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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가는 중이다 너를

B |2017.04.05 04:17
조회 4,716 |추천 12
징하게도 만났다. 만남과 헤어짐을 끝없이 반복하며 지겹게도 만났다. 그리고 결국은 헤어졌다. 아직 실감하지 못 하지만 결국엔 헤어지고 말았다.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부둥켜안고 끙끙거리던 시절 너를 만나 참 따뜻한 겨울을 보냈지 싶다.

모두에게 너를 자랑했고 그런 자랑스러운 네가 사랑스러워서 매일매일이 봄이었다. 다투다가도 네 눈물에 세상이 무너졌고 억장이 무너졌다. 너와 보낸 모든 날들이 맑음이었다. 해보지 못 한 것들을 너와 처음 겪었고 상처 투성이였던 하루하루에 포근함을 덮어두어 나를 편히 쉬게했다.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천국이지 않을까 어디든 내 세상이지 않을까 싶어 언젠가 네게 부탁했다. 꼭 나를 아내로 맞아달라고, 우리 언제까지나 함께하자고. 그런데 시간이 참 무섭더라 아주 잠깐은 나를 위해 네 이기심을 거두었던 것 같은데 잠깐 뿐이었다. 잠깐이 흐른 뒤로부터는 넌 늘 이기적이었다.  오래간의 외로움이 사라지니 잠시 들떴을 뿐이라는 걸 사랑이 아니었음을 눈치챘다. 그래도 선택의 여지 없이 널 사랑했다. 

지독히도 이기적인 네게 사랑받으려 한참을 홀로 속앓이했고 홀로 울었다. 일에 받은 스트레스부터 살면서 받는 스트레스까지 내게 풀어대는 네게 그래도 좋다며 웃었다. 나를 사랑하긴하는 걸까 의구심이 치미는 밤엔 애써 네 흔적을 찾아 그 흔적에 취해보려 애를 썼다. 그렇게 버티고 버텼다. 영영 내 아픔을 몰라줄 것 같던 네가 미안하다며 내 앞에서 엉엉 울던 날 참 이렇게 비참할 수가 없지 싶었다. 난 결국 네게 이제와 이러지 말라며 밀어냈지만 결국은 그랬지만 아직 어린 내 마음은 그리 모질지 못 해 또 만났다. 다시 만난 넌 지나치게 내게 친절했고 난 그 친절함에 또 다시 너를 사랑했다. 애써 비워낸 마음에 또 다시 너를 채워냈다. 내 안에 가득 찬 네가 내 가슴을 아리게 찔러대기에 너를 흘려보냈는데 너는 또 다시 내 안에 가득 차올랐다. 참 우습더라 수많은 밤을 울어대며 널 원망하던 내 아픔들이 네 작은 친절에 사그라들었다는게 더없이 우스웠다. 그리고 무서웠다. 언제 또 네가 변해 나를 찔러댈지 몰라 두려운 마음에 애써 마음을 닫으려 애쓰고 또 애를 썼다. 너를 사랑하지만 그 전에 네가 두려웠다. 그렇게 마음을 다 열어주지 않는 내게 넌 지쳐 나가떨어졌다. 난 나로인해 아파하는 너를 보며 이전의 나를 보았다. 그래서 또 모질지 못 했다. 그래서 너를 붙잡았다.

우리는 그 후로부터 변했다. 매일 지치지도 않고 다퉜고 서로를 쏘아대고 밀어붙였다.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길가에 주저앉아 오열하고 서로에게 상욕을 뱉어내고 참 어렸다. 겨울 내내 따뜻하기에 안심했건만 가는 겨울이 질겼다. 우린 그렇게 매일 헤어졌고 또 다시 만났다. 그렇게 만나고도 난 너를, 넌 나를 만족하지 못 했고 그게 우릴 매일매일 갈라놓았다.

겨울이 암만 길어야 봄은 오겠지 하며 간절히 봄을 기다렸건만 결국은 우리에게 봄은 오지 않았다. 넌 작은 일에도 언성을 높여 소리지르고, 욕설을 뱉고, 손을 들었다. 그 손으로 나를 치지는 못 했지만 그 손으로 나를 협박했다. 너는 내게 입 다물고 옆에서 네 노리개가 되길 원했다. 네가 원할 때 웃고, 네가 원할 때 자고, 네가 원할 때 입 다물고 화풀이 상대가 되고, 네가 원할 때 사랑을 속삭이는 너만을 위한 내가 되길 원했다. 나는 그런 네 바램에 점점 말라갔다. 그래서 네게 매일 사과했다. 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서 내게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고 몰아붙이는 네게 숙였다. 내 잘못이 맞더라도 아니더라도 나는 사과하고 또 사과하며 너에게 사랑받기를 포기했다.
그렇지만 널 사랑했다. 안간힘을 다 해서 사랑하려고 애를 썼다. 작은 다툼에도 내게 꺼지라며 떠나가도 네게 매달려 있는 잘못 없는 잘못 다 빌어댔다. 아주 작은 잘못에 온갖 욕을 듣지만 넌 네 작고 큰 실수에 진심으로 미안해하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모든 과정에 익숙을 덮어냈다. 나는 그렇게 천천히 사랑 없는 이기심과 헌신뿐인 이 관계에 천천히 마음을 비워냈다. 진작 예상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또 한번의 봄은 오지 않을 거라고
재미삼아 네이트판을 들여다보던 내게 그딴 거 왜 보느냐고 비하하던 너이기에 이 글을 볼 수 없음을 확신한다. 그렇지만 혹시나하는 마음에 정말 혹시나하는 마음에 나를 적셨던 사랑이 끝난 뒤 간단한 소감문을 작성해본다. 여전히 이 사랑이 말라간 것에 네 잘못따윈 없다고 확신하는 네게 나 잘 살아보겠다고 안부 한 번 전해보려고 나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안면 없는 사람들에게 응원 좀 받아보고 싶어서 써본다.

헤어진 뒤 매일 네 연락을 기다렸다. 혹여나 울리는 카톡 알림이 전화벨이 너일까 애타게 기다렸다. 그런데 넌 오지를 않더라 올 기미가 보이질 않더라 그래서 너무 비참해서 눈물도 나질 않더라 그저 네가 정말 날 사랑했던가 의구심이 치밀더라... 그래서 네가 참 괘씸하더라. 그래서 이 끝없는 이 속끓는 기다림에 끝을 내려고 한다. 네가 내게 안부 없이 가고자하는 길로 홀로 가버렸듯이 나역시 내가 가고자하는 길로 나 홀로 가보려 한다. 더는 네 연락을 기다리지 않으려고 한다. 너는 너와의 추억에 얽메이지 않으려고 한다. 너를 향한 내 지독한 짝사랑을 매듭짓기 위해 매듭법을 배워보려고 한다. 넌 내게 더는 못 해 처먹겠다며 꺼지라며 이 긴 사랑에 안녕도 안부도 남기지 않았지만 난 남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네가 조금은 그리운 마음에 애가 타지만 그래도 더는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 정말이지 정말 죽어라 열심히 사랑했다. 행복하지 말아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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