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고나서
'다시는 이촌역 이용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가
개선이 필요하겠다 싶어 몇자 적으러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시는 이촌역에 갈 일은 없을것 같네요.
지난 화요일 12시 반쯤, 국립중앙박물관 내 어린이 박물관엘 가기위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한남역->이촌역 전철을 이용했습니다.
한남역에는 엘베가 없어서 직원아저씨께 '유모차를 들고 올라가야하는데 도와주세요'라고하니
사무실에서 나오셔서 저랑 같이 유모차 양쪽에서 들고 올려주셨습니다.
이촌역에서 내려서 엘베를 타고 내려가려고 하니
안내문구에 <4호선 환승 또는 국립박물관 이용고객은 엘베를 타지 말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세요>라고 써있었어요. 1인용 좁은 에스컬레이터라 못탈것 같아서 엘베타고 내려가서 직원분 있으면 문의해야겠다 하고 그냥 내려가보았다가 한바퀴돌고 다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엘베에 있는 인터폰을 눌러 도움을 요청했는데 여자분이 받으셨는데 엘베타고 내려오면 도와주겠다고 하셔서 다시 내려갔습니다.
아래에서 여직원분을 만나 카드키를 두어번 찍어주셔서 대망의 계단앞에 다다랐습니다.
제 뒤엔 부부가 끌고있는 유모차가 있었고 여자분은 그분들 도와주러 다시 가셔야 해서
계단옆에 휠체어리프트에 있는 인터폰을 눌러 다른직원분을 호출하시더군요.
"유모차 도와주세요" 하고 말씀하시고는 저보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한 10분쯤 기다렸다봐요. 아무도 안오시더라구요.
계단이 많았지만 유모차 들고 내려갈 수 있겠다 싶어서 아이를 태운 채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 중 곤색 잡바를 입고 머리가 히끗하신 남자직원분이 저를 지나쳐 올라가시더라구요. 계단위에 서있던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에게 말씀하시길
"아이 꺼내서 안고 유모차 들고 계단으로 내려오세요" 본인 하실말씀만 하시고
겁나 쿨하게 내려가시더라구요.
그 와중에 저는 유모차 들고 낑낑대며 내려가고 있었구요.
머리가 히끗하신 남자직원분은 저를 쌩 하니 지나쳐 빠른걸음으로 고객상담실이라고 써진
사무실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시더라구요.
아이가 타고있는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 애기엄마는 안중에도 안보이셨는지
본채만채 지나치는 뒷모습이 정말 얄미웠거든요?
전철역 직원이면 공무원 아닌가? 공무원이면 국민에게 봉사하라고 국민세금으로 월급받는거
아닌가? 저렇게 친절하지 않아도 되는건가? 싶었지만, 제가 그 남자분에게 도와달라고 직접 얘기한 게 아니기때문에 그냥 참았어요.
그렇게 국립중앙박물관의 어린이 박물관에 들렀다가 오후 5시쯤 이촌역엘 다시 가게되었어요.
또다시 그 계단에 섰는데, 환승역이고 저녁시간이 되어가니 사람이 굉장히 많았어요.
계단을 올라가야 했기에 혼자는 도저히 못들겠다 싶어서
휠체어 리프트에 달린 인터폰을 눌렀어요.
"중앙선이용할껀데 유모차가있어요,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머니 혹시 아이 안을수 있으세요?"
"아뇨 아기가 자고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아기를 안으면 유모차를 들어드릴순 있지만 아이를 태운 유모차는 못도와드려요"
"네? 다른역은 잘 도와주시던데 왜 여기만 안되요?"
"규정상 그렇게는 못해드려요"
남자분이 받으셨는데 친절한 말투로 말씀은 하셨는데
그 내용이 기가 막히더군요. 규정상 못 도와준대요.
계단에 꽉 차게 사람들 오르락내리락 하는와중에
잘 안들리는 인터폰에 허리 굽혀서 이말을 듣는데 뭐 이딴역이 다있는지 울화가 치밀었죠.
앵무새같이 똑같은 대답만 하길래 됐어요, 하고 끊고 계단앞에 서서 한숨을 쉬고 있는데
지나가시던 천사같은 아주머니가 들어줄까요? 하셔서 무사히 유모차 들고 올라왔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을 당했더라구요 제가.
저랑 인터폰으로 얘기하던 그 남자분은 대체 무슨생각으로 규정만 들이밀면서
잠든 아이가 타고있는 유모차를 가지고 있는 아줌마는 어떻게 그 계단을 올라갈까?
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셨을까요?
제대로된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했으면 직원들이 그만큼 더 움직여야 하는거 아닙니까?
손가락 까딱이며 인터폰으로 대답만 하지말고
자리 박차고 나와서 제 얼굴보고 안전사고의 위험때문에 그러니
아이가 자고있어도 꺼내서 안아주시면 유모차 들어드릴께요 라고 말해주면 안되었는지요?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에게 못도와줍니다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이 세상천지에 어디에 또 있을까요?
지나고 나서 생각해볼수록 제가 바보같이 참고있었나 후회가 됐는데
너 나와! 하고 불러놓고 얼굴 붉히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저같이 황당하게 당하는 아기엄마들이 또 생길까봐
이렇게 길게 써봤어요.
유모차가지고 이촌역에서 국립중앙박물관 가시는 분들은 꼭 참고하시길 바래요.
(한남역에 내려서는 휠체어리프트 인터폰 눌렀더니 남자직원분이 올라오셔서
저랑같이 유모차 양쪽으로 들어주셔서 무사히 내려왔어요. 한남역 직원분들은 너무 친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