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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이 있나요?

어릴때 나는 굉장히 애같지 않은 냉정한 아이였어요. 감정을 절제하고 사실 어른들 입장에서는 기르기 편한 아이였지만 집에서는 불만이 많았어요. 항상. 동생들을 잘 돌보지 못한다고요.

티비나 영화 등에서 보는 이야기들이 보통 일반적인 이야기들일텐데 고아원에서 내일 올께 라고 하고 오지 않는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이라든가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애정결핍이고 사랑을 갈구하며 매달리고 관심끌려고 나쁜짓을 하거나 사랑받기 위해서 어떤 일들을 하고 성인이 돼서도 부모님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항상 금전적이든 노동이든 하는 아이들 이야기가 일반적으로 보는데 저는 그런게 없어요.

어릴때 기르기 쉬운 아이였던 건, 물론 내 생각입니다. 나는 한번도 말썽을 일으키거나 사건 사고를 일으키거나 하지 않았고 떼를 쓴적도 없고 공부도 잘했으니까요. 하지만 집 어르신들은 항상 불만이 많았는데 동생일이든 다른 어른일이든 너는 다컸으니까 라든가 너는 영리하니까 라는 말로 어른처럼 굴기를 바랬지만 거기비하면 나는 나름대로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였고 항상 말대꾸를 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열살도 안된 어린애한테 너는 다컸으니까 라는 말로 지나친걸 강요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당시에는 정말로 내가 다 컸다고 생각했기때문에 별로 그 자체에 부당하다는 생각은 안했었어요. 부당한건 공평하지 못한 처사나 내가 분명히 내 책임이 아닌데 내일로 떠미는 일들이었고 항상 어린애지만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반박했었고 돌아오는 답은 건방지다거나 인정머리 없다는 말이었어요. 제대로 왜 그런건지는 본인들도 말하기 어려웠으리라 생각합니다.

8살에 조부모님 집에서 부모님이 오늘 데리러 오겠다고 해서 밤 11시까지 기다렸는데도 안와서 내가 간다고 나가려고 하니까 조부모님이 잡았어요. 내일 가라고. 늦은시간까지 아무런 해명도 없었고 그다음날에도 나는 어제 약속이 있었지만 부모님이 안왔고 그다음날 온다는 말을 들었지만 아무런 말도 못들은채로 그냥 넘어갔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마 애라서 그냥 말을 안해줬나봅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약속을 어기고 설명도 없는 일들이 몇차례 반복되면서 마음을 놔버렸어요. 이사람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다. 라고요. 당연히 약속을 하든 안하든 기다리지도 않고 실망하는 일도 없고 떼쓰거나 울거나 하는일도 없었어요. 나는 얌전하고 착한 떼쓰지 않는 아이였지만 사실 그냥 어른들을 안믿었던 거예요. 처음부터 믿지를 않는데 배신감따위는 생기지 않고 그후에도 나이먹고 성인이 되어도 그런 상태가 쭉 유지되었어요. 지금 이 에피소드 하나만 있는게 아니예요.

나는 자존감이 낮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데 어쩌면 나도 모르게 낮았던건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나는 애정결핍이어서 사랑을 받고싶었는데 절대로 받지 못할거라고 알아서 생각하고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마음을 죽였는건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희로애락의 어떤감정이든 느끼는걸 굉장히 수치스러워했고 코미디 프로를 보고 웃는것도 나도 모르게 활짝 웃고 있으면 깜짝 놀라서 다시 무표정하게 돌아가고 울거나 슬퍼도 억지로 얼굴을 무표정하게 만들었어요. 어떤 감정을 느끼는걸 왠지 그러면 안될거같아서. 그게 왜 그런지 지금도 잘 모르겠네요. 집 어르신들은 그런걸 직접적으로 강요한적은 없으니까요. 어릴때부터 똑똑하고 말은 잘해서 그리고 항상 내가 말대꾸를 할때 소리를 지르거나 어떤 아이같이 떼쓰는 형국을 만들면 본론은 쏙 빠지고 어른들은 그때부터 내가 소리지른것에 초점을 맞추게 돼요. 그래서 감정을 최대한 죽이고 나름대로 최대한 논리적으로 절대로 논점을 벗어나지 않고 침착하게 이야기하는 법을 스스로 배웠어요. 지금 9살짜리가 그게 어떤 논리였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나름대로 논리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른들은 화가나지만 같이 논리적으로 반박을 한게 아니라 건방지다, 이기적이다. 독불장군처럼 산다, 인정머리 없다 같은 말들만 했으니까요.

