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에게 내 여름 그 자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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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2 02:28
조회 389 |추천 1
넌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여기서 직접적인 호칭(언니, 누나 등)을 언급하면 이게 우리 이야기인게 너무 뻔해질까봐 그냥 너라고 부를게.넌 내 여름이었고, 2016년이 끝을 향하고 올해의 겨울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바라봤을 때 짧았던 가을도 너로 가득했어. 그리고 아마 넌 내 겨울까지 차지해버리겠지. 우리가 헤어진지 이제 한달을 넘어가. 전에 만났던 사람들로 인해 사람에 대한 신뢰가 바닥난 상태에서 너를 만났고, 그런 나에게 넌 알 수 없는 믿음을 줬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를 믿고 싶었고, 그래서 나는 너에게 내 모든 믿음을 줬어. 처음 너와 만났을 때의 설렘, 전공 특성상 마냥 부드럽기만 할 수는 없지만 나에겐 그 누구의 손보다도 따뜻하고 부드러웠던 너의 손을 처음 잡았을 때 내가 느꼈던 그 떨림, 네가 나에게 목소리가 예쁘다고 해줬을 때 내 입가에 고였던 미소, 처음으로 내 귀에 대고 좋아한다고 말해줬을 때 내가 느꼈던 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은 아직도 내 기억속에 남아있어.네가 너무 좋았어. 누구보다도 너를 믿었고,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줄 수 있을 것 같았어. 내가 처음 꽃을 사주면서 사귀자고 했을 때 꽃을 받아들던 네 표정이 너무 예뻐서 난 또 너에게 꽃을 선물해줬고, 이후 꽃집을 지나갈 때마다 네 생각이 나서 다음에 만날 때 줘야지 하고 미리 예쁜 꽃을 봐두기도 했었어. 전날 술자리가 있었던 날이면 혹시라도 숙취로 힘들어하진 않을까 숙취에 좋은 것들을 검색해서 내가 사다줄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사다줬고, 함께 다닐 때면 행여 네가 힘들어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항상 너에게 힘들진 않냐고 물어보기도 했었어. 내가 서투른 부분이 있어서 네가 그런 부분을 말해주면 나는 나로 인해 네가 속상해 했을까봐, 너의 마음 속에 고민거리가 생겼을 까봐 조마조마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네가 말한 부분들을 고치려고 노력했어. 그만큼 나에게 넌 항상 내 우선순위의 가장 상단을 차지하고 있었어.그러다가 갑자기 넌 나에게 이별을 말했지, 전에 만났던 사람이 자꾸 생각난다고.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어. 우린 아무 문제 없었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지. 장난을 치는 줄 알았지만, 곧 장난이 아님을 알았었지. 내 모든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 나는 너로 가득한데, 그런 네가 이제 내 옆에 있지 않다는 사실은 나를 너무 공허하게 만들어버렸어. 이해가 가지 않았고, 슬펐고, 네가 미웠어. 그러다 곧 널 이해해버렸고, 미웠던 감정도 잠시 또다시 나는 널 찾고 있었어. 나는 너를 기다리겠다고 했고, 넌 그 사람을 잊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고 기다리지 말라고 했지. 그러면서도 너는 나에게 나를 향한 마음이 식은 게 아니라며 희망을 줬어. 물론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난 지금도 그때 그 말을 생각하며 자꾸 나 자신에게 일말의 희망을 안겨주곤 해. 신기한 건 네가 미웠던 날, 너에게 화가 났던 날을 하루밖에 되지 않았어. 믿기 힘들겠지만, 그 때 이후로는 지금까지도 마냥 네가 좋을 뿐이야. 물론 헤어지고 나서 한 달 동안 여기에 말한 내용보다 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난 우리 사이에 있었던 마지막 연락에 대해서만 언급을 하고 넘어가는 걸로 할게, 그걸로 우리의 모든 연락이 정리됐으니까.오늘로부터 거의 딱 일주일 전이었나, 막연하게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었던 나는 너에게 물어봤었지, 그 사람을 다 잊으면 나에게 연락을 해줄 마음은 있느냐고, 나에게 남아있는 감정이 있긴 하냐고. 그리고 넌 할 일에 치여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고, 아마 앞으로는 더 줄어들 거라고 얘기했어, 기다리지 말라고.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희망이 한순간에 허공으로 부서졌고, 그날 나는 무너졌어. 몇 달만에 처음으로 엉엉 울었어. 한 번 상처를 받은 이후로 절대 사람 때문에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내가, 그 다짐을 결국 깨버렸어. 그렇게 눈이 물에 젖은 채로 잠이 들고 나서는, 슬프지도 않았어. 아무렇지 않았어.근데 또 몇 일이 지나니까 네가 좋더라. 네 생각이 나고 네 생각을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난 웃고 있더라.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너의 사진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혼자서 미소짓고 있더라. 네가 나에게 준 상처는 커녕 너와 관련된 나쁜 기억은 생각도 나지 않고, 너로 인해 행복했던 기억, 너와 내가 함께였던 기억만 남아서 또 나에게 미소만 안겨주고 있더라. 자꾸 카카오톡에서 네 이름을 찾으며 네 프로필을 염탐하고 있는 나 자신이, 그런 일들을 겪고도 너를 마냥 좋아하고 있는 내가 너무 찌질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어서 너를 미워해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 했어. 근데 사람 마음이 또 신기한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잖아, 결국 또 난 너를 생각하면 설레. 지금도 그래. 바뀐 네 프사를 보며 드는 생각은 예쁘다는 생각뿐이야. 그리고 또 다시 너와의 기억들을 추억하며 혼자 미소를 짓지. 이젠 이 모든 것들이 일상이 되어버렸어. 나중에 혹시라도 너와 내가 다시 웃으며 볼 수 있게 된다면,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어떨지 상상하며 횅복해 하는 것도, SNS에 올라오는 네 사진을 보며 혼자 미소 짓는 것도, 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상이 되어버린거야. 그만큼 너를 좋아했고, 너를 좋아해. 그리고 아마 한동안은 너를 좋아하겠지. 네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내가 찌질해보이고 한심해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다리지 말라고 했는데도 멍청하게 혼자 좋아하고 앉아있고. 그렇지만 하나는 알아줬으면 해, 나는 너를 기다리는게 아니야. 잊기 위해 최선을 다 했고,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네가 너무 좋아서, 너를 너무 믿었기에. 그리고 너는 내 첫사랑이기에. 너를 한 번이라도 다시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이걸 꼭 물어보고 싶었어. 그때 넌 왜 나에게 나를 향한 마음은 변치 않았다고 했는지, 너도 나만큼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긴 했는지. 그리고, 너를 이토록 소중히 생각하는 나에 대해서는 그 동안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지.그래도 나를 너무 한심하게만 바라보지는 말아줬으면 해. 그저 새벽 감성에 젖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끄적여본 글일 뿐, 너에게 매달리려는 의도는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