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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때문에 참고 사는 게 미련한 일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훌훌털어내고 |2017.02.17 22:13
조회 2,857 |추천 31

부모이기 때문에 엄마이기 때문에
아무리 허울뿐인 아빠여도 아빠의 그늘이 있는 게 좋은 거라며
오만가지 사고란 사고는 다 쳐도 참고산 지 10년째..
시댁의 시집살이는 물론이고
맞벌이인데도 집안일은 제 몫, 심지어 쉬는 날에도 노예 부리듯 농사일까지 시키고
아이 낳고 결혼하게 되니 남의 동생 귀한 아들 인생 말아먹는 년이라는 소리도 듣고
결혼 후 바람피워서 이혼하자 난리치는 사람은 질타하지 않고
되려 저에게 등신같다 남자마음 하나 못 잡고 왜 사냐고 물었을 때
모두 다 버리고 나왔어야 했는데
참으면 나아지겠거니, 언젠간 진심을 알아주겠거니 하며 버텼습니다.
결혼생활동안 2번의 이혼요구에도 아이들을 생각하며 참아내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는데
이제와 돌아보니 너무 멍청하고 무지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놀기 바쁘고 총각행세하며 여자들이랑 술 마시러 다니고
게임에 빠져 외박하기 일쑤이고
본인의 스펙은 안되면서 좋은 직장 안정적인 직장 운운하며 결혼생활 10년동안 직업을 4번이나 바꾼 사람..
그럴 수 있다고, 너무 어린 나이에 아빠라는 말과 가장이라는 무게가 부담이 되어 그러는 것일 거라고
이해하고 이해하며 버티다 3번째 이혼을 요구하는 인간을 보며 정이 뚝 떨어졌어요.
첫번째 이혼요구는 바람, 두번째도 바람,세번째는 제 외모네요.
본인이 정말 대단한 줄 아는 사람인데 누구든 정신차리라고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이혼을 요구하더니 보란듯이 일주일에 3번이상 외박하고
길에서 여자랑 있는 걸 봤다는 주윗사람들의 말도 들리고
하다하다 대놓고 집에서 새벽 늦게 다정하게 통화도 하고..
더이상 참는 건 정말 바보같아 이혼서류를 냈고 다음달 초에 결정지으러 갑니다.
이혼서류를 내니 5번의 부부상담을 받아야 하는데
아이들과 제가 본인 인생에 걸림돌이며 심지어 둘째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아들이 있어야 한다고 아이 낳으라 해서 낳았다며
남 앞에서 저를 씨받이 취급을 하는데
내가 이번에 이혼을 안하면 혀 깨물고 죽는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아이들 학교도 다 옮겼고 전입신고도 끝났고 이제 이사만 하면 되네요.
아이들에게 이혼사실을 알렸을 때
큰 아이는 아빠와 헤어지는 것엔 감정이 없고 전학을 가야한다는 사실이 싫다고 울기만 했고..
아직 8살밖에 안된 아이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그래도 다행이라며, 원래 아빠는 집에서 잠만 자고 잘 못보는데
엄마아빠가 헤어져서 따로 살면 아빠가 약속했을 땐 잘 만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되려 좋아하던 아이를 보니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혼자서도 잘 키울 거라고 매일 밤 잠들기 전 스스로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결혼생활 하는 동안 이 사람이 언제 또 이혼하자고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 밤 깊게 잠을 자본 적도 없었고 항상 피 말리며 전전긍긍 살았는데
요즘은 마음도 너무 편하고 진작에 할걸 하는 후회도 들고 잠도 잘 잡니다.
엄마로써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을 100프로 만족시켜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제 자신을 사랑하며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렇게 글로라도 적어두며 제가 내린 결정이 잘한 일이라 믿고 싶습니다.
저 요즘 행복하거든요. 하루하루를 불안감에 살지 않아도 되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배우자 때문에 많이 마음고생 하시는 분들 힘내세요.
돌아보니 저는 남의 인생을 말아먹은 년도 아니었고
남자 마음 하나 못잡는 등신같은 년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몰라 위축되고 소심했던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여자였을 뿐이었습니다.
버려야 하는 건 언제고 버려야 하고 세상엔 분리수거도 안되는 쓰레기들도 많으니
본인을 더 사랑하고 더 아껴주고 당당하게 사시길 바랄게요.
많은 분들이 추운 날에도 항상 따뜻하시길 기원합니다.
추천수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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