주로 반박한 내용은 동생들에 관한거예요. 내가 첫째로서의 권위나 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일종의 권력은 전혀 주지 않고 동생들을 잘 돌보지 못한다고 동생이 학교에서 늦어도 내탓이고 동생이 숙제를 안하거나 성적이 나빠도 내가 본을 잘 못보여서라고 말하면 나는 거기 조목조목 반박했어요. 나는 동생나이에 공부잘하고 집과 학교만 오갔고 무엇보다도 내가 본을 잘못보여서 동생이 엇나간다면 내 본은 나한테 그런말을 한 조부모님이나 부모님이겠지요. 내 위의 형제는 없으니까요.

동생이 뭔가 잘못했을떄 내가 소리지르거나 때린적은 없고 말로 그러지말라고 타이르는것도 할머니는 동생이 보는앞에서 나를 야단쳤어요. 그런거 하나 못봐준다고. 동생이 내방에 들어와서 물건들을 손대고 망가뜨렸는데도 무조건 내잘못인거죠. 그리고 항상 나는 반박을 했지만 받아들여진적은 없어요. 나는 항상 방문을 걸어잠그고 내물건들을 숨기고 식구들과 나를 분리시키고 니꺼내꺼 개념이 확실했는데 항상 나한테서 뺏어서 동생에게 양보하라는게 생활이다 보니 그랬어요.

형제자매라는게 서로서로 도와간다는게 좋은거지만 서로서로 도와가는거란 말이 소름끼치게 싫었어요. 그말은 곧 나보고 전부 희생하란 말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동생을 딱히 싸고 돌거나 더 예뻐한것도 아니예요. 그냥 나한테 동생을 들이민거죠. 할머니가 자주했던말이 있는데 내가 동생이 있다면 업고다니겠다. 라고 했었어요. 어쨌든 나는 나한테 동생의 존재가 전혀 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동생에게 딱히 잘못한것도 없지만 예뻐하지도 않았어요. 그건 지금 조금 미안하게 생각해요.

어떤 부당하거나 이해안되는 상황이 닥치면 내가 알아서 내방식대로 해석한게 잘못인건가 생각해요. 나는 가족이나 가정이라는 단어자체에 엄청나게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었고 가족 구성원들 친척들도 마찬가지인데 나중에 친척들이나 가족들끼리 화목한 집을 보면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어요. 어떤 애들은 어릴때 화목한 다른집을 보고 자기집은 왜그럴까 하면서 삐뚤어지거나 반항하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경우는 우리집이 당연하고 화목한 다른집이 이상하다고 알아서 결론내렸어요.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어릴때 문제되지 않던것들이 점점 불거져 나옵니다.
집에서 계속 살때는 몰랐고 나는 나름대로 행복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집떠나서 몇년 살아보니 내가 정서적으로 학대당한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우울증 증세가 왔었어요. 나도 깜짝 놀랄정도로. 10살 이전의 기억들까지 여태까지 잊고 지내고 그리고 전혀 서럽지 않던 기억들까지 갑자기 서럽게 느껴지고 그러면서 스스로 당황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나는 이게 몇십년동안 괜찮았고 전혀 서렵지 않고 지금도 그게 왜서러운지 이해가 안가는데 감정은 막 서럽고 눈물이나고 하더니 어떤 서러운 감정이 전혀 없고 아무렇지도 않은데 눈물이 갑자기 흐르더라고요.

그때 친구가 준 스트레스 받을때 먹으라던 약을 먹었는데 좀 나아졌었어요. 일을 하고 있어도 하는도중에도 내내 머릿속에 어릴때 서럽던 기억들이 맴돌고 이게 미치겠는게 주변 사람들 조언은 생각하지마라. 다른걸로 신경을 돌려라. 인데 전혀 쓸모없어요.

내가 느낀건 나는 벗어나고싶은데 누군가 내 머릿속에서 24시간 그런 기억 영상들의 레코드를 들려주고 있는 고문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심지어 외국에서 바에서 다들 웃고 떠들며 맥주 마시고 있는 와중에도 나는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나를 고문을 하고 있는거예요. 심리 치료를 받아봤었는데 어릴때 너무 억누르고 살아서 지금 터져나오는거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릴때를 아무리 기억을 되살려봐도 나는 그런 감정이 없어요. 그다지 서럽지도 않았고 애정을 갈구하지도 않았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대지 않고 친구들이랑 노는것보다 책읽고 공상하는 시간이 더 좋았어요. 또래 친구들은 나도 애인 주제에 애같아서 유치하다고 생각했었고 어른들 말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항상 따박따박 말대꾸를 했었어요. 공부는 잘하고 똑똑해서 선생님들도 존중해줬던거같은데 항상 웃지도 않고 사회성도 없고 어떤 감정을 과하게 느끼지도 않았어요. 뭔가 느끼려고 하면 스스로 필사적으로 눌렀어요.

