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일반고 다니는 18세년이야
난 중학교에서 먼 데로 고등학교를 와서(일반고라 뺑뺑이니까) 같은 학교 온 중딩때친구가 딱 두 명뿐이야.(이 두 명도 사실 별로 안 친해. 같이 다니는 애들도 완전 다르고)
그래서 고1 3월에 난 진짜 필사적으로 나랑 맞고 나랑 같이 다닐 친구들을 찾았어.
그래서 어지간히 맞겠다, 싶은 애들 3명이랑 친해지게 된 거지.
그래서 나 포함 4명이 같이 다니게 되었던 거지.
근데 나 포함 3명은 문과 가고, 한 명은 이과를 가게 되어서 층수도 갈리고 반은 당연히 갈렸거든.
고2되서 내가 학교에서 맨날 체육복입고 개드립치고 몸개그하는 그런 ㅂㅅ축에 속해서 웃긴 거 좋아하는 애들이 다가와주고, 작년에 동아리나 학생회에서 친해진 애들이 다가와줘서 난 올해 학교생활을 아주 순탄하게 시작했어.
이제 알 거 다 아는 나이니까 학업에 열중하면서 적당히 친하게 지낼려고 했어.
근데 작년에 나랑 같이 다닌 애 중에 이과 간 애 있다고 했잖아?
걔가 성격이 좀 소극적이고 사회성이 많이 낮아. 낯도 잘 가리고. 그리고 약간 이기적인 면도 있어. 뭐 이기적인 성격인 건 누구나 있을 수 있으니깐 이건 이해해.
근데 3월 2일 딱 새학기 시작부터 작년에 같이 다니던 우리 3명 보고 쉬는시간마다 자기 반으로 찾아와서 놀아달라는 거야.
혼자 이과로 떨어져서 반에 아는 애가 1도 없는 애라서 계속 찾아갔지.
우린 진짜 종치자마자 교과서 필기만 마치고 다 다른 반인데 셋이서 만나서 계속 한 층 내려가서 걔 반에 찾아갔지.
같은 반 애들이랑은 하루에 다섯 마디도 못 섞어.
밥도 그 3명이랑 같이 먹어야 했거든. 그러니 말할 시간은 체육시간 정도뿐인거야.
나는 걔를 이해했지. 혼자 떨어졌으니 외로울 거 아니야.
근데 우리가 계속 찾아가는데도 걔가 자꾸 화를 내는 거야.
왜 이렇게 늦게 오냐고, 나 반에 친구도 없는데 나 불쌍하지도 않냐고.
교무실로 선생님들이 부르셔서 상담해서 못 갔을 땐 엄청나게 삐져서 왜 성실한 척 하냐고, 그럼 말을 하고 가야 될 거 아니냐고.
그래. 필기만 마치고 다른 반 2명 만나는데 3분 정도 걸려서 계단내려가서 걔 만나는데 5분은 지나지. 5분동안 외로웠겠지. 말 섞을 사람 하나 없이 혼자 앉아있고.
그래서 우리가 종치고도 5분동안 걔랑 있어줬어. 걔네 반 선생님 교실 들어오실 때까지 계속 있어줬어. 우린 맨날 혼나고.
등교도 4명이서 같이 해야하는데 아침엔 걔가 항상 저기압이야. 자기 반에 들어가기가 너무 싫대. 지옥같대, 자퇴하겠대, 시골로 전학가겠대, 반 바꾸겠대.
우린 항상 그 고민을 들어주면서 진지하게 위로해줘.
안 그러면 걔가 또 짜증내서 분위기만 나빠지거든.
그러다가 걔는 일주일쯤 지나니까 같은 반에 친구들이 생기더라.
그래서 한 번 쉬는시간에 안 찾아갔더니 그 뒤에 엄청나게 화내고 삐져버렸어.
왜 안 찾아오냐고. 같은 반 친구들이 자기 싫어해서 나 왕따인데 왜 안 찾아오냐고.
그래서 그 뒤로 한 번도 빠짐없이 계속 가줬어.
