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아내분 입장이에요.
저는 남자친구랑 있었던 일이라 모든 일이 백프로 맞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비슷하네요
전 지금 아내분이랑 비슷한 이유로 남자친구와 모든 연락을 끊고 제 인생 사는중이에요.
연애 초에는 제가 남친을 진~짜 좋아했어요.
제가 외국에 사는데 여기서 진짜 얘만큼 성격좋고
부모님 사이 화목하고 집안 좋고 잘 살고 스펙 좋고 나한테 잘해주고
심지어 잘생기기까지한(!) 한국남자 찾기 힘들거든요.
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퍼주고 퍼주는 호구스타일이라 얘한테 진짜 최선을 다했어요.
그리고 내가 얘보다 못하다고 생각해서 얘가 떠날까봐 더 잘하려고 했어요.
(비슷하게 아내분도 본인이 남편분보다 벌이가 안 좋으시니까 더 더 노력하셨을거에요 제가 장담합니다)
2시간 떨어져사는 우리 엄마가 해준 반찬들 얘네 집에 퍼다나르고
(얜 부모님이 한국에 계셔서 못해주시니까.. 안쓰러워서ㅠㅠ)
하루종일 밥 못 챙겨먹을까봐 피곤해서 죽을거같은데도 얘네 집에 가서 밥해주고 오고
생일이나 기념일 꼭 챙겨주고, 그 외에도 돌아다니다 예쁜거 있으면 꼭 사다주고 사다입히고
얘가 아프면 다음날에 중요한 시험이 있어도 인터뷰가 있어도 밤새 간호해주고 난 다음날 망하곸ㅋㅋㅋ
남친이 많이 늦둥이라 애기같은 면이 있어서 저한테 많이 기대고 전 맏딸이라 제가 많이 챙겨줬거든요.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얼마나 잘했나면
옆에서 친구들이 보면서 너넨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 엄마와 아들 사이같다곸ㅋㅋ 할 정도였어요.
그땐 그게 뭐가 좋았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왤케 바보같을까요
그땐 하나도 안 아까웠어요.
제가 너무 좋아하기도 했고 얘도 저한테 잘했거든요.
항상 저한테 고맙다는말을 입에 달고 살고,
제가 챙겨주는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가 만족할만큼 잘했어요.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성격이 잘 맞았던게 아니라 제가 일방적으로 맞춰준거였어요.
(남편분은 시댁하고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내분이 일방적으로 맞춰주셔서 그랬던거처럼...)
얘가 좋으면 나도 좋으니깤ㅋㅋㅋ
얘가 좋아하는거, 원하는거 다 해주려고 노력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남친이 많이 무뎌지더라구요.
내가 자기한테 해주는게, 얘라서, 내가 좋아하는 애니까
내 시간 쪼개고 쪼개서 만나고 노력하는거라는걸 잊어버렸어요.
그냥 넌 늘~ 이렇게 해왔으니 계속 이렇게 해주겠지~ 이런 마인드인게 저한테 보였어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진짜 자존심 상하고 속상하더라구요?
그리고 남편분이 예를 드셨던 성격차이, 저랑 제 남친하고 진짜 너무 똑같아요.
남친은 화가 나면 바로바로 풀고싶어하고
저는 화가 나도 그 상황에서 바로 화내는게 아니라 참고 삭히는 편이에요.
저희도 그거 때문에 진짜 많이 부딪혔어요.
설거지 문제로 싸우셨던거, 아내분이 그냥 말할 수도 있었던걸
"왜 그리 돌아가고 문제를 크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죠?
제 생각이 맞다면 아내분은 남편분이 설거지같은 "사소한" 일들은 당연하게 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사소한"거까지 말하고 싸우면 쪼잔해보일까봐 안하셨던거에요.
저도 하루하루 남친의 행동때문에 서운해지고 속상해져서
참다참다 한 번씩 나 이래서 서운했어.. 라고 얘기하면
원했던 "아 그래? 그건 진짜 미안해 내가 더 노력할게"라는 말이 아니라
"넌 왜 그런거 가지고 서운해해? 그렇게 살면 피곤해" 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리고 자기도 할 만큼 하고있는데 왜 내 노력은 무시하냐고.