외국에서 몇년 지내면서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는 소리를 듣는데 내 얼굴을 보고  웃어주는 사람들이랑 지내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밝아진것 같아요. 니꺼 내꺼 구분하던 버릇도 내가 많이 배려받고 얻어먹고 하면서 타인을 배려하고 적당히 긴장을 풀고 나누게 되고요. 지금은 내것 이라는것에 그리 집착하지 않고 잘 나눠주는 편이예요.

한가지 어릴때랑 같은건 나는 가족 구성원들과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어떤 끈끈한 가족애 같은게 없어요. 나는 그게 좋은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를 최우선으로 하고 냉정하게 상황판단을 하고 감정적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7살때보다 더 감정적이 됐어요. 일반적 기준의 감정적은 아니고... 내기준에서요. 그렇지만 역시 가족 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끈끈한 어떤 느낌은 없어요. 엄마에게 보통 말하는 푸근한 '어머니'의 상을 느낀적이 어릴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어요. 그래도 나름대로 부모님 인생이나 조부모님인생들도 한 인간으로서는 자신들로서는 최선을 다한 삶이었는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내가 정말로 심한 학대를 받았다는것도 아닌데 그냥 그런 감정이 없어요. 그래서 미안해요.

내면 심리치료를 스스로 하는 방식으로 내면의 어린아이를 이해해보려고 하는데 나는 나 자신이었기 때문에 기억은 하지만 몇십년전의 나 였던 그 어린애가 이해가 잘 안돼요.
실제로 그런 애를 지금 만난다면 어쩌면 나는 그애를 싫어할지도 몰라요. 어른말하는데 항상 말대꾸나하고 웃지도 않고 전혀 귀여운 면이 없는데 아이같이 순수한 면도 없고 남에게 해꼬지하는걸 즐기는건 전혀 아니지만 아주 개인적이고요. 그리고 그애는 왜 그렇게 감정이 없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어요. 상담사는 너무 어릴때부터 억누르고 살아서 억눌린건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잘 모르겠어요. 그애를 이해하고 싶은데 이해가 잘 안되네요.

지금은 새로운 일이 생겼어요. 이전까지는 내 어린시절에 대해 나는 스스로 5살쯤부터 어른이다 라고 생각했었고 여태까지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친구들이 아이를 낳고 그아이들이 커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자꾸 그나이때의 나랑 비교하게 됩니다.

전에는 친구 부부의 7살짜리 딸을 보면서 애가 참 귀엽고 예쁘고 부모가 애를 챙기고 애가 놀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7살이 참 작고 애구나. 그냥 마냥 놀아도 되고 보호받을 나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데 우리집 어른들은 나한테 왜그랬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겁니다.

내가 부당하다싶으면 항상 말대꾸를 하고 투쟁을 했지만 내가 받아들인 부분은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수긍했었어요. 이를테면 너는 다컸다. 그러니 니가 이해해라 라는 부분에서 집 상황을 이해하고 동생을 돌본다거나 -동생을 돌보는것 자체는 수긍했지만 지나치게 내탓으로 돌리는건 나도 억울한 부분들이 있으니까 반박함. 그리고 공평하지 못한 처사다 싶으면 말대꾸- 심부름이나 뭔가 고민거리나 불만거리를 들어준다거나 하는일들요. 그것도 지금 생각하면 넌 다컸으니까 말한다면서 어른들 이야기 -결론은 서로 욕하는거지만 너네엄마가 결혼전에 이집에 들락거렸고 하는말을 굳이 손녀에게 하고싶었을까요. 서로 자기들끼리의 이해관계에서 내가 집안 상담사? 처럼 다른 사람들을 욕하고 불만을 토로하는걸 나는 잘 들어주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그걸 열살도 안된 애한테 그런다는게 매우 이상한거란게 요즘들어 그런생각이 드네요. 여태까지 몰랐어요.