등교시간, 쉬는시간, 점심시간, 하교시간 전부 걔랑 같이 있어주면서 3분의2는 걔 짜증이랑 화를 들어주는거지.
3월 내내 그 상황을 지속해나가면서 나머지 두명은 점차 지쳐갔어. 자기들도 힘든 거지. 반에도 친구들이 있는데 항상 걔한테 가줘야하니까 같은 반 애들한테도 미안하고.
나도 지쳤지만 걔가 불쌍하고 미안하고 외로워보여서 내색 안 했어.
친구의 고민을 진심어리게 들어주는 게 옳다고, 그게 친구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다가 3주 전에 내가 남자친구랑 헤어진 날이어서 기분이 너무 안 좋았거든.
그 전 날 밤에 펑펑 울고 학교 왔던 거였거든.
그래서 점심시간 내내 우울해서 밥 먹으면서 조용히 있었어.
근데 걔가 점심시간 내내 나한테 오지도 않고, 말도 안 걸었고, 쳐다도 안 봤어.
원래 그런 애야. 항상 내가 먼저 밝게 말 걸어줘야 하는 앤데 내가 말 안 하니까 걔도 나한테 말 안 건 거지.
그래놓고 다음날 내 인사를 무시하는 거야.
내가 반으로 찾아가도 다른 반 애들 2명이랑 같이 뛰어가버리는거야.
내가 진짜 황당하고 이유를 모르겠어서 다른 애를 통해서 이유를 물으니까, 자기한테 말도 안 걸어주니까 화났대. 엄청나게. 왜 자기를 무시하느냐고.
그 뒤로 난 사과하고 그 점심시간 때 왜 우울했는지 이유를 말하려고 계속 찾아가고 계속 전화했어.
근데 정색하면서 "너랑 할 말 없다고" 하면서 그냥 다른 애랑 뛰어가 버리는 거야.
일주일을 지속하면서 난 많이도 울었어.
걔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내 말을 들어주지 않고 화부터 내는 걔한테 너무너무 화가 났어.
근데 걔 욕을 누구한테 할수는 없는거야. 내가 쪼잔한 것 같고 걔가 하는 행동이 당연한 것 같고. 뒷담을 하는 건 나쁘잖아.
시험기간인데도 계속 눈물이 나와서 공부에 집중이 안 됐어.
어떻게 해야하는지 통 모르겠으니까 수업시간에도 눈물이 나오더라.
그리고 내가 결국 화장실에서 펑펑 울면서 걔한테 진심을 다해 사과를 했어.
나 우는 건 걔도 처음봐서 약간 당황했었나봐.
울면서 "내가 다 잘못했어. 아무리 내가 기분 나빠도 다른 사람 기분까지 해치면 안 되는 거였는데 말도 안 걸고 무시한 것처럼 행동해서 진짜 미안해.. 진짜 미안해" 계속 사과했거든.
근데 그 뒤로 더 말하려 했는데 나머지 2명 데리고 화장실을 나가버리더라.
너무 서러워서 계속 울었어, 그 자리에서.
내 사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관 없는 친구들이랑 생판 모르는 애들이 화장실에 들어왔을 때 왜 우냐고, 뭣 때문에 그렇게 우냐고 위로해주는 것조차 서러웠고, 아무 관계없는 친구들이 내 우는 모습을 보니까 창피하고 미안하더라.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걔가 내 사과를 받아준 건지, 무시하지는 않더라구.
난 그것이 가뭄에 단비 내리는 것처럼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시험기간에도, 시험이 시작하기 전 날까지 난 혼자서라도 걔 반에 찾아가줬어.
어제 시험이 끝났으니 다음주부터 다시 걔 반에 찾아가서 아직도 계속되는 걔 고민을 들어줘야 해.
그런데 이젠 나도 너무 힘들다.
같은 반 애들도 좋은 애들 많은데, 그 애들이랑도 많이 놀고 싶고 점심시간도 같이 보내보고 싶어.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 좀 해줘.
긴 글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