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고마워 내 첫사람.

첫사람 |2016.09.01 00:30
조회 812 |추천 1

안녕 잘지내?

 

 

2014년 9월.

가을과 함께 너를 만났어.

첫데이트에 둘다 떨린다고 밥도 제대로 못먹고 손까지 떨리던 내가 생각난다.

이상하게도 너와의 시작은 유난히 더 설레고 풋풋했던것 같아.

너와의 시간들, 주고받는 카톡 하나하나가 소중했고 너도 첫연애할때의 기분이라며 신기해했지.

긴 연애를 해본적이 없던 너는 처음 생일을 챙겨준 여자친구도, 1년 기념일을 챙겨본것도 내가 처음이되었네.

 

 

우린 650일을 만났고

내일이면 우리 헤어진지 벌써 두달이야.

우리에겐 시작과도 같았던 영화를 손꼭잡고 울면서 보고

영화관 비상계단에 앉아서 펑펑울면서 자기가 헤어지자 해놓고 잡을까봐 무섭다며 울던 너.

그럴땐 망설이지말고 연락하라는 내게 그건 너무 이기적이라고 하며 울던 너.

바보같이 기다리지않을테니 몇년이 지나든 후회되면 연락하라고 손가락을 내미는 날보며

또 울면서 이거 약속하고나면 정말 끝일것같다고 울던 너..

눈물이많고 마음이 여리던 넌데 우린 마지막에도 울고말았네.

그렇게 우리는 올해 여름 첫번째로 재난문자가 오던날 폭우속에서 헤어졌어.

만신창이로 한달, 그나마 조금 나아진 만신창이로 또 한달을 보냈어.

 

 

한달동안은 연락도 엄청해보고 이제정말 안한다고했다가 또해보고

너가 이렇게 쉽지 돌아올거였다면 헤어지자고 하지도 않았을텐데 말야.

바보같다는걸 알면서도 널 힘들게해서 미안해.

 

 

내가 이렇게 두달을 보내는 동안 너는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더라.

하필 그 사실을 나는 니생일날 알게됐지.

친구들이랑 여행계획 짜느라 정신없어하는중에 샌들이 상태가 안좋다던 너에게

이번 생일선물은 샌들사주면 되겠다고 하니 무지 신나하던 모습이 떠오르더라.

여행날짜가 생일에 겹치지않는다고 내가 무척이나 좋아했었는데

그날 친구에게서 받은 사진속에 너는 새여자친구가 찍어준 사진속에서 너무 예쁘게 웃고있는거있지?

 

 

우리 헤어질때 둘다 많이울었고 아프게 헤어졌기 때문에

아니라고 아닐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나 솔직히 눈치가 있었다?

너때문에 나까지 즐겨하게된 게임있잖아. 닉네임이 엄마인 널보고 나는 아빠라고 했었지.

헤어진 뒤에도 게임친구를 못끊고있던 나였는데

어느날인가 부터 친구들이 아닌 다른사람이랑 게임을 하고있다는 느낌을 받았었어.

그게 지금 너의 여자친구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

우리 만나면서 서로 모르는게 별로 없었잖아.

우리가 헤어지기전에 마지막으로 내가 너한테 화냈던날.

그이유가 그애였고 그날 나는 그애가 너한테 마음이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

그만큼 너는 나한테 모든일이 솔직했고 우린 서로에게 비밀이 없었던것 같아.

 

 

나솔직히 그날 많이 울었어.

이제 조금 괜찮아 졌었는데. 이제겨우 안울수 있게됐었는데

주변사람들한테 헤어졌다는 얘기도 제대로 못하고 인스타에 사진도 지우지 못했었는데

그날 인스타에있던 사진을 다지웠고, 지갑에 넣고다니던 우리사진도 뺐어.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내가 여자친구 행세를 하고다니면 안되는거니까..

친구에게서 받은 생일날 사진이 여자애가 올린거고 너는 타임라인에서 숨겨놨다는걸 알고

나는 그냥 너를 이해하기로 했어.

나랑 헤어지고 많이 아팠을텐데 너도 힘들었을텐데 그애가 니옆에 있어줘서 덜 힘들었겠구나

눈물이 많은 니가, 헤어지자고 해놓고도 내내 울던 니가. 더이상 아프지않아 다행이라고.

나정말 등신같지?

 

 

헤어진후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하면서 내가 너를 정말 많이좋아했다는걸 느꼈어.

니가 여자친구 생긴 사실을 내 주변사람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날보면서 말야.

오랜시간을 함께했고 나는 너를 잘 알지만

너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널 욕할게 뻔했으니까.

나한테 최고의 남자였던 니가 내 주변사람들한테 안좋은 이미지로 남게될까봐 무서웠어.

그렇다고 구구절절 설명하기엔 내가 너무 지쳐버렸고..

 

 

중학교때부터 진짜 좋아하는사람이 생기면 불러주고싶었던 노래가 있었다던 너는

100일되던날 동전노래방에서 그노래를 부르면서 울었었지.

날 만나면서 처음느껴보는 감정을 많이 느꼈다던 너였고 내가 첫사람이라던 너야.