그리고 그렇게 서로를 비난하는 말들을 들어주다보면 나는 중간에서 자체적인 판단을 내리게 되고 양쪽의 말이나 해석들이 다르니까 어느쪽 편도 들지 않게 돼요. 그렇지만 들어주기는 잘 들어주니까 내가 정말 영리하고 의젓해서, 다컸다고 말하며 혹은 그렇게 정말로 믿었을지도 모르죠. 계속 말하게 되고 나도 궁금한 점이 있으면 더 물어보고 했었네요. 개인적으로 나이든 사람들 이야기 듣는거 좋아해요. 개인의 역사나 시대상을 알수 있는점이 흥미롭고요.

나이가 들어서도 그랬었는데 그건 이해하지만 굳이 어린애한테 아무리 애가 자기들 말처럼 영리하고 똑똑하고 의젓하고 그래도 그랬어야 했을까 싶어요. 친구들의 아이들이 점점 자라나는데 그때마다 그나이대의 내가 겹쳐지고 내가 겪은게 부당하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한번도 문제라고 생각해본적이 없었던 일들이요.
그러면 그 아이들이 10대가 되고 20대가 되면 나는 어떤 일들을 떠올리게 될까 라는 불안감도 듭니다.

어릴때 옆에서 보면 나는 그냥 건방지고 똑똑한 무표정한 아이였어요. 하지만 반 친구들은 항상 잘 웃고 먼저 말걸고 소위 아이들처럼 놀고 했었네요. 나는 그애들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그게 자연스러운건지 몰라요. 지금은 실수로 손베고 피가난다면 어릴때보다 더 아픔을 느끼고 옆에 사람이 있으면 엄살도 부릴거같은데 7살때 과도에 실수로 손을 베서 피가 줄줄 흘렀는데 피가 흐른건 기억이 나는데 그때 나는 그냥 무표정하게 약간 따끔한걸 느끼면서 그걸 보고 있었어요. 마침 엄마가 입원했었던 병원이라서 (나는 간병인역할) 간호사들이 있는데로 갔는데 낯을 가리고 소심해서 그냥 계단에 앉아서 가만히 있었어요. 지나가던 간호사가 피나는걸 보고 데려가서 치료해줬는데 역시 무표정하게 웃지도 않고 감사하다는 인사는 했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그게 당연한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과연 그게 자연스러운 일인가 싶어요.
왜 7살의 나는 피가 흘러서 바닥으로 떨어지는걸 보면서 약간 따끔한건 느끼지만 그냥 아무감정변화가 없었을까요. 30대후반의 나는 그럴때 서러움 아픔 등의 온갖 감정들이 교차하는데.

또 하나 기억나는게 고등학교 다닐때 친구에게 쪽지를 받았었어요. 쪽지내용은 ㅇㅇ아 우리 ㅇ반으로 들어와라. 너는 항상 어딘가 겉도는거 같은데 마음을 열어줘. 우리는 친구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나는 그쪽지를 받고 상당히 의아했었어요. 나는 당시 그애랑 점심때 고정적으로 같이 밥을 먹고 있었고 친구들과 관계도 좋았다고 생각하고 나름대로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내가 자신을 관찰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분명히 그친구가 느끼기에는 어떤 그런 겉도는? 마음을 열지 않은게 느껴졌을거예요. 아마도 내 모든 학교에서 모든 친구들이 그렇게 느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지금도 그게 무슨소린지 모르겠어요.

그러다가 고양이를 한마리 길렀는데 그전에도 고양이가 있었지만 이 고양이는 처음부터 내가 데려와서 사료나 화장실모래나 청소, 씻기는거라든가 모든걸 내가 책임진 고양이인데 처음에는 사실 싫었어요. 자기도 적응이 안됐는지 항상 손은 상처투성이고 쓰다듬을때 귀도 숙이지 않아서 원래 그런애인가 싶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귀도 숙이고 발톱을 감추고 할퀴지도 않게 됐어요. 내가 그애한테 물질적으로 주기만 했는데 어느날 이런게 가족이란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어떤 감정인지 설명은 못하겠고 왜 하필이면 그 고양이였는지 ( 그전에도 개나 고양이는 항상 길러왔고 항상 좋아했어요) 모르겠지만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게 마음을 연다는 거구나. 라는 생각요. 마음을 연다 라는건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대인관계가 많이 나아졌지만 주로 처세가 는거긴 해요.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일 자체가 예전보다는 좀더 마음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하지 하고 막힐때가 있고요. 고양이는 몇년 후에 한번 집밖에 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는데 몇번이나 꿈도 꾸고 눈물도 나오고 했었네요.

