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니가 갖고 내가 갖지 못한 것
시작 부터 꼬이는 것은 경주에게는 늘 있는 일이었다.
아무리 김교수와 이교수가 원해도 이 학교에서 버틸 수 있을지 경주는 자신이 없어졌다. 시시껄렁한 녀석이 들러 붙어서 이런저런 소리를 해대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지경이 오면 경주는 지난번처럼 그들을 또한번 곤란하게 만들지 모르는 일이었다.
복도에 침을 뱉고 교실로 들어가려는 경주의 뒤로 일도의 목소리가 또 신경을 건드렸다.
" 그래, 첫날 부터 너무 방황하면 안되지. 들어가서 수업듣고 수업 끝나면 얘기하자. 난 너랑 친해지고 싶어 몸이 다 근질 거린다. 새끼 노려보기는, 친해지자 쫌!"
일도는 경주의 어깨를 한번 치고 손을 들어보이곤 옆반 교실로 들어가 버렸다.
경주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생각했다.
여지껏 일도같이 신경을 거슬리는 녀석은 없었다.
날카롭게 신경이 선 경주의 표정을 아이들을 흘끔 거리며 누구하나 말 붙여 오는 녀석은 없었다.
선생들도 입시 훈련을 시키느라 경주를 신경쓰기 보다 조용한 태도에 만족하는 듯 보였다.
모든 수업이 끝난 오후 경주는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야자를 하는 아이들을 빼고 나름대로 입시 준비에 바쁜 아이들이 일어서서 갈 준비들을 하고 있었다.
경주는 들어야 할 훈시가 있었으므로 교무실 쪽을 가다 뒤를 돌아 봤지만 일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경주는 교무실에서 선생의 훈시를 묵묵히 들었다.
수업 중 잠시 나간일에 대한 잔소리와 장황하게도 늘어 놓는 훈시를 듣고 있으면서
경주는 참을성 있게 서 있었다.
경주의 담임 바로 옆 자리에 앉아 있는 나이 지긋한 선생은 웃음 띤 얼굴로 경주와 그런 담임에 모습을 바라보곤 누군가를 향해 큰 소리로 말을 했다.
"야 일도야 빨리 좀 와라. 선생님이 부르면 어서어서 와야지."
경주는 교무실 바닥에 꽂힌 시선을 들어 다가오는 일도의 얼굴을 봤다.
얼굴에 웃음이 만연한 녀석은 자신의 담임 선생 앞에 서서 말했다.
" 청소가 안 끝나서요. 화장실 청소에 이제 선수가 되야 하는데 냄새에는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선생님."
일도에 넉살에 머리가 희긋한 선생은 웃으며 말했다.
"녀석아, 그러게 수업 작작 빼먹고 좀 앉아 있기라도 해 . 그럼 화장실에 대한 면죄부를 주마."
장난스러운 그들이 대화가 신경이 쓰여 경주는 자신의 담임의 얘기를 흘려 버리고 있었다.
" ......알았냐고. 알았냐 김경주!" 선생의 고함에 경주는 담임을 바라보았다.
" 예, 조심하겠습니다." 경주는 가벼운 목례를 한 후 일도를 한번 바라 보았다.
일도와 머리 흰 선생은 계속 웃음 띤 얼굴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 웃기는 녀석이군.' 찡긋 거리는 일도를 무시한 체 경주는 급히 교무실을 빠져 나왔다. 삼삼 오 짝을 지어 하교하는 아이들 속에 경주는 혼자 였다.
이런 것에 신경 쓰고 살아 온 적 없는 경주는 오늘 따라 모든 것이 다 거슬렸다.
교문 앞에는 이교수의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 다니면 사고 친다는 것과 일류대는 아니여도 2번째 클라스 대학정도는 가줘야 체면이 선다는 이교수가 마련한 특별 수업을 위해 기다리도록 한 것 이었다.
경주가 차에 오르려는 순간 일도의 손이 경주의 팔을 잡았다.
" 야 약속한 것 잊었냐? 우리 얘기 좀 하기로 했잖아?"
일도가 잡은 순간 묘한 안도감을 느끼던 자신이 혐오 스러워 거세게 팔을 뿌리치며 경주가 말했다.
" 약속한 적 없어."
일도는 여전히 웃음 띤 표정으로 말했다.
" 야 친구끼리 이러면 쓰나. 그러지 말고 내가 한턱 낼 께. 이런 기회 없다. 내 주머니에서 돈 세는 적 한번도 없거든. 특별히 쏘는 거니까 그만 사양하고 가자."
장난기가 가득한 웃음을 띠며 천연덕스럽게 경주의 옷자락을 잡고 흔들어 대는 일도를 한 참을 바라보던 경주는 기사에게 말했다.
" 먼저 가세요. 선생님께는 수업에는 늦지 않게 도착 하겠다고 말씀드려 주세요."
