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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같던 사람

퐁당 |2016.12.17 20:31
조회 298 |추천 0
방을 정리하다 구석에서 묵직한 가방을 발견했다. 그안에는 요즘엔 잘 쓰지 않는,펄럭이면 쾌쾌한 종이냄새가 나는 두꺼운 영한사전 한권이 있었다 시험때문에 너에게 빌렸었던 돌려주기도 내가 갖기도 애매한.
굳이 일부러 없애버리진 않았어도,그리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이젠 제법 많은 흔적을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불쑥 등장한 너의 물건이 나를 울렁이게 한다.
책은 좋아하지만 글재주는 없어서 판이나 대숲같은곳에서 화려하진 않더라도 자기마음을 소박하고 덤덤하게 잘 풀어내는 사람들을 동경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문뜩 글을 적어보고 싶어져 한참을 망설이다 휴대폰 메모장을 켜본다.
머리속에 맴도는 수백 수천 가지의 생각들 중에 어느 것을 적어야할 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너는 선물같은 사람이었다.
나는 무언가를 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고 계속해서 의문을 가지고 부담스러워밀어냈다. 그런 나를 보란듯이 너는 사랑으로 가득채워 넘쳐 흐르게 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같이 사랑받는여자, 누군가에게는 제일 예쁜여자가 되어갔다. 표현을 못하고 부끄러움이 많았던 나는 이따금 얼굴을 붉히며 너에게 선물같은 사람이라고 말 할 뿐이었다.
너의 그런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그게 널 외롭게 할 줄은 몰랐었다. 서로에게 아쉬움은 있어도 우리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기때문에.
우리가 마지막으로 마주한 그 날 내가 말했듯이, 넌 왜 내가 깨닫고 노력 할 수있는 기회를 주지 않은 걸까. 어느 순간 이 관계를 유지해야할 마음이 뚝 하고 떨어져 버렸다는 니 말이 내 마음을 어지럽힌지 몇날며칠이 흘렀다.
싫은소리 한번 먼저 안하던 네가,어쩌면 우리가 이후 다시는 마주치지않을 그날에, 나에게는 솔직하고싶다면서 했던 그말들이 콕콕박혀 빠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평소 집에가는 동안 겹쳤던 그 몇 정거장이, 너무나 아쉽지만 달콤했던 그 전동차안이 그 날에는 다시는 볼수없는 마지막 순간들이었다.
"이젠 진짜 마지막이네~ "라고 애써 눈물참으며 웃어보이던 미련가득한 내 말에, 분야가 겹치니 다시 볼 수밖에 없다며 멋쩍게 웃던 너를 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곤 농담이고 인연이 되면 다시보자며 지금은 아닌거같다고했던 너의 말뜻을 생각하며 잠못이룬 밤이 이젠 제법 헤아리기 어렵다.

술을 먹었다. 여력이 안되어도 어떻게든지 먹고 또 먹었다.흘러가는 시간에 비례해서 네생각이 줄어든다고 생각했었다. 너를 그다지도 좋아하는게 아니였다고, 그래서 그 전에 느꼈던 아픔보다 괜찮은것 같다고. 하지만 착각이었다.
그맘때쯤 생긴 병이 약간 악화되서 의사선생님께 혼난 이후로는 술 대신 책을 읽었다. 다른 생각을 일절 하고 싶지않았기에 미친듯이 읽었다.
내가 하는일에 그 현실에 회의가 느껴졌다. 니가 없으니까 기다려지는 것도 없이 매일이 흘러갈 뿐이었다. 모든걸 그만두고 싶었다. 하루가 무슨 요일인지도 잘 알지 못했다.
또 어느날 부터는 밤에 잠이오지않았다. 미련이라는 중얼거림으로 새벽시간을 보냈다. 책을 많이 읽어서 풍부해진 감수성을 탓해보고 애먼 호르몬을 탓해봐도 결국 너 탓이라는것을 부정할수는없었다.

간만에 술 한잔하고 푹 자고 일어난 토요일 오전, 지나가는 말로 갖고 싶다햇던 걸 너가 곱게 포장해서 예쁜 눈웃음과 함께 선물했던 그 인형. 눈물이 날것같아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침대 구석에 박아두었던 그것을. 반대편에서 포옥 안은채로 일어난 내 모습을 보았다. 허탈해서 웃음이 났다 이제 너라는 존재가 나에겐 현실감이 없다.

한번쯤은 후회를 하지않을까 연락이 오지않을까 했던 숯한 상상때문에 그 꿈을 꾸고 현실과 헷갈려 하기도했다
아직도 제대로 네 생각을 하면 명치가 턱 막히고 이명이 오는듯 하다. 그러기 전에 얼른 또 책을 읽는다. 내 이야기 말고 다른이들의 이야기를 내 머리속에 꾹꾹 우겨넣는다.

이제는 정말 함박눈처럼 소복하게 내 마음을 주고 싶지만 너는 없다.
우연히 마주한 네 흔적을 핑계로 우리 처음 입맞췄던 그 호수 잔잔한 물결같은 네 마음에 돌을 던져볼까
설혹 이미 얼어붙은 마음에 던져진 돌이라면 그 위에서 머쓱하지않도록 펑펑 눈이 내려서 덮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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