뭔가 체계적으로 적고 싶었는데 어떻게 시작할지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었어요. 원래 쓴 이유는 나랑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 어떻게 극복을 해야하는지 알고 싶어서요.

사랑을 갈구하고 관심받고 싶어하는 아이들 이야기는 많이 아는데 나는 사랑을 구걸하는 애도 아니었고 떼쓰는애도 아니었어요. 지금와서 생각하면 차라리 떼쓰고 울고 했다면 상황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혀 아이답지 못해서 어른들도 거기맞게 대한건지도 몰라요. 잊고 산다고 생각하고 나는 분명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하는데 뜻밖의 일들에서 영화나 책 내용이나, 혹은 친구들의 아이들을 볼때라든가 갑자기 감정이 북받치면서 억울한 일들이 기억에서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어릴땐 그게 억울한건주 몰랐던게 나이가 들고서 알게되고 더 스트레스 받는 경우도 있어요. 이를테면 어릴땐 할머니가 그냥 나한테 나라서 장녀라서 어른스러워서 영리하니까 그런이유로 대했던 일들이 보통 며느리한테 하는 행동이랑 대입시키면 이해가 되는 그런 일들요. 어릴땐 그런걸 몰랐는데 나이드니까 아는게 많아지면서 새로운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나는 할머니의 삶도 이해하고 그당시로서 개인으로서 삶을 자신으로서는 최선을 다한건지도 모르고 ... 이해하려고 해요. 원망안하려고합니다. 그런데 한번씩 뜬금없이 밀려오는 서러운 감정들은 미움이나 원망같은게 아니예요. 그냥 서러운 어떤 감정이죠. 머리로는 이해하고 현재의 나에 집중해야 한다는걸 알지만 갑자기 밀려오는 감정들은 어떻게 할지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에서 오는 감정이랄까.. 이게 왜그런지 모르겠네요. 이걸 좀 어떻게 하고싶어요.

 지금은 차분합니다. 하지만 영화나 책에서 좋은 아버지나 화목한 가정 이라든가 하는 내용이 나오면 안봅니다. 보고 있으면 화가  치밀어요 - 이게 새로운 감정이예요. 어릴땐 우리집이 당연한것이고 화목한 남들이 이상한거라고 자체 납득을 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닌걸 압니다. 질투같은게 생겨나는거죠. 하지만 나는 나한테 가족이란 지금 내 가족 뿐인걸 알아요. 어머니는 위대하다 라고 하지만 그 위대한 어머니가 내 어머니가 아니면 나는 이번생에서 평생 가질수 없는거예요. 그래서 내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이상적인 가정이라든가 하는걸 보면 보기가 괴로워지고 화가나게 됩니다. 그리고  평소때는 그걸 본인도 잘 몰라요. 어떤 작은 거 하나가 닿으면 나도모르게 감정적으로 소리가 커지고 그러면서 내가 왜그러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굉장히 새로운 일들이예요.

내가 왜 이런걸로 화가날까. 사실 이해가 안되죠. 어릴때 비하면 지나치게 감정적이 된거고. 일반적 기준으로 지나친 감정은 아니지만요. 서른넘어서 거의 5년넘게 스트레스를 받아왔어요. 과거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그것때문에 괴로운데 나는 뭘해도, 일을 해도 술을마셔도 파티를 가도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그걸 계속 틀어주는 고문을 받는 느낌이요. 새벽 3시면 자다가 깨서 잠들지 못해요. 그 기억 레코드가 계속 돌아가서. 미쳐버리겠더라고요. 그때 계속 글을 쓰면서 생각하고 계속 생각하고 나름대로 분석하고 하면서 시간이 지나니까 이제 그런것들은 없어졌어요. 괜찮을때는 정말로 아무렇지 않고 생각지도 못한곳에서 불쑥 튀어나옵니다.

어릴땐 내가 정말로 똑똑한줄 알았는데 그런것도 아닌거 같아요. 나는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서 감정을 자제했던거 같은데 그건 지금 추측이지 사실 정말로 잘 모르겠어요. 왜그런건지. 그리고 그게 진짜 내 감정인지 억눌러서인지도 모르겠네요. 그 감정을 못느끼는 혹은 억눌린 어린애를 이해하고싶은데 이해가 안돼요. 내가 나를 이해못하면 안되는데. 그애가 불쌍하기도하고 약간 재수없기도하고 별로 사랑스럽지는 않네요. 하지만 끌어안아야 된다는 의무감은 있어요. 그래서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근데 그게 잘 안돼요.

제가 생각해도 순서가 뒤섞여서 엉망인데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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