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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대학생입니다.

푸념 |2016.11.28 00:19
조회 172 |추천 2
안녕하세요.스무살 대학생입니다.
하루종일 날이 우중충해서 그런지 기분도 우중충하네요.12월 계획을 세우면서, 벌써 스무살이 지나갔다는 뒤숭숭함에 자꾸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혼자 생각을 정리해보다가 처음으로 인터넷 게시판이라는 곳에 글을 써봅니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나름 잘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누구나 그렇듯 낭만적인 캠퍼스라이프를 꿈꾸며치열하게 공부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하지만 실제로 대학에 입학해서, 고등학교 때 꿈꿨던 그런 캠퍼스라이프를 마냥 즐기지는 않았습니다.
스무살이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야한다는 스스로의 가치관 때문에 경제적 지원을 일절 받지 않고자 수능이 끝난 뒤 1월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는 과외와 아르바이트가 있습니다.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의 보수가 다른 분들에 비해 보수가 조금 많아,대학생답지 않게 경제적으로 부족함을 느꼈던 적은 없지만 동일한 시간을 일했을 때 시급을 최저시급으로 받는다면분명 한 달을 생활하기에 턱없이 빠듯한 돈이라는 걸 새삼 느끼고,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과외와 아르바이트, 그리고 학교 수업까지 병행하고 남는 시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구를 만나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연인을 만나겠지만평소 지인에게 잘 연락하지 않는 좋지 못한 성격탓에 자주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신다든지,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지도 않았습니다.
사람이 많은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더욱 좋아하는 탓에 동아리나 학생회에 가입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과 친구들과 자주 어울려 다니지도 않았습니다.
위의 글을 보면, 누구나 '도대체 뭘 하고 살았니?' 라는 의문이 들 것 같네요.
저도 오늘 저 하나의 질문에 대해,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대답할 수 없어서 깊게 고민하는 중입니다.
분명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자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었는데,수능이 끝난 뒤부터 오늘 이 시간까지의 1년 동안, 대체 무엇을 하고 산 것인지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이 그저 부끄럽기만 하네요.
어쩌면 절대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의,대부분의 인생이 이런 식으로 무의식의 흐름속에서 그저 흘러흘러 갈 것 같습니다.조금만 타협하면, 당장 편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친구들과 함께 밤새 술을 마시며 논 적도 있고,어울려 다니는 친구들과 재밌게 미팅도 해보았고, 질릴만큼 pc방에서 게임도 해보았습니다.
그렇지만 고등학생이던 시절처럼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쏟아지는 잠을 참기 위해 허벅지를 찔러가며,주위의 것은 하얗게 사라질 정도로 열정을 쏟아 부은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네요.
저 뿐만 아니라, 우린 누구나 평범하지 않은, 성공한 삶을 항상 꿈꿉니다.어렸을 때의 제가 꿈꾸었던 저는, 로봇공학자였고 우주인이였으며 대통령이었습니다.당장 이번 학기의 학점과, 졸업후의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20대에겐 참 철없는 꿈들이지요.
오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서정인 작가의 <강> 이란 작품이 떠올랐습니다.이 소설에는, 늦깎이 대학생인 김씨가 여관방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 반 일등을 하는 한 초등학생을 만나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너는 아마도 너의 학교의 천재일테지, 중학교에 가선 수재가 되고,고등학교에 가선 우등생이 된다.대학에 가선 보통이다가 차츰 열등생이 되어서 세상에 나온다.결국 이 열등생이 되기 위해서 꾸준히 고생해온 셈이다."
고등학생 시절에 수능 공부를 위해 처음 접했던 부분인데,다시 읽어보니 새로이 많은 것을 느끼게하는 구절이네요.
2학기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난 1학기를 생각해보면 결국 제게 남은 건 잘한 것도 아닌, 그렇다고 아주 못한 것도 아닌 어중간한 학점뿐이네요.나름 관심이 있어서 선택한 학과였는데, 막상 과 동기들과 강의를 수강해보니올림피아드 국가대표와 같은, 제 출발선상에서 보이지도 않는 친구도 많이 있어이런저런 허탈감도 느끼고, 그렇게 공부가 재밌지도 않아 말 그대로 지난 1년은 방황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기도하구요.
그래도 뿌듯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은, 새롭게 흥미를 가진 분야가 생겼다는 사실이네요.일반인들에게 인기가 있지 않을 뿐더러,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야이지만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그런 분야입니다.
그래서 학기가 종강하고 난 이후부터 입대전까지,독서실을 끊고 열심히 공부해 볼 생각입니다.
입대를 앞둔 새내기가 독서실을 끊는다는게 참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이렇게 허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보다,몸은 좀 괴롭더라도 또렷하게 하루를 보내는,공부를 끝마치고 침대로 들어가는 그 순간이 그렇게 보람찰 수 없었던고등학생 시절의 영광을 다시 한번 느껴보려구요.
웬 쓸데없이 진지한 놈이 일요일 밤에 이상한 글을 썼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겠지만,비록 두서는 없었어도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스스로가 살아있다는게 비로소 실감이나네요.고등학생 시절에 수도 없이 돌려보았던 동기부여 영상들도 다시한번 보고,좋은 강연 영상들도 여러번 돌려보면서 살아있음을, 그리고 나도 할 수 있음을 다짐했던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우리가 보는 별빛은 백만년 전의 빛이라고 합니다.저 별빛들은 사실 백만년 전의 빛들이고,오늘의 별빛은 백만년 후의 사람들이 보게 되겠지요.
사람의 모습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합니다.지금 제 모습은, 치열하게 공부했던 지난날이 만들어낸 모습이겠지요.그리고 이제, 제가 그리는 십년 후의 제 모습을 위해,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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