인데, 이상하게 은근 인기가 많다. 저런놈이 뭐가 좋다는건지 도저히 이해할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번해에 처음으로 같은 반이 된 남자애다. 이름은 김성규다. 성규야, 성규야. 이름 하나는 입에 착착 잘 달라붙는다. 하지만, 난 저자식 이름 따위 부르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상한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자식은 미친놈이다. 김성규와 같은 반이 되어 처음으로 같은 모둠을 했다. 의자를 돌려서 모둠 활동을 할 때, 이녀석이 내 앞이였다. 그런데, 날 보자마자 꺼낸 말이 바로 '야, 웃어봐' 였다. 그때 이후로 언제 어디서든 나만 보면 이 소리밖에 안한다. 아주 그냥 짜증난다. 뭔 이런 새끼가 다 있나 하고 말이다. 그저 내게 김성규라는 놈은 남웃는거 보는게 취미인 미친놈으로 내 머리에 저장하고 있다.
"야, ㅇㅇㅇ 웃어 봐."
"... ...."
점심시간, 난 교무실에 들리고 친구들은 급식실에 먼저 내려갔다. 급하게 교무실에서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고 나와 얼른 급식실로 향하는 도중 복도에서 김성규와 마주쳤다. 모두 급식실을 가고 아무도 없는 복도 이녀석은 얼른 급식실에 안내려가고 왜 여기 있는거야? 역시나, 또 웃어보란다. 도대체 나한테 왜이러는거야? 다른사람들한테도 그러는거면 조금 이해가 간다만, 왜 나한테만 이렇게 내 웃는 모습을 집착하는거야? 속을 알 수 없는 놈이다.
"너, 왜 자꾸 나한테 웃어 보라는거야?"
"그냥."
"그냥? 그냥이 어디있어? 왜 자꾸 나만보면 그 소리 밖에 안하냐고!"
"보고싶으니깐."
"... ..."
왜? 그러니깐 도대체 왜? 이유가 없는거야? 답답하다. 나도 자존심이 센건지 그냥 한번 웃어주면 끝날텐데 고집 부리면서 보여주지 않는다. 그냥 억지로 웃어보라고 하면 뭔가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어린애처럼 계속 고집 부린것같다. 항상 짜증나서 그냥 대충 흘겨보고 말았던 김성규 얼굴이 자세히 보인다. 진짜 얼굴도 작고 턱선도 베일것같다. 코도 그냥 보면 성형한것같아. 진짜 아쉬운게 눈만 컸으면 어떻게 진짜 잘생겼을텐데 라고 세삼 느껴진다. 피부도 여자처럼 하얗다. 이제 보니깐 눈 빼고 다 부럽다. 입술도 내 입술은 틴트를 발라야 생기가 도는데 이녀석은 립밤도 안바른다던데 뭔 입술이 이렇게 생기가 돌고 예쁜지 모르겠다. 얘는 하나하나 짚어서 보면 다 좋은것같긴 한데 성격이 영 아닌것같단 말이다. 뭐, 그게 매력일수도 있는거고..지금 보니깐 김성규를 이렇게 자세히 관찰하는건 처음이다. 쭉 찢어진 눈이 여우같다. 아주 그냥 심술쟁이 여우말이다. 그렇게 둘이 말 없이 한참을 보다가 그래, 너가 질것같지는 않다. 끝까지 넌 이 행동을 계속 할테니깐 말이다. 그냥 내가 한번 꼬리 내리지 뭐, 그럼 더 이상 안할테니깐.
헛기침을 몇번을 하고 고개를 푹 숙인다. 웃는게 이렇게 어려운건가 막상 하려니깐 긴장된다. 뭐야, ㅇㅇㅇ.
고개를 들고 김성규를 보며 활짝 웃는다. 그런 나를 보고 당황 했는지 약간 눈이 커지면서 날 가만히 본다. 그리고는 갑자기 팔을 들어 내 얼굴을 자기 손바닥으로 가려버린다. 아니, 지금 뭐하는거야?
"이제 됐..아! 야 뭐하는.."
"... ..."
"... ..."
살짝 펼처진 손가락 사이로 김성규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오른쪽으로 확 돌려버린다. 그리고 보였다. 김성규의 빨개진 귀를 말이다. 그리고는 몇초 지나 손을 떼고는 다시 날 보고는 뭔가 할말이 있는 듯, 오밀조밀 입술을 움직인다. 그리고는 입을 떼 말하고는 한 손으로 내 머리를 헝클어트린다.
"..갑자기 훅 들어오면 어떡하냐.."
"사람 떨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