기사는 당혹 스러운 얼굴로 " 교수님이 꼭..."
" 늦지 않을께요. 먼저 가세요."
경주와 일도를 번갈아 쳐다보곤 기사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차에 올랐다.
경주는 이 늘어 붙는 녀석을 확실히 떼어 버려야 조용하게 지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 확실하게 해야 돼'
신이 난 표정으로 " 가자 확실히 쏘마" 일도는 앞서서 걷기 시작했다.
학교 앞 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라 먼저 뒷 자리를 찾아 낸 일도는 경주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경주는 그런 일도를 무시하고 손잡이를 잡고 서자, 일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고는 경주 옆에서 섰다.
버스가 일도가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동안 일도는 쉬지 않고 떠들어 댔지만 경주는 한번도 대꾸하지 않은 체 서 있었다.
경주의 그런 태도를 아랑 곳 하지 않고 "....야 쟤 진짜 짱이다. 봐봐! 자씩아 죽이잖아!" 일도는 쉴 사이 없이 떠들어 대면 정말 친한 또래 친구처럼 경주를 툭툭 거리면서 신이나 있었다.
경주는 점점 짜증이 났지만 다시 이런 짓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참고 들어주고 있었다.
일도는 굳은 표정에 경주는 신경 쓰이지 않는 듯 여전히 떠들어 대다가 부저를 누르며 급하게 경주를 치면서 내리는 곳으로 이끌었다.
"야 큰일날 뻔 했다. 어서 내려.!"
경주가 일도를 따라 내린 곳은 지은지 오래 되어 보이는 연립 주택 상가 앞 이었다.
일도는 상가 건물 중 한 슈퍼로 들어가 음식들을 사기 시작했다.
" 야 너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있냐?" 우두커니 서 있는 경주를 향해 일도가 말을 건냈지만 대답 없는 경주의 태도에 찡긋 웃고는 계산을 했다.
경주는 어서 이 늘어 붙는 녀석에게 조용히 얘기 할 곳으로 가고 싶을 뿐 이었다.
그런 경주의 마음 아는 듯 일도는 외진 길을 한참 가더니 한참 언덕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미처 보지 못했지만 오래된 연립 주택가 뒤에는 빽빽한 시레트 집들이 산위에 모여 있었다.
경주는 갑자기 백지장이 된 얼굴로 서 있다가 앞서가는 일도의 뒤를 따랐다.
일도는 익숙한 길을 걸으면서 코 노래를 흥얼 거리고 있었다.
점점 더 백지장 같은 얼굴로 경주는 일도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잠시 후 중턱 정도에 오르자 일도는 지붕에 앉힌 시레트가 주저 앉은 한 집으로 들어 갔다.
일도는 집으로 들어가자 마자 부엌에 휴대용 가스버너에 물을 올렸다.
고추장을 풀고 양념을 넣은 후 끓는 물에 떡볶이 떡과 오뎅등을 넣으며 일도는 코 노래를 흥얼 거리며 마당에 서 있는 경주는 신경도 쓰지 않은 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한 참 후 일도는 뿌듯하다는 얼굴로 냄비를 들고 마당에 놓인 평상에 앉았다.
" 야 앉어. 이 집 무너 질 까봐 걱정인가 본데.그럼 여기 앉아서 먹자. 우리 엄마가 내가 만든 떡볶이는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구급차 못 부른다고 했어. 먹느라고 정신없어서 큭!"
자신의 농담이 재미있다는 듯 일도는 즐거운 표정으로 경주의 손을 잡아 끌고 평상에 앉혔다.
경주는 멍한 표정으로 앉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한 일도를 바라 보았다.
" 후회하기 전에 어서 젓가락 들고 달라 붙어. 어서!"
일도는 경주에 손에 젓가락을 쥐어 주었다.
경주는 맛있게 먹어대는 일도를 젓가락을 손에 쥔 체 보고만 있었다.
금새 다 먹어 치 운 일도가 " 야 진짜, 평생 올까 말까 한 기회 놓쳤다. 꺼억! 배부르다. 자 이것 치우고 좋은데 갈까?"
일도는 안됬다는 표정으로 경주를 바라보다 경주의 손에 쥐어 줬더 젓가락을 뺏어 냄비를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설거지를 마친 일도는 두손을 마주 쥐고 앉아 있는 경주를 툭 쳤다.
"야 일어서! 좋은데 가자!"
일도는 대문을 나서면서 힘이 나는 듯 경주의 어깨를 감싸 안고 좁은 길을 성큼성큼 내려왔다.
다시 연립 주택 앞 상가 길이 나오자 경주의 어깨를 놓고 일도는 앞서갔다.
술집이 즐비한 한 골목길로 들어서자 일도는 다시 뒤쳐진 경주를 잡아 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