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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내 첫사랑

asdf1218 |2016.11.20 00:15
조회 1,924 |추천 12

네 얼굴만 보면 하고 싶던 수천가지의 말을,

결국 마주보면서 내 목소리로 말하고 싶었던 그 말들을

네가 평생 보지 않을 이 판에 늘어놓는다.   

 

 

 

 

이틀 전에 수능이 끝났다

끝남과 동시에 내 기대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입시때문에 나에게 관심 없었을거라 생각하며

수능이 끝나고서 페이스북만 들락날락거렸다   

 

 

 

이틀이 지난 지금,결국 예상하던 결말이다

너는 단지 관심이 없어서 반응이 없었을 뿐이었다

연락했을거였으면 진작에 했겠지

호감은 연락으로 이어진다는 말은

나에겐 예외적일거라 위로하며 기다렸지만

넌 어제도 내 앞에 없었고 오늘도 없고 내일도 없을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사랑은 정말로 첫눈에 반한 사랑이다

널 처음 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니 잊을 수가 없다

고등학교 첫 입학 후 전혀 기대치 않았던 장학금을 받게 되어

단상에 올라가서 전교생을 보고 인사하는 순간

네가 내 눈동자에 들어왔다 그 순간 네가 내 마음에도 들어왔다

그토록 받고 싶어하던 장학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네가 나에게 한번은 눈길을 줬을거란 생각에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머지않아 내가 너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름 석 자도 몰라 한참을 여기저기에 물어보고 다녔다

특별한 이름은 아니었지만 나에겐 이미 특별하게 새겨졌다

학년도 몰라서 알아보았다

난 새내기였지만

넌 곧 졸업인 수험생이었다

 

 

 

 

 

 

너를 만나고부터 처음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예술을 한다던 널 따라 나도 전통음악이 좋아졌다

무관심했던 것들에 나도 어느새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고 있었다

급식소에 혹여나 몇 초 마주칠까 몇 십분동안 화장을 하고

스쳐지나갈까 섬유 향수도 뿌렸다

일부러 더 눈에 띄게 행동하고,눈이라도 마주치는 날이면

관심없는 척하기도 했다

 

 

 

 

 

 

더 이상 나만 아는 사랑을 하기 싫어서 티를 내야지 싶었다

부끄럽고 쑥스럽기도해서 친구들에게 몇 번 음료수를 전해주었다

그러다 먹을 걸 가득 들고 직접 전해주던 그 날,

먹구름이 끼고 곧 비가 내렸다

 

 

 

 

 

 

너무 많이 줘서 부담스럽다는 말을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부담스러웠던걸까

단지 정말로 주는 게 부담스러웠던걸까

'그래,내가 그 때는 너무 많이 줘서 그랬던 걸꺼야'라고 합리화해보지만

나도 안다

많이 해주는 나에 비해 마음이 없는 너는 나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서

부담스러웠다는 걸.

 

 

 

 

너는 내가 부담스럽다는 걸 표정으로 다 드러냈지만

급식소에서 얼굴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했는데

내가 이 사랑을 어떻게 그만 둘 수 있었겠는가

 

 

 

 

잔병치레를 하는 탓에 보건실을 자주 갔었는데

그 건물에 네 교실이 있어 혹시나 가는 길에

너랑 마주치지 않을까싶어서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기도 했다 

이런 내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워할까봐

마주치면 하늘에 붕 떠있는 것 같다가도

눈은 늘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고

어깨는 움츠러들었다

나는 너만 보면 죄책감 투성이에,겁쟁이가 되었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는 날이면

쓸데없는 의미부여를 하기도 하고

걷잡을 수 없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서도

현실은 혼자만 하는 사랑이라는 걸 깨닫고

붕 떠있다가도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내 기분은 오로지 너로 결정되었다

9개월동안 너만 바라보면서

나는 '나'자신이 아닌'너'로 되어버렸다

네가 좋아하는 색은 내가 좋아하는 색이 되어버렸고

네가 좋아요를 누르는 노래는

어느새 내가 아침마다 듣는 노래가 되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었던 나였지만

평일 아침엔 널 볼 생각에 절로 눈이 떠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서 집에 가고 싶었지만

올해는 하루종일 학교에 있었으면싶었다

학교가 좋아진 게 아니라

너와 유일하게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이니까

모든 것이 다 좋았던 게 아닐까

방학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널 볼 수 있는 1년을 깎아먹어버렸으니까

 

 

 

 

 

내 일상은 너로 가득차있다는게 기뻤지만

너는 그 사실만으로도 부담을 느낄게 분명했기에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고

내 스스로가 부끄러웠고 미안했을 뿐이었다

늘 자책하고 창피해하며 날 갉아먹어서

어느새 나는 없어져버렸다

내 스스로 그런 것이었으니까 '네 탓이야'라고도 말할 수 없다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눈 한번 감고 네 욕심대로 해보던지

아니면 그만두던지

나는 그 두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도 선택할 수 없다

어느 것이든 내가 아파해야할 선택이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너만 보면 내 입에선 '좋아해'라는 말이 수천 번 맴돌다

결국 닿을 수 없는 말이 되어버린다

가끔은 밀어내기만 하는 네가 밉다가도

어쩔 수 없이 내 눈이 너만 쫓을 수밖에 없는 날 탓하고

바라만 볼 수 없는 날 한심하게 여긴다

 

 

 

 

 

 

 

곧 졸업이 다가온다

너는 어른이 된다는 것에 들떴겠지만

나에겐 널 어쩌면 다신 볼 수 없고

가슴에만 묻어 둬야한다는 것이기에

아직도 실감나지 않고

할 수만 있다면 고개를 돌려 못 본 채 해버리고 싶다

내가 너에게 해주지 못 한 것들은 너무 많고

미련도 너무 많이 남아있는데

결국 네가 떠나버리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정한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그저 좋아하기에도 아까운 시간이니

 

 

 

 

 

 

 

미련까지 다 정리한 것처럼

졸업식 날 네 앞에 서고 싶다

마지막 네 얼굴은 내가 부담스럽다는 표정이 아니라

후련하다는,속 시원한 표정만이라도 내 기억에 남았으면 해서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미련을 잘라내는 연습을 한다

 

 

 

 

 

마지막으로,좋아한다는 말을 하기는

내 마음이 너무 커져버려

왠지 간지럽기도 하고

나에게는 생소한,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지만

평생 불가능할 것 같아

내가 먼저 한다

네 뒤통수만 봐도 그저 행복했던

2016년이 한 달 남았다

한 달 뒤에는 미련 마저 잘라낼 수 있기를 바래보지만

아무리 잘라내도

너만큼 내가 좋아할 사람은 앞으로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안녕,내 첫사랑

 

 

 

 

너무 많이 좋아해서 말하기도 쑥스러워 아무도 드래그 해보지않을 것 같아 

조심스럽게 흰 글로 겨우 숨기고 말한다

내 9개월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을만큼 네가 좋다

억지로라도 잡고 싶지만 너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나라서

널 옆에 둘 수도 없다

좋은 여자 만나서 좋은 사랑했으면 하고 빌어본다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기도다





추천수12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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