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감상
춘향과 도련님 마주 앉아 놓았으니 그 일이 어찌 되겠는냐. 사양을 받으면서
삼각산(三角山) 제일봉(第一峰) 봉학 앉아 춤추는 듯 두 활개를 에구부시 들고 춘향의
섬섬옥수(纖纖玉手) 바듯이 겹쳐잡고 의복을 공교하게 벗기는데 두 손길 썩 놓더니 춘향
가는 허리를 담쏙 안고
"나삼을 벗어라."
춘향이가 처음 일일 뿐 아니라 부끄러워 고개를 숙여 몸을 틀 제 이리 곰실 저리 곰실
녹수(綠水)에 홍련화(紅蓮花) 미풍(微風) 만나 굼니는 듯 도련님 치마 벗겨 제쳐놓고 바지
속옷 벗길 적에 무한히 실랑된다 이리 굼실 저리 굼실 동해(東海) 청룡(靑龍)이 굽이를
치는 듯
"아이고 놓아요 좀 놓아요."
"에라. 안 될 말이로다."
실랑 중 옷끈 끌러 발가락에 딱 걸고서 끼어 안고 진득이 누르며 기지개 켜니 발길 아래
떨어진다. 옷이 활딱 벗어지니 형산(荊山)의 백옥(白玉)덩이 이 위에 비할소냐. 옷이 활씬
벗어지니 도련님 거동을 보려하고 슬그머니 놓으면서
"아차차 손 빠졌다."
춘향이가 침금 속으로 달려든다. 도련님 왈칵 _아 들어 누워 저고리를 벗겨내어 도련님
옷과 모두 한데다 둘둘 뭉쳐 한 편 구석에 던져두고 둘이 안고 마주 누웠으니 그대로 잘
리가 있나. 골즙낼 제 삼승 이불 춤을 추고 샛별 요강은 장단을 맞추어 청그렁 쟁쟁
문고리는 달랑달랑 등잔불은 가물가물 맛이 있게 잘 자고 났구나. 그 가운데 진진한
일이야 오죽하랴. 하루 이틀 지나가니 어린 것들이라 신맛이 간간 새로워 부끄럼은 차차
멀어지고 그제는 기롱(譏弄)도 하고 우스운 말도 있어 자연 사랑가(歌)가 되었구나.
사랑으로 노는데 똑 이 모양으로 놀던 것이었다.
춘향이 반만 웃고
"그런 잡담은 말으시오."
"그게 잡담 아니로다. 춘향아 우리 둘이 업음질이나 하여보자."
"애고 참 잡상스러워라. 업음질을 어떻게 하여요."
업음질 여러번 한성부르게 말하던 것이었다.
"업음질 천하 쉬우니라. 너와 나와 활씬 벗고 업고 놀고 안고도 놀면 그게
업음질이지야."
"애고 나는 부끄러워 못 벗겠소."
"에라 요 계집아이야 안 될 말이로다. 내 먼저 벗으마."
버선 대님 허리띠 바지 저고리 훨씬 벗어 한 편 구석에 밀쳐 놓고 우뚝 서니 춘향이 그
거동을 보고 삥긋 웃고 돌아서며 하는 말이
"영락없는 낮도깨비 같소."
"오냐 네 말 좋다. 천지만물이 짝 없는게 없느니라. 두 도깨비 놀아보자."
"그러면 불이나 끄고 노사이다."
"불이 없으면 무슨 재미 있겠느냐. 어서 벗어라 어서 벗어라."
"애고 나는 싫어요."
