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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는 네 시간도 허전하기를

ㅇㅇ |2016.11.03 03:20
조회 624 |추천 1
서로를 채우던 우리의 시간.
아무것도 바랄 것 없이 서로에게 힘이 됐던 그 날들.

이제 네가 없으니,
나는 술 취한 밤에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 투정을 부리고
집에 잘 들어갔냐고는 누가 걱정해주며
내 무뚝뚝한 삐죽거림에 누가 웃어주니.
자존감을 낮추던 사람들 틈에 끼여 모진 말을 들은 날이면 누가 나를 치켜세워주니.
커피나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엔 누구를 부르니.
다들 잠든 새벽에 잠이 안오면 누구한테 말을 걸어보고
누가 내 대화를 받아줘서 몇 시간이고 쓸데없는 말들로 웃겨주니.
같이 술을 마시는 날에 누가 우리의 시간을 가사로 써주고
누가 자기 가사를 나한테 보여주며 어떠냐 묻겠니.
비오는 날, 버스에 앉아 좋은 노래를 듣고 싶을 때 누가 수개의 곡을 추천해주겠어.
버스정류장을 지나쳐 우리 집 근처 정류장까지 누가 바래다주고
누가 우리집에 오고싶어하고 궁금해하겠니.
도서관에서 자리를 고를 때 누가 자기 옆에 앉으라고 징징거리고
아침에 빨리 오라고 전화를 해대겠니.
내가 유난히 우울했던 밤에 연락하지 않았다고 누가 서운해하니.
자기 친구들과 모이는 자리에 나를 누가 데려가 소개시켜주고
생애 처음 해보는 사적인 여행을 가겠니.
아빠 돌아가셨단 소식에 누가 지 친구들까지 데리고 문상오고
다른 사람들한테 연락해 내게 위로를 건내게 하겠니.
누가 내가 입으면 예쁠 스타일을 수십분동안 열변하고
내가 예뻤던 순간을 수십분동안 묘사해주겠니.

우리가 연인으로 만나지 않았어도
나눌 수 있던 많은 마음들. 수많은 장면들.
나는 그래서 너를 잃어 슬픈가봐.
너를 잃고,
아주 많은 기억을 다시는 할 수 없을 일로 구분해야해서.

내가 없는 너는,
무작정 술을 마시고 싶은 날 누가 강남까지 그 새벽에 나가서 너를 만나주고
심심한 밤에 대화하고 놀자 하면 몇 시간 편한 얘기를 늘어놓을 수 있겠니.
문득 시험 공부 열심히 하라고 누가 문자를 해주고
커피를 마시고 싶은 날에 학원 앞까지 가서 말동무 해주니.
술에 취하고 싶은 날에 누가 네 앞에서 동이 틀때까지 같이 마셔주겠어.
네 가사가 너무 좋다고, 이건 이런 느낌이다 저건 저렇다 누가 말해주니.
도서관 오라고 짜증내면 시간 맞춰 꼬박 가고
옆자리 앉으라 하면 앉고, 누가 그렇게 말을 잘 듣겠어.
네 친구들과 어울려 잘 놀면서 여행도 덥석 잘 가는 편한 친구가 누가 있고
틱틱대도 속마음이 다 보이는 친구가 누가 있겠어.
네가 마음대로 행동해서 당황스럽더라도 묵묵히 받아주고
나중에 풀릴 네 어리광들을 누가 예쁘게 봐주겠어.
자긴 배가 불러도 니가 먹고 싶어 하는 걸 다 시켜주고
틱틱대긴 해도 결국 니가 원하는 걸 들어주겠어, 누가.

너도 내가 없을 허전함을,
나만큼만 느끼기를 바라고 있어.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 없이 줬던 정성만큼은 네 마음에 빈자리로 남기를.
내가 보였던 진심어린 행동들 중에 몇가지 만이라도
네가 다시는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기를.
우리가 채웠던 그 시간들에서
서로에게 서로가 빠져버린 지금.
그 빈자리의 크기가 둘 다에게 같을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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