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고 한참 지나서야 만난 너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체육할 때 흩날리던 짧은 단발머리는
어느새 어깨를 넘어서 길어있었고
새까만 머리가 인상적이었던 머리카락이
가을낙엽처럼 알록달록해져있었다
길거리에서 만난 우리는,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된 우리는
그렇게 떨떠름하게 마주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싸운 건 아니다
서로 안 맞았을 뿐이었다
넌 나에게 진심이 아니었고
난 너에게 친구로서 진심이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처음 내가 네 사정을 들은 순간
마음 먹었다
내가 힘이 닿는 한,
널 도와주겠다고.
자주 입원하던 너에게
도시락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면
네가 맛있다며 함박웃음을 짓는게
나에겐 큰 기쁨이었고 보람이었다
네가 돈이 없어 나에게 빌릴 때도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뿌듯해했다
그 돈이 선배에게 갈 줄 꿈에도 몰랐지만.
엇나가는 널 보면서
바른 길로 같이 데려가고 싶었다
아침에 오면 담배냄새가 나는 너에게
늘 물었다
'혹시 담배피니?'하고.
네 대답은 늘 같았다
'아니,그럴 리가'
웃으며 '그래 네가 그럴 리 없지'하고 말하는 나
우리 둘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내가 할 수 있던 건
매일 아침 굶고 오는 널 위해
빵이나 쿠키같은 것들을 들고 가서
네 배를 채워주는 것
그뿐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네가 내 친구라서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다 내가 실망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거라고 합리화시켜보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걸 한참이 지난 이제서야 깨닫는다
주변에서 내가 널 떠받들고 다닌다고
수군대도 난 너만 괜찮다면
다 괜찮았다
너만큼은 그리 생각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 역시 날 친구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했던걸까
이제와서 그런게 뭐가 중요한걸까
이미 넌 내가 걷는 길에서
등돌려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데
그저 지금 묻고 싶은건
네 선택에 후회없냐고 묻고 싶다
그리고 하나만 기억해줬으면 한다
난 너에게 진심이었고 지금도 여전하고
늘 네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