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자리였다. 고백컨데, 20대의 중반을 달리던 나의 무료함이 불러온 자리였으며, 어떠한 기대없이 시작된 만남이었다.
마침 추석 보름달이 환하게 뜬 밤이었고, 나는 그녀에게 달이 참 예쁘게 떴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녀는 오랜만남 후에도, 그 인사가 그리 별났다며 나를 놀리곤 했었다.
그녀는 빛나는 사람이었다. 친화력이 좋았고, 반짝거리는 눈으로, 자신은 아직도 어린왕자가 좋다며, 그림책의 삽화를 가느다란 손으로 쓸어넘기곤 했었다.
나는 이성을 추구했지만, 감성을 동경했다. 반짝거리는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를 이해하진 못했다. 그녀의 친구들은, 별과 철학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녀를 설득했다.
나는 분노했고, 익숙치 않게찾아온 감정의 폭포는 당신을 휩쓸려 보내버렸다.
1년후 이삿짐을 꾸리던 날, 먼지 쌓인 나의 짐안에는 그녀가 자신의 보물 1호라며, 꼭 돌려달라고 말했던 어린왕자 책이 있었다. 표지는 여전히 푸르른 빛이었지만 먼지 쌓인 책은 내가 이 책을 다시 펼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을 먼저 들게 했다. 나는 그날, 당신과 함께 해서 행복했었노라고 작은 쪽지를 남긴채 아직 살고 있는지 어쩐지도 모르는 그녀의 집앞에 책을 놓고 왔다. 나는 분명 무언가를 기대했을 것이나, 또한 외면하였다. 그것이 당신과 나의 마지막 이야기였다.
오늘은 달이 유난히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