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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학원 강사 2년만에 남학생한테 고백 받았어요

영어학원강사 |2016.10.17 16:24
조회 2,963 |추천 5


저는 지금 영어학원에서 고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강사입니다.


학원 강사님들은, 아니 누군가를 가르쳐보신 분들은 다들 공감 하실 거에요.

내 수업을 잘 들어주고 잘 따라오는 애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고 더 관심을 주게되는 것을요... 사실  차별하면 안되는데...그래도 사람이 그렇더라구요.

 


평소에 제 수업을 잘 들어주는 고2 반 남학생이 있었는데....일단 그 전에


제가 요즘 살 뺀다고 필라테스 수강해놔서 맨날 파스 붙이고 살았는데, 그럼 애들이 막 파스냄새 나니까 창문 열라고 그러면 깔깔 거리고 분위기도 좋아져서 수업 시간에 할 말 없으면 그 드립 엄청 쳤거든요.

 


두 번째 직장인데, 애들이 모두 착하고 편해져서 재밌게 하고 있었어요.
남친이랑 싸운 얘기같은 것두 다하구.... 그런데 그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어느날 평소에 제 수업을 경청하던 남학생이 수업끝나고 물어볼게 있다고 시간좀 내어달라더군요...
그래서 저는 수업중에 궁금한게 있나보다라고 생각하며 기특해하고 있었죠...
수업 끝나고 애들이 교실에서 하나둘씩 빠져나가는 동안 문제집이랑 이것저것 들고오더라구요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 없었어요, 선생님으로써 뭐가 궁금한걸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죠
솔직히 제 수업 끝나고 질문하는 애들 너무 없어서 약간 스트레스였거든요.. 내가 잘 못 가르치나? 싶어서요....

 

그런데 책은 그냥 앞 책상에 내려놓더니 그 다른 이것저것들을 쭈뼛쭈뼛 올려놓더라구요? ;

당황해서 "...이게 뭐야?" 라고 물어 봤어요. 왜냐하면 누가봐도 편지봉투처럼 생긴 봉투가 하나 있더라구요.

 

순간 생각이 되게 많아졌어요.... 반 배치 관련된 촌지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설마....설마 사랑고백?... 민망하지만 잠시 그런 생각도 스쳐가긴 했어요.

 

물어봐도 말이 없길래 "말을 해야 내가 받던지 말던지 하지."하고 좀 단호박으로 말했더니

그냥 선생님 생각이 나서 주고 싶었다고....
나중에 꼭 나중에 집에 가셔서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들었던 것 같아요.

 

뉘앙스가 그 '설마설마' 느낌이잖아요? 되게 심경이 복잡해지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일단은 모르는 척 "짜식 뭐 이런걸 주냐고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넘어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발연기 같기도 해서 이불 뻥뻥 차네요....

 

그리고 집에 와서 상자를 열어보는데 자생크림이더라구요, 여자들 많이 쓰는 화장품..
남자애가 이런 건 어떻게 알았지? 싶어서 기특하기도 하고 좋은 화장품이라 순간 혹하는 마음도 있었는데(잠깐 미쳤었나봐요..) 어쨌거나 부담스러운 마음이 크더라구요.. 학생한테 받았으니..

 

나이차이 거의 띠동갑인데...얘는 갈 길이 구만리인데....하여간 미쳐가지고 별 생각 다했어요

그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편지를 읽었는데

 

선생님, 선생님 수업은 정말 즐겁게 잘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조심스럽게 드릴 말씀이 있네요,
첫날부터 강렬했던 그 냄새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파스냄새.... 첫날만 그럴줄 알았는데 종종 수업에 너무 냄새가 심하더라구요...
그래도 몸매 관리는 중요하니까 필라테스는 계속 하실거고, 그럼 파스냄새도 계속 날것 같아서..
수업은 너무 좋은데 가끔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민망해하실까봐 쉽게 말씀을 못드렸는데 이렇게 편지로 전합니다.
선물은 항상 열심히 강의해주시는 선생님께 드리는 제 작은 성의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아....
아 파스 냄새가 정말 싫었나보구나....
하..... 괜히 민망하고 멋쩍어져서 크림이나 발라볼까!
이러고 크림을 짜서 얼굴에 발랐는데 뭔가 후끈후끈해지는거에요, 저 예민한 피부도 아닌데...;;

그래서 화장품이 뭐가 잘못됐나? 싶어서

(순간 얘가 일부러 유통기한 지난거 준건 아니겠지..? 내가 싫어서…?! 이런 생각도 듦..)


포장지를 다시 살펴봤는데
'샤워 후 마사지 하듯 바르세요 (어깨, 허리, 무릎, 팔, 발목, 종아리)'


이렇게 되어있는 거에요, 그래서 뭐지? 내가 아는 자생크림은 얼굴에 바르는 건데.....
좀 찜찜해서 제품명 검색해봤는데 글쎄 파스인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ㅋㅋㅋㅋ진짴ㅋㅋㅋㅋㅋ 남자들 진짜 일차원인거 있죠?

파스냄새가 나니까 냄새 안나는 파스를 사줬어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멋쩍어서 준 선물인줄로만 알았는뎈ㅋㅋㅋㅋㅋ

 

자생MSM 42 크림 이렇게 되어있길래 당연히 자생 크림인줄 알았는데.....
자생이 자생크림의 자생이 아니라 회사 이름이 자생.......하.......
어쩐지.... 내가 아는 자생크림은 영양크림이라 보통 화장품 케이스안에 담겨져 있는데
이건 튜브형이라 특이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냥 피지오겔 같은건 줄 알았어요.......
심지어 이거 냄새 안나는 파스라고.......^^........
앞으로 이거 바르고 나오란 소리인가.....ㅎㅎㅎ......

 

첨엔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그런거 상상하면서 수업시간에 얘를 어찌볼지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얘를 보고도 어떻게 화를 참아낼지가 걱정이네요...^^
혹시 친구들하고 짜고 몰카 그런거 하는건 아니겠죠?
알고보니 제 뒷담화 엄청한다던지...... 소심쟁이라 별 생각 다 들어요....휴.....
어제 일요일 보충특강 때 있던 일이고 이제 애들 하교시간 다 되가네요....

그냥 잊어버리고 평점심을 유지하는게 최고겠죠....하....파스...

근래 들어 가장 기막혔던 일이라 적어봅니다...^^

 

 


추천수5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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