도련님 춘향 옷을 벗기려 할 제 넘놀면서 어룬다. 만첩청산(萬疊靑山) 늙은 범이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없어 먹든 못하고 흐르릉 흐르릉 아웅 어루는 듯
북해흑룡(北海黑龍)이 여의주를 입에다 물고 채운간에 넘노는 듯 단산 봉황(鳳凰)이 죽실
물고 오동(梧桐) 속에 넘노는 듯 구고 청학(靑鶴)이 난초를 물고서 오송간(梧松間)에
넘노는 듯 춘향의 가는 허리를 후리쳐다 담쏙 안고 기지개 아드득 떨며 귓밥도 쪽쪽 빨며
입술도 쪽쪽 빨면서 주홍(朱紅)같은 혀를 물고 오색단청 순금장 안에 쌍거쌍래 비둘기같이
꾹꿍 끙끙 으흥거려 뒤로 돌려 담쏙 안고 젖을 쥐고 발발 떨며 저고리 치마 바지 속곳까지
활씬 벗겨놓으니 춘향이 부끄러워 한편으로 잡치고 앉았을 제 도련님 답답하여 가만히
살펴보니 얼굴이 복짐하여 구슬땀이 송실송실 앉았구나.
"이애 춘향아 이리 와 업히거라."
춘향이 부끄러하니
"부끄럽기는 무엇이 부끄러워. 이왕에 다 아는 바니 어서 와 업히거라."
춘향을 업고 치키시며
"어따 그 계집아이 똥집 장히 무겁다. 네가 내 등에 업히니까 마음이 어떠하냐?"
"한껏나게 좋소이다."
"좋냐?"
"좋아요."
"나도 좋다. 좋은 말을 할 것이니 네가 대답만 하여라."
"말씀 대답하올테니 하여 보옵소서."
"네가 금(金)이지야?"
"금이라니 당치 않소. 팔년풍진 초한시절에 육출기계 진평이가 범아부를 잡으려고 황금
사만(四萬)을 흩었으니 금이 어이 남으리까."
"그러면 진옥(眞玉)이냐?"
"옥이라니 당치 않소. 만고영웅 진시황이 형산(荊山)의 옥을 얻어 이사의 명필(名筆)로
수명우천기수영창이라. 옥새를 만들어서 만세유전을 하였으니 옥이 어이 되오리까."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해당화냐?"
"해당화라니 당치 않소. 명사십리(明沙十里) 아니거든 해당화가 되오리까."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밀화 금패 호박(琥珀) 진주냐?"
"아니 그것도 당치 않소. 삼태육경(三台六卿) 대신재상(大臣宰相) 팔도방백 수령님네
갓끈 풍잠 다하고서 남은 것은 경향(京鄕)의 일등명기(一等名妓) 지환 벌 허다히 다
만드니 호박 진주 부당하오."
"네가 그러면 대모(玳瑁) 산호(珊瑚)냐?"
"아니 그것도 내 아니오. 대모 간 큰 병풍 산호로 난간하여 광리왕 상량문(上樑文)에
수궁보물(水宮寶物) 되었으니 대모 산호가 부당이오."
"네가 그러면 반달이냐?"
"반달이라니 당치 않소. 금야(今夜) 초생 아니거든 벽공에 돋은 명월(明月) 내가 어찌
기오리까."
"네가 그러면 무엇이냐. 날 호려 먹는 불여우냐? 네 어머니 너를 낳아 곱도 곱게
길러내어 나만 호려 먹으라고 생겼느냐. 사랑 사랑 사랑이야 내 간간 내 사랑이야. 네가
무엇을 먹으려느냐. 생률(生栗) 숙률(熟栗)을 먹으려느냐. 둥글둥글 수박 웃봉자 대모장도
드는 칼로 뚝 떼고 강릉 백청을 두루 부어 은수저 반간자로 붉은 점 한 점을 먹으려느냐."
"아니 그것도 내사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려느냐. 시금털털 개살구를 먹으려느냐?"
"아니 그것도 내사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려냐. 돝 잡아 주랴 개 잡아 주랴. 내 몸 통채 먹으려느냐."
"여보 도련님. 내가 사람 잡아먹는 것 보았소?"
"예라 요것 안될 말이로다. 어화 둥둥 내 사랑이지. 이 애 그만 내리려무나. 백사만사가
다 품앗이가 있느니라. 내가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나를 업어야지."
