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선 I was car..였던 남자임을 밝힙니다.
3월 초에 글 하나 쓰고 헤다판 딱 끊었는데
얼마 전에 얼탱이 없는 얘기를 듣고 찝찝한 마음에 다시 찾아왔어요.
오래 전 헤어진 사람 이제 남보다도 못한 사람 얘기 주변에 해봤자
아직도 못잊었냐는 소리나 들을 것 같아서 ㅎㅎ.. 오늘도 여기서 푸념 좀 하다 갈게요.
만나서 이별을 통보 받은 날
분노와 배신감보다는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해서 돌아오지 않았나 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안쓰러울 정도로 바보같죠 ㅋㅋ..
한 달을 밤새 헤다판에서 연락왔다는 글, 재회했다는 글 보며 희망고문하고,
슬픈노래 하나 꽂혀서 무한반복하고, 해가 슬금슬금 떠오르면 두세시간 자다 일어나서 출근하고
그동안 참아왔던 추태를 맘껏 뽐내기 시작했어요.
(프사랑 페북 인스타 사진은 만난 다음날 싹 다 지워져 있었어요. 진작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서..)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찌질발랄한 밤을 보내고 아침에 세수를 하는데 코피가 났어요.
휴지 한 칸 뜯어서 거울보며 코를 막는데 눈에 띄게 초췌해진 제 모습이 너무 불쌍해보였어요.
정말 최선을 다했고 더 노력할 게 없는데 왜 계속 미련을 둬야하나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군요.
또 결정적인 이유는 저랑 전여자친구가 CC라 서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주변에서 계속 전여자친구가 저에게 많이 미안해하고 자기가 나쁜ㄴ이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는 게 자연스럽게 제 귀로 들어오는데 그게 너무 싫었어요.
돌아올 생각도 없으면서 괜히 저만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았거든요.
이 두 상황이 겹쳐지면서 이러면 나만 손해겠구나 하며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
이전에 아파하던 시간들이 하룻 밤 꿈처럼 순식간에 다 무의미해졌어요.
그 때 부터 다시 제 자신을 사랑하고 가꾸기 시작했어요.
푸념글 하나 남기고 헤다판은 얼씬도 안했고,
손 놨던 공부도 다시 하고 집중 안되면 게임 좀 하다 오고,
혼자 대충대충 운동하다가 아니다 싶어서 전부터 해보고 싶던 스포츠도 3개월 뙇 끊었어요.
뭔가 새롭게 배운다는 점도 좋았지만 사람들을 사귀면서 밝은 모습을 많이 되찾아 좋았어요.
그리고 밤에 혼자 궁상떠느니 그냥 친구들한테 연락 돌려서 만나서 놀았어요.
쓸 데 없는 생각에 잠 못자서 피곤한 것 보다 신나게 노느라 다음 날 피곤한 게 조금 더 낫잖아요?
그렇게 생활패턴도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자연스럽게 전여자친구 생각도 줄어들면서
5개월 넘게 평화로운 나날이 유지됐어요.
쓰다보니 서론이 엄청 길어졌네요;; 이제 그 얼탱이 없는 이별의 진실을 얘기 해볼게요.
얼마 전 친한 후배랑 저녁약속이 있었어요.
후배는 제가 생각할 시간을 가졌을 때 전여자친구가 일하는 곳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어요.
저녁먹고 간단하게 맥주 마시는데 조심스럽게 저에게 얘기하더라구요.
전여자친구가 회사에서 모집한 서포터즈 중 한명과 썸타고 있었대요.
회사 사람들이 둘 사이에 분위기가 묘하다 했지만 여자친구는 아니라며 손사래 쳤대요.
하지만 후배와 둘이 얘기할 때 그 남자한테 호감이 있다고 털어놨고
그 사람이 서포터즈 끝나면 유럽으로 가는데 자기도 공부할 겸 같이 나갈 생각도 했다더군요.
후배는 전여자친구와도 언니 동생하며 잘 따르던 사이라
저랑 완전히 정리 하고 그런 얘기를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좋게 타일렀지만
저도 좋은 사람인 걸 알고 자기를 기다려주는 게 너무 미안하다고만 했답니다.
그리고 전여자친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저를 불러 이별 통보를 했고요.
그동안 단순히 권태로 인한 이별인 줄 알았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니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주변사람들에게 앞뒤 설명없이 자기가 나쁜ㄴ이다 말했던 것도,
끝까지 저한테 그러한 사실을 숨긴 것도 새롭게(?) 이해했습니다.
전여자친구는 둘만 아는 비밀로 부쳤지만 아무래도 이건 말해줘야할 것 같았다는 후배에게
그동안 둘 사이에 휘말려서 맘고생하느라 고생했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전여자친구에게 더 정 떼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고맙다고 했고요.
전여자친구와 그 남자는 썸에서 끝났다고 합니다.
여자친구는 회사 그만두고 곧 유럽여행을 간다고 하더라구요.
두서없이 쭉 끄적이니까 속은 조금 후련하네요.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또 심란해져서 여기 또 온 것 보면 다 잊지 못했나봅니다.
뭐, 완전히 잊혀지는 게 어딨겠어요. 그냥 흐릿해지고 무뎌지는 거겠죠.
여자친구 욕은 안할렵니다. 그런 사람을 잠시마나 기다린 제가 누워서 침뱉는 꼴이니까요.
영원할 것 같은 행복이 끝이 났듯이 저와 여러분의 아픔과 기다림에도 분명 끝이 있어요.
하루 빨리 이겨내길 기도할게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