첫사랑의 편지한장을 나에게 들켰던 너였지만,

첫사랑보다 첫사람이 된게 나는 더 특별하고 행복했어.

근데 헤어지고 생각해보니 너도 나한테 첫사랑은 아니지만 첫사람은 맞는것 같아.

 

 

내가 나이가 3살이나 많아서 현실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고

연상임에도 나이에비해 여리던 나를 너는 많이 안쓰러워했고 지켜주고싶다고 했었지.

너는 나에게 과하다싶을만큼 솔직했지만 나는 그런 너라서 참 좋았다.

 

 

돌직구로 상처를 줄때도 있었지만

그것보단 데이트 내내 사랑스럽게 날 봐주다가 집 가는길 오늘 예뻤다고

수줍게 말해주던 니가 더많이 떠올라.

 

 

아무도 모르는 숨어있는 내모습을 처음으로 알아봐주고 안쓰러워해주고 위로해준 너였는데

만날수록 너도 나를 많이 닮았다는걸 알게됐고 나 또한 그런 니가 안쓰러웠어.

많이 사랑하면서도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안쓰럽기도..

내가 더 좋은사람이 되고싶어졌던것 같아.

이렇게 복잡하고 많은 감정이 들었던 사람은 니가 처음이었고 앞으로 또있을까 싶다.

 

 

내가 편지받는걸 좋아했는데도 넌 자주 써주지 않았지만

가끔씩 기념일에 못쓰는 글씨 열심히써가며 평소에 하지않았던 얘기들로 날 감동시켰던 너.

그마음, 그내용을 잊고싶지않다고 주기전에 꼭 핸드폰으로 사진찍어 남겨놓던 너.

 

 

너 일쉬는 월요일마다 너네집에서 편한옷입고 뒹굴거리던 그 시간들이 나는 아직도 그립다.

서로를 많이 아는만큼 서로에게 솔직했고 숨길게 없었던 우리의 모습이 그립다.

1년넘게 우리 만나면서 원주로 학교를 다녔던 너라서

금요일에 터미널에서 만나 한참동안 아무말없이 껴안고만 있었던 그때도 그립다.

수요일마다 내가 널보러 갔을때 너무나 행복해하고 고마워하던 니모습도 그립다.

나때문에 행복해졌다고 행복하다고 말해주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헤어지고나서 니가 나에게 했던 말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슬픈말은 이거야.

"내가 너보다 3살이 많았으면 어땠을까?"

니가 이런 생각하면서 나한테 미안해하고 힘들어했을걸 생각하니까 지금도 눈물이난다.

니가 나보다 3살이 많았다면, 아니면 우리가 20대 후반이었다면 좀 달랐을까?

 

 

내가 너네 가족에게 받았던 사랑만큼 나는 너에게 주지못했던게 항상 마음에 걸려.

우리엄마한테 인정받지 못한다고 속상해했던 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너랑 헤어지고 만난 어머니는 우리가 헤어졌음에도 여전히 정말 멋지시더라.

진심어린 조언도 많이 해주셨고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셨고 응원해주셨고

니가 날만날때 솔직했고 진심이었던 모습들까지 말씀해 주셨어.

 

 

고마워. 부족한것 투성이였던 나를 그렇게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줘서.

1년쯤 만났을때 내 가치를 너무 늦게 알게된것 같다고 했었지만

너한테 나는 싸우고싶지 않을만큼, 헤어지고싶지 않을만큼 소중한 사람이었다는걸 알아.

니가 지금 다른 사람을 만나고있다는 이유로 그 기억들이 사라지는건 아니니까 괜찮아.

 

 

나는 여전히 너한테 미련이 남았고, 여전히 니가 보고싶지만

어쨌거나 우린 서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

너무힘들지만 좋아하는마음이 커서 헤어지고싶지않다고 몇번이나 말했을만큼

우리둘다 많이 노력했잖아 그치? 

우리가 지치고 너가 나보다 먼저 지쳤던 이유에는 물론 둘다 조금씩 원인이 있었을거야.

헤어진 이유를 내탓으로도 니탓으로도 돌리지 않을거야.

 

 

헤어지고 내가 찾아가서 힘들어할까봐였는지

우리가 자주가던 카페도, 동전노래방 부스도 다 사라져버렸네.

 

 

우리가 처음만났던 9월이야.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이왔는데

니가 다른사람과 나랑 갔던 곳을 갈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힘들어.

 

 

우리 헤어지던날 약속했던것처럼 언젠가 너한테 연락오는 날이 올까?

나 만나는동안 많이 아파했던 너라 후회되도 안돌아올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우리가 좋아했던 드라마 연애의 발견처럼

정말 인연이라면 언젠간 다시 만날거라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고있을게.

다시만나면 그땐 아림이들 얄짤없어 각오해.

 

 

그래도 가끔은 내 흔적이 남아있는 곳에서 날 떠올려줬음 좋겠다.

누구눈치도 보지않고 나는 내마음가는대로 가능한만큼 널 기다려볼거야.

내가 미련이 없어지더라도 나는 꼭한번 너를 만나서 말해주고 싶어.

내가 이만큼 너를 많이 좋아했었다고.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