"애고 도련님은 기운이 세어서 나를 업었거니와 나는 기운이 없어 못 업겠소."
"업는 수가 있느니라. 나를 돋워 업으려 말고 발이 땅에 자운자운하게 뒤로 잦은 듯
하게 업어다오."
도련님을 업고 툭 추어 놓(으)니 대중이 틀렸구나.
"애고 잡상스러워라."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내가 네 등에 업혀 놓(으)니 마음이 어떠하냐. 나도 너를 업고 좋은 말을 하였으니
너도 나를 업고 좋은 말을 하여야지."
"좋은 말을 하오리다 들으시오. 부열이를 업은 듯, 여상이를 업은 듯, 흉중대략
품었으니 명만일국 대신(大臣)되어 주석지신 보국충신 모두 헤아리니 사육신을 업은 듯,
생육신을 업은 듯, 일(日)선생 월(月)선생 고운선생을 업은 듯, 제봉을 업은 듯, 요동백을
업은 듯, 정송강을 업은 듯, 충무공(忠武公)을 업은 듯, 우암 퇴계 사계 명재를 업은 듯,
내 서방이지 내 서방. 알뜰 간간 내 서방. 진사급제(進士及第) 대 받쳐 직부주서 한림학사
이렇듯이 된 연후 부승지 좌승지 도승지로 당상하여 팔도방백(八道方伯) 지낸 후 내직으로
각신 대교 복상 대제학 대사성 판서 좌상 우상 영상 규장각하신 후에 내삼천 외팔백
주석지신(柱石之臣) 내 서방 알뜰 간간 내 서방이지."
제 손수 농즙나게 문질렀구나.
"춘향아 우리 말놀음이나 좀 하여보자."
"애고 참 우스워라. 말놀음이 무엇이오?"
말놀음 많이 하여 본 성부르게.
"천하 쉽지야. 너와 나와 벗은 김에 너는 온 방바닥을 기어다녀라. 나는 네 궁둥이에 딱
붙어서 네 허리를 잔뜩 끼고 볼기짝을 내 손바닥으로 탁 치면서 이리 하거든 흐흥거려
퇴김질로 물러서며 뛰어라. 알심있게 뛰게 되면 탈 승자(乘字) 노래가 있느니라."
타고 놀자 타고 놀자. 헌원씨 습용간과 능작대무 치우 탁녹야에 사로잡고
승전고(勝戰鼓)를 울리면서 지남거를 높이 타고, 하우씨 구년지수 다스릴 제 육행승거
높이 타고, 적송자 구름 타고 여동빈 백로(白鷺) 타고, 이적선(李謫仙) 고래 타고, 맹호연
나귀 타고, 태을선인 학을 타고, 대국천자 코끼리 타고, 우리 전하(殿下)는 연을 타고,
삼정승(三政丞)은 평교자를 타고, 육판서(六判書)는 초헌 타고, 훈련대장은 수레 타고,
각읍 수령은 독교 타고, 남원부사는 별연을 타고, 일모장강 어옹(漁翁)들은
일엽편주(一葉片舟) 도도 타고, 나는 탈 것 없었으니 금야(今夜) 삼경(三更) 깊은 밤에
춘향 배를 넌짓 타고 홑이불로 돛을 달아 내 기계로 노를 저어 오목섬을 들어가되 순풍에
음양수(陰陽水)를 시름없이 건너갈 제 말을 삼아 탈 양이면 걸음걸이 없을소냐.
마부(馬夫)는 내가 되어 네 구종을 넌지시 잡아 구종걸음 반부새로 화장으로 걸어라.
기총마(騎聰馬) 뛰 듯 뛰어라. 온갖 장난을 다 하고 보니 이런 장관(壯觀)이 또 있으랴.
이팔(二八) 이팔(二八) 둘이 만나 미친 마음 세월 가는 줄 모르던가 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