그러다보니까 저는 "사소한거 가지고 트집잡는 애"가 안 되려고
서운해도 속상해도 속으로 삼키는게 버릇이 됐고
당연한걸 요구하려해도 미안하고 죄책감 들어서 아~ 이정도는 괜찮지... 생각이 들었어요. 세뇌당한건가...
아이러니하죠? 남친이 바로바로 풀자해서 속마음 털어놨더니,
아예 절 이상한 사람 취급해서 전 더 꽁꽁 숨기게되는 뫼비우스의 띠ㅋㅋㅋ
저 나중에는 피말라 죽을거같은 느낌이었어요. 벽하고 얘기하는 느낌.
내 얘길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태도.
자기가 잘못했다는 자각이 없으니까 듣는다해도 달라지는건 없고.
남편분 마인드하고 똑같죠??
한 번씩 아내분이 참다못해 남편분한테 남편분이 원하시는대로 불만을 얘기하면,
"당신은 조그만, 사소한, 쓸데없는, 쪼잔한, 일들을 트집잡고 문제삼는다" 라는 반응이 돌아왔기때문에
더 이상 안 하고 마음속에 담아두시는겁니다.
괜찮아진게 아니라 포기한거에요.
본문에도 아내분이 속상하셨던 몇몇 일들을 나열해놓고
"섭섭해 하는 사건들이 너무 작은 문제라 이런것가지고 이혼을 하자 그러는 아내가 답답합니다." 라면서요.
이거, 아내분이 "갑자기" 변한게 아니라 참다참다 터진거에요.
여자한테 "갑자기"는 없어요.
님은 대수롭지 않게 넘긴게 아내분한텐 완전한 무관심이었고 굉장한 상처였겠죠.
님은 시댁식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아내분과의 관계에서도 최선을 다했겠다고 생각하지만
아내분에겐 부족했고, 아내분이 불만을 얘기할때마다 별 생각 않고 넘겼겠죠.
왜냐? 난 잘하고 있는데 얘가 트집잡는거니까.
난 잘못 없고 얘 문제니까.
아내분이 얘기하신게 너무 작은 일이라구요?
그 작은게 쌓이고 쌓여서 지금 이 지경까지 온거에요.
님이 괜찮았다고 아내분도 괜찮았던게 아니라구요.
왜 님이 했던 행동이나 (아니면 아무것도 안 했던 행동...) 언행들은 뒤돌아보지 않고 아내탓만 해요?
제발, "내가 잘못했을 수도 있고 그거때문에 아내가 힘들었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좀 하고 살아요.
제발 제발 자기 잘못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ㅠㅠ
"난 잘했는데 얘가 까탈스러운거야" 이런 마인드로 살지 말아요.
당하는 입장은 내 편 들어줄 줄 알았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느낌이에요.
진짜 내가 얘한테 아무것도 아닌 느낌?
난 얘가 내 1위인데 난 얘 안중에도 없는 느낌?
내 문제는 얘한테 별 일 아니구나...
얘가 더 이상 나한테 마음이 없구나
근데 왜 난 얘한테 아직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
난 얠 아직 좋아해 근데 얜 날 안 좋아하잖아
왜 날 안 좋아하는 사람을 놓지 못하지??
자존심 상해서 죽을거같고 너무 속상해서 매일매일 울다가
어느 날부터 연락을 줄였어요.
며칠동안 그렇게 뜸하게 연락하다가
자기가 생각해도 이상했는지 친구들한테 물어보더라구요. 쟤 왜 이러냐고.
지금 남편분이 하고계신거랑 똑같아요.
그때 딱 마음이 식기 시작했어요.
얘 때문에 이렇게 속이 끓고 이렇게 내 시간 희생하면서까지 얘한테 맞춰줬는데
얜 내가 힘들었던것도 몰랐다는게...
내가 얼마나 얘한테 중요하지 않은지 말해주는거같아요.
전 연애하고있는 남자친구가 저 힘들걸 헤아려주지 않는게 이렇게 속상하고 서운한데
하물며 결혼하신 아내분은 남편분 행동이나 처신이 얼마나 아팠을까요
제발 난 너한테 이것도 해줬고 저것도 해줬는데 넌 왜 만족 못해, 가 아니라
자기가 뭘 "안" 해줬는지도 생각해보세요.
아내분이 저렇게 나오시는건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