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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형

J |2016.09.29 00:32
조회 11,831 |추천 45
너라는 사람을 만나며
너라는 사람이 너무 좋아져서, 너가 날 너무 좋아해서, 다른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평생 나를 사랑하며 내 옆에 있어줄 것처럼 말했던
넌, 내가 모르게 지쳐갔다.
그래, 처음엔 내가 나쁘고, 내가 잘못했고,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평생토록 내손은 니손을 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너가 내손을 놓게 만든것 같아서 죽을거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결국 내손을 놓은건 내가 아니라 너라는걸 깨달았다.

내 행동이 잘못됐다는것을 미친듯이 반성하고 깨달았지만,
어쩌면 너도 나도 그만큼 사랑하지 못한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죽을것만 같았던 시간이 몇달 지나갔다.

너를 매주 못보면 난 죽는줄 알았는데, 난 너무나 잘 살고 있다.
밥도 잘먹고, 안하던 운동도 하고, 좋은 인맥이 만들어지고, 발전해가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너를 만나 연애하는동안,
내게 넌 어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존재였다.
그런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나니, 나에게 지친 너는 다른사람에게 충분히 흔들렸을거라는게 이해되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했지만, 너가 날 떠난게 그냥 이해되었다.

그래, 아직 난 널 생각한다.
널 만나며 2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엄청난 시간인지 알았다.
서로 열렬하게 사랑했던 우리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미치도록 잔인하고 무서운 시간이라는걸 뼈저리게 알았다.

너와 함께 걷던 그때가 좋았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사실 그랬다.
너와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옆에 있기만해도 좋았다고 말할수는 없어도, 너와 쌓는 추억 하나하나가 난 소중하고 귀중했다.
난 너가 나와 같은 생각이길 바랐고, 그게 내욕심이었다는걸 안다.
그런데 슬프게도 내겐 사랑이었다.

먼 거리를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와주던 너가 좋았다.
달려가서 안기면 언제든 꼭 안아주던 너의 모습이,
멀리서 두팔을 벌리며 나에게 달려오던 너의 모습이,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몰라도 너의 시야에 들어오는 날 보면 밝게 웃던 너의 모습이,
기억력만은 바보같이 좋은 나는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아마 잊을 순 없겠지.

현관문을 열때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때마다, 퇴근하고 집에 갈때마다, 횡단보도를 건널때마다, 집앞벤치를 지나갈때마다, 너의 모습을 찾곤한다. 아니 찾곤했다.

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넌 없다고, 이제 내인생에 넌 없다고 수십번 수백번을 말하고 되새겼다.
그런데
너와 같이 갔던 곳이 아닌 곳을 가기엔 너무 갈 곳이 없다.
너와 같이 했던 것이 아닌걸 하기엔 너무 할 것이 없다.
너와 같이 먹은 것이 아닌걸 먹기엔 너무 먹을 것이 없다.

그래도
내가 살 수 있던건, 너도 나와 같을테니까.
너가 날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너도 많을테니까.

하지만 너에게 돌아와달라고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왜냐면, 너가 날 사랑한 정도와 크기를 알았으니까.
너가 뱉은 말에 대한 너의 책임감과 의리를 알았으니까.
'평생','영원히','결혼','사랑해'... 이런 말들에 대한 너의 책임감을 알았으니까.
우리 서로 사랑한 시간과 행동... 그 모든 말, 손짓, 몸짓에 대한 너의 진정성을 알았으니까.

이런말을 하는 내가 웃기거나 미워도,
대신 난 너와 손잡고 함께 걷던 거리, 둘이 마주보며 함께 밥 먹던 곳, 여러 이야기를 하며 함께 웃던 곳, 달려가서 안겼던 곳, 함께 버스타던곳, 같이 영화보던 곳, 같이 쇼핑하던 곳, 함께 타던 차, 너가 남겨두고 간 물건들과 흔적들, 그 속에서 이 악물고 버텼고 앞으로도 버텨야하잖아.

여러 말 써내려갔지만,
결국 내가 너에겐 딱 이정도였음을 깨닫고 있다.
내가 너에게 소중했던 정도와 크기,
너도 나에게 마찬가지일거고.

이제 그만 써야겠다.
넌 이 글을 안보겠지만 그냥 쓰고 싶었어.
마지막으로, 이 글에서 내내 너라고 해서 미안 오빠.
과거형은 괜찮지? 사랑했어, 오빠.
추천수45
반대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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