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화나서 글이 두서없어도 양해바랄게요.
남편하고는 제가 24살, 남편이 30살인 나이로 만나서 2년의 연애시절을 거친 뒤 결혼했어요.
그때까지는 정말 좋은 남편 그 자체였네요. 제가 취업이 잘 되지 않을때 이것저것 다 챙겨주기도 하고요. 결혼하고 나서도 외롭다는 기분 전혀 들지 않게 해주었고요.
그러다보니 결혼하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 천사가 제 뱃속에 왔었습니다. 형태 다 갖추지 못하고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유산하고 말았네요( 이부분은 길게 쓰지 못할것 같습니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라서요)
몸하고 마음 추스리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방 한칸은 아얘 아가방으로 해놓았었고 설레발 치느라 사놓은 기저귀, 옷, 아기용품등 제대로 된 것은 써보지도 못했어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몸 아픈것도 잊고 쓰레기봉투에 모두 담아다가 밖에 가져다 버리며 오열했던 기억이 나네요.
사건은 어저께에요. 이제 조금 마음도 추스려진 것 같아 오랜만에 남편에게 저녁밥을 차려주니 남편이 눈치를 보며 무엇인가 말하려는 몸짓이더라구요. 이제부터는 어제 있었던 일 대화체로 적겠습니다.
"그래 이렇게 부부끼리 같이 밥먹으니 얼마나 좋아. 아기야 다시 찾아오는거니까 너무 실망하지 말고"
"몸 추스를때도 됐지."
"그래서 말인데, 자기 아기라고 생각하고 애 한명 입양하면 어떨까?"
토씨 하나 안틀리고 저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몸 추스린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저런 말을 하더군요. 그래도 평소에 장난기가 많은 남편이라 좋은뜻으로 말했겠거니 하면서 그대로 밥을 먹었습니다. 제 표정을 보고서 남편도 식탁에서는 별말 안했고요.
근데 그날 밤에 정말 집요하게 입양에 대한 생각 없냐고 하며 계속 저를 설득시키려 들더군요. 침대 앞에 TV가 있는데 그걸로 입양에 대한 다큐를 틀어주면서요. 그래서 마음을 좀 열고 "나는 갓난아기가 좋다. 처음부터 내가 낳은 아이라고 생각하고 키우면 괜찮을 것 같아." 하니 극구 반대를 하더군요.
자기는 꼭 초등학교에 들어가 있는 조금 큰 아이를 입양하고 싶대요. 나이도 되게 구체적이더라고요. 아홉살 난 남자아이를 입양하고 싶대더라고요. 그때 되게 싸한 느낌이 들어서 남편에게 꼬치꼬치 캐물었습니다.
자기한테 아홉살 난 아들이 있대요. 지금은 남편 형의 호적에 올라가 있긴 하지만 시어머니 시아버지께서 기르고 있대요. 20대 때 클럽에서 만난 여자였다는데 아기 지우자고 할때는 안지우더니 아기를 낳자마자 주고 떠나버렸대요.(이걸 믿어야하는지...) 그러면서 저에게 싹싹 빌었어요. 아이 얘기 꺼낸건 그 아이에게 엄마가 필요할 것 같아서였고, 제가 그 역할을 잘 해줄 것 같았대요.
시집에 갔었을때 왜 나는 그 아이를 보지 못했냐 하니 그날만 사촌집에다가 돌아가며 아이를 맡겼다네요. 기가차서...정말.
정말 지금 사고회로가 정지된 것 같아요. 속이 너무 답답합니다. 어제도 미안하다고, 말을 잘못했다고, 내가 그냥 그 아이 안보고 살겠다고 말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었어요.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떻게 대처할지도 모르겠어요. 남편은 그 아이를 데려오는것을 선호하겠죠? 이거 혹시 사기결혼 해당하는건가요? 하도 울어서 눈물도 이제 나오질 않네요. 제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