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복수하고싶어요
내가 매일 느끼는 이 외로움, 공허함, 두려움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고싶어요
남편이 날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했지만
어리고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순간의 행복에 끌려 바보짓한거죠
네 다 제가 자초한거죠
지금생각해보면 이결혼도, 이남자와의 만남 자체도 정말 후회되지만
내 삶의 의미를 만들어준 우리 아들때문에.. 정말 힘들어 삶을 포기하고싶어도 그럴수가 없어요
사람들이 느끼기에 엄마가 되기엔 아직 어린나이, 20대 중반에 눈에넣어도 안아플 15개월 되는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
아직 많이는 안살았지만 평생 못느껴본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고
말로 표현 못할 감동을 알려준 사랑하는 우리 아들에게 미안해서 이대로는 더 못살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바보같이 지금의 남편만 너무 믿고 혼자 사랑했던거 같아요
연애 5년 하는동안에도 만난지 얼마 안됐을때 남편이 가자고 했던 바다여행, 그 여행 빼고는 늘 저에게 끌려다니며 힘들지만 난 널 위해 같이 다녀주는거다 라는 뉘앙스를 늘 풍겼어요
신혼여행에서조차도 둘이 행복했던 기억, 남편에게 사랑받았던 기억 보다는 일하느라 힘들었던 남편이 일주일 여행을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더운날씨에 햇빛 알레르기때문에 고생하는 남편 보면서 눈앞의 바다도 같이 못가고 대낮부터 퍼져 자는 남편이 깨길 기다리기만 했던 기억밖에 없네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혼자도, 친구랑 둘이도, 동생들과 가족들이랑도 많이 다녔는데
남편도 연애 초반에 물어봤을때는 여행을 좋아한다하더라구요
이남자는 나랑 잘 맞겠구나 생각했고 그래서 연애하는동안 여기저기 가자고 했지만 매번 여행지에서도 피곤하다며숙소침대와 한몸이 되는 남편을 보고 외로워하고 실망했었어요
그래도 나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애정을 쏟아줬던 유일한 사람이었던 남편을 놓을수가 없어서
나보다 늘 남편의 감정과 기분과 컨디션만을 생각하며 만나왔던거 같아요
제일 기억에 남았던 우리의 연애 1주년.
1주년에 뭐할까 엄청 설레하며 적극적으로 계획을 짜는 나와는 달리 전날 친구들과 술을 엄청나게 마시고는 다음날까지 술에취한채로 출근을 했더라구요
1주년이 평일이어서 저는 집에서 김밥과 여러가지 과일로 도시락을 싸서 그당시 남친이었던 남편의 회사에 점심시간에 맞춰 찾아갔어요
속이 안좋아 도저히 직접 싼 김밥을 못먹겠다더군요
그러고는 점심시간을 회사 휴게실 소파에서 제 무릎을 배고 누워 자다가 들어갔어요
그 전날 우리 1주년이고 데이트해야하니 술 많이 안마셨으면 좋겠다 일찍 들어갔으면 좋겠다
얘기 했음에도 말로는 알았다고 하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니 결국은 만취할때까지 마신거죠
우린 성향이 너무 달라요
남편은 개인적이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에요
저는 감정적이고 때로는 감정때문에 합리적이지 않은 일도 하는 사람이에요.
한여름 임신중에 딸기가 먹고싶다고 하면 남편은 헛소리 말라며 웃어 넘기거나, 지금 딸기는 비싸고 맛도 없으니 겨울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사람이고
제가 남자였으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맛이 없더라도 어떻게든 구해서 가져다 주는 사람이죠
저는 하루종일 막노동에 가까운 일을 하고 육체적으로 많이 지치다가도 오늘 힘들었지, 고생했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멋있다, 이런 따뜻한 말한마디에 기운이 나는 스타일이에요
기운이 나는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게 아니라 저는 정말 그런 말 한마디 한마디에 속에서부터 힘이 솓아올라요
성향검사를 했을때 저는 남들과 협조하며 일을 해나가는걸 좋아하고
또 그렇게 해야 일의 능률도 더 오르고
본인이 한 일에 대해 인정받으면 그 다음 일을 할때 두배 세배 능력을 발휘하는 성향이었어요
남편에게 진지하게 그런이야기를 했어요
남편아 자기가 일하고 들어오면 난 꼭 자기야 오늘 많이 추웠지, 힘들었지, 오늘도 고생했어 하고 얘기해 주잖아? 자기도 하루에 한번씩은 나한테 오늘도 집에서 집안일하고 아기보느라 고생했다고 따뜻한말 한마디만 해줬으면 좋겠어.
그랬더니 우리남편
그런데 집에만 있는 당신이 나한테 힘들지, 고생했어 라고 해도 하나도 힘이 안나. 나는 밖에서 너무 힘들게 일하고 들어온거거든. 그리고 집안일은 자기일이야. 자기일을 하는건 당연한건데 왜 그걸 칭찬받으려고해? 당연한 일인데 그걸 매번 인정해달라고해? 나는 밖에서 당신보다 힘들게 일하고 들어와도 당신에게 칭찬해달라고 하지 않아. 그건 당연한거야.
맞죠
사실 남편말이 맞는 말이죠
하지만 남편은 말한마디가 개미눈꼽만큼도 위로가 안되는성향이면
나는 그 말한마디에서 모든 힘을 얻는 성향인데 어떻게 해야하죠?
우리가 다른거라고 얘기해도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은 그 말한마디가 정말 어려운 사람인데
나는 평생 인정받지 못하고 칭찬받지 못하면
매일매일 아기를 보고 집안을 청소하고 아기와 남편이 먹을 밥을 하는 원동력을 어디서 얻어야 하죠?
난 그냥 남편의 따뜻한말 한마디와 한번의 포옹이면 되는데
그것조차 못해주는 남편은 날 사랑하지 않는걸까요?
사실 답은 정해져 있는거고 이미 알고 있는데 내가 계속 외면하고 있는건지도 몰라요
내가 살려면, 우선 내가 행복하려면 아기도 남편도 포기하는게 맞는건지 몰라요
하지만 그게 맘처럼 안돼요
정말 마음아프지만 남편을 놓으라면 놓을수는 있겠어요
하지만 아무죄없는 우리사이에 태어난 아기는 어떻게하죠?
행복했던 시절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아요
늘 남편 눈치만 보며 전전긍긍하고
남편 행동과 말투에 실망하고 상처받으면서도 싸우면 나만 상처받을까봐 참고 참다가
결국은 터져버려서 화내고 소리지르고 싸우게 되는것밖에 기억나지 않아요
난 아직 젊고 욕심도 많고 재능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내생각따위 하지도 않는 남편의 사랑을 기대하며
오지도 않을 남편을 기다리며 스트레스받아 터질거같은 가슴을 두들기며
아기가 깰까봐 숨죽여 우는거밖에 못하는 여자만 남았어요
정말 삶을 포기하고싶을정도로 무기력해지고 밤마다 우울해서 미칠거같고 그냥 죽고만싶어져요
남편이 들어오기 전까지 이런생각을 반복하다가 아기한테 미안해서 이불에 머리를 박고 꺼이꺼이 울다가
남편이 들어와야 그나마 진정이되면서 잠에 들 수 있어요
나는 왜이렇게 이남자를 미워하면서도 이남자에게 인정받고싶어하고 사랑받고싶어할까요
정말 미칠거같아요
늘 행복한 엄마이고싶은데 아들에게 당당하고 멋진 엄마이고싶은데
하루하루 견디는거조차 너무 힘이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