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가 대학을 꿈꾸며 수능을 다시 공부했을 때
넌 스무살 성인이 되었고 대학에 떨어졌다.
1년후 난 내가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갔고
넌 독일로 유학을 간다고 했다.
너 귀국할 때까지 난 기다린다고 말했고
넌 7년 정도 있을 거라고 말했지.
난 학부 석사 총 7년 공부하며 기다리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네가 출국을 한 후
난 1년 넘게 매일 편지를 썼다.
내가 편지를 쓴지 400일이 지났을 무렵,
즉 네가 출국한지 400일이 지났을 무렵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너의 친구로부터 들었고
난 편지 쓰던 펜을 내려놓았다.
우린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고
일방적으로 내가 좋아했던 사이였기에
난 아무 말 할 수 없었고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신앙심이 깊은 너였다.
그래서 신앙이 없는 더군다나 소통도 매끄럽지 않은 외국 남자 옆에 있는 너를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른 뒤
넌 7년 후에 귀국했고
몸이 떨어진 너의 남자는 다른 여자를 만났고
그래서 네가 힘들다는 소식을 접했지.
400일 넘게 썼던 편지는 주지 못한채
난 네가 공부했던 독일로 유학왔다.
여기 와보니 널 이해하겠더라.
지구 반대편에 홀로 있다보니 외로웠고
그래서 서로 의지가 됐고
그래서 사귀게됐나보다.
신앙이 있든 없든 소통이 매끄럽든 아니든.
무더운 8월, 너의 발자취를 따라 잠시 드레스덴에 왔다.
네가 공부했던 독일 드레스덴.
드레스덴에 와서 네가 어떻게 어디서 무엇을 했을지 상상에 잠겼었다. 너를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생각이 잘 안 나더라.
그리고 난 다시 드레스덴을 떠나 내 처소로 왔고
유학생활이 외로워질 때면
가끔 네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생각하게 된다.
네가 유학중이었을 땐
하림의 출국을 들으면 네 생각이 났다.
너무나 보고싶었고 너무나 그리웠다.
그런데 내가 유학중인 지금
하림의 출국을 들으면 너보다 나의 사랑하는 부모님이 생각난다.
다행히도.
너보다 부모님이 너무 보고싶고 너무 그립다.
다행이다.
그 노래를 들어도 이제
네가 날 사랑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도 네가 생각나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