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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마일 그 차에 대한 기억

카모마일 |2016.12.20 22:40
조회 268 |추천 2

2014년 5월

 

나는 그때에 상권에서 조금은 후미진 뒷골목에 있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였다.

 

24살이였던 나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취준생이였으며

 

같은 처지의 친구들은 손님도 없는 카페의 또다른 주인들처럼 축 쳐져 자리를 지키곤 했었다.

 

더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그런 어느날이였다.

 

오픈시간에 맞추어 출근하기 싫어 몸을 베베 꼬으며 집을 나섰다.

 

친구들이 오기전 한창 무료한 11시에 카페문 종소리가 울렸다.

 

그 적막함을 깨고 들어온 남자는 20대 중후반 처럼 보였고, 통통함과 뚱뚱함 그 사이의 흔한 남자

였었지만

 

사람들이 흔히 찾지않는 카모마일이라는 차를 시켰다.

 

나는 알바를 4달넘게 하며 처음으로 주문이 들어온 카모마일을 찾고있었는데 남자가 머쓱한 표정

으로

 

'저.. 없으시면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라고 부끄럽다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나는 죄송하다고 말을하며 다음번에는 꼭 준비해 놓겠다고 말을 덧붙이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건

냈다.

 

그리고서는 마감때에 사장님께 전화를드려 카모마일이란 차는 어디에 있는지 재고는 얼마나 있는

지 묻고서는 그냥 그런 하루를 마쳤었던것 같았다.

 

그리고 그 주 금요일 카모마일을 구비한 나는 다음번에는 당황하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에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친구들이랑 떠들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정확한 시간은 기억이 안나지만 오후 3~4시쯤

되었던 것 같았다.

 

문이 열리며 카모마일을 찾았던 그 남자가 들어왔었다. 나는 카모마일이라는 매개채로 그 남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주문 도와드릴까요 라는 멘트가 아닌 오늘 카모마일 들어왔어요 하면서 말을 걸었었다.

 

그 남자는 당황한 목소리로 네...? 아 네 .. 카모마일 주세요 라고 대답했던것 같다.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얘기하길래 당황했었다고 했었다.

 

그 남자는 구석에 앉아 휴대폰을 보며 10분간 앉아 있다가 카모마일을 들고 나갔다.

 

그리고 그 남자가 나가자마자 나는 친구들에게 돌아가 우리카페에 카모마일도 있다며 자랑했었고 그런 나를 보며 친구들은 드디어 미쳤다고 놀렸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갔고 그남자가 점점 잊혀져 갈 때에 또 그남자가 왔었고 카모마일을 시켰다.

 

나는 아 오랜만이네요 카모마일을 주문하시는분이 손님밖에 없으셔서 기억에 남는다는 말을 하며

차를 건냈다.

 

그 남자는 당황하며 아 네... 하며 구석에 앉아서 10분? 15분 가량을 앉아있다 나가며 또 올게요 하

며 웃으며 인사했다.

 

그 때 부터였나 그 남자를 기다리기 시작했던것 같다. 후미진 골목에 있는 카페라 그런지... 한명한

명 단골손님들이 기억에 자주 남았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게아니라 무료한 내 일상에 친구들과는 다른 어떤사람이 들어온다는것 그

자체에 설렘을 느꼈었던 것 같다.

 

카모마일 남자 말고도 여름인데도 따뜻한 카푸치노만 시키는 남자 , 녹차라떼를 자주 먹지만 가끔 아메리카노도 먹는 여자 등 기억에 남는 손님은 생각보다 여럿 있었다.

 

그중에서 그 카모마일 남자가 선명했던것은 아마 한껏 치솟은 내 자신감에 부끄럽다는듯 대답했던

그 목소리였던 것 같았다.

 

그렇게 자주는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점심시간 전 즈음 와서 카모마일을 먹으며 10분가

량은 앉아 있다 가곤 했었다.

 

그러면서 주문도 전에 포스에 카모마일을 찍어놓고 기다리고 또 차를 건네며 한두마디 하다가 우

리는 친해졌다.

 

지금 당장 어떻게 친해졌냐고 물으면 그냥 모르겠다, 그냥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라는 전형적인 기

피의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는 나다.

 

그리고 어느날 나는 물어봤었었다 왜 카모마일을 좋아하는지를..

 

그 남자는 '그냥요!'라고하며 씨익 웃었을때 아마 나는 그 흔하고 퉁퉁한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아참 그리고 20대 중후반으로 보였던 그 남자는 23살 이였다. 나는 이 남자에게 그렇게 충격을 받았던적은 아직 없는것 같다.

 

그리고 여름이 끝나고 하반기 공채가 시작될 9월초 즈음 그만둘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마음정리를 하고 사장님께 말씀 드린 뒤 그 남자에게

 

'이제 카모마일 못드릴거 같아요 그러니까 가끔 같이 먹어요' 하며 번호를 물어봤었다.

 

남자는 아쉽다며 연락달라며 번호를 찍어줬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었다. 아니 자연스러

운게 아니라 일방적인 나의 도끼질이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왜 그 후미진, 찾기도 힘든 카페에 왔었냐고 물어봤을때는 지나가다보니 알바생이 이뻐서

왔다고 말을 했었다. 그때 왠지 '나만 그런거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2016년 12월 20일 800일을 맞으며 이글을 쓰고있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그 쌉싸름하며 톡쏘며 시원한 그 카모마일이라는 허브를 매우 참 좋아한다.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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