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취업한지 두 달 된 평범한 20대 직딩 여성입니다.
이번 5월 첫째주가 황금연휴였잖아요? 취업하고 처음맞는 휴가라서ㅋㅋ 비록 모아놓은 돈은 없지만, 첫 여행을 가기로 했죠. 제주도로요
제주도에는 저보다 10살 많은 사촌언니가 살고 있어요
언니와는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입니다. 언니는 결혼해서 두 딸이 있는데 저는 특히 첫째조카(11살)를 많이 아꼈어요.
주변에 조카사진을 보여주며 자랑도 했고 실제로 조카와 평소에 자주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
여튼 각설하고 제주도로 휴가를 가기 전 저는 나름 계획을 짰습니다. 예산도 짜놓고 게스트하우스 잡을 생각에 들떠있었습니다.
제주도에 가는 김에 언니도 보고 조카들에게 어린이날 선물도 전해주고 싶어서 출발 며칠 전 언니에게 전화를 했어요
근데 언니가 연휴동안 언니 집에 머물라고 하는 겁니다 “뭐하러 게스트하우스를 잡냐. 예약취소하고 우리집에서 묵어~”라고요
진짜 고마웠죠. 아무리 가까운 사촌동생이어도 제가 친동생도 아닌데 며칠간 언니집에 머물러있는게 언니로서는 달갑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고맙기도 했고 조카들을 볼 생각에 설렜습니다.
첫째 조카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뭘 갖고싶냐고 하니 책이 갖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출발 하루 전 책도 사고 제가 입을 옷도 겸사겸사 사려고 나왔습니다
무슨책을 갖고 싶은지 전화하고 나서 30분이 좀 안 돼 폰을 봤는데 조카한테서 부재중전화가 7통와있었습니다. 무슨일이 있나 놀라서 다시 걸어보니 책부터 빨리 사달라는 거였습니다ㅠㅠ
"이모 옷 산다고 하셨는데 빨리 책부터 사주세요. 까먹지말고 가방에 꼭 챙기시고요"
본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달라진 조카의 말투에 당황스러웠지만..ㅋㅋ 에휴 어리니까 그럴수도 있지하고 넘겼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휴가당일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했어요.
밤에 도착했기 때문에 첫째 날엔 저녁을 먹고 잠들었어요.
다음날 본격 제주도를 즐기기 위해 아침에 사촌언니,두 조카와 함께 산에 올랐습니다. 형부는 일 때문에 바빠서 못가셨고요.
근데 중간에 언니는 어린 둘째조카 때문에 먼저 내려갔습니다
언니가 저는 조카랑 더 놀다 집에 오라 했습니다. 이제 저랑 첫째조카만 남았죠. 그런데 언니가 가고난 후 조카의 태도가 싹 돌변했습니다....
갑자기 카트를 태워달라 떼를 쓰는겁니다. 별로 타고 싶지 않았지만 어린이는 어른과 동승을 해야만 탈 수 있다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탔습니다.
근데 타고나서 하는말이
"아 재미 없어요 아빠가 태워주는건 재밌었는데..
" 입이 삐죽나온 조카의 모습을 보고 저는 미안해서 "이모가 운전을 잘 못해서 그래^^;이렇게 내 돈으로 카트를 태워줄 수는 있지만 재밌게 해주지는 못했네 미안해"했습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내내 계속 재미없다며 혼잣말을 하더군요ㅠㅠ 그래도 뭐 여기까진 그러려니 했어요.
그다음엔 전동휠이랑 말도 태워달라고 합니다. 근데 제가 취업한지 얼마 안 된 시기였기 때문에 가격이 부담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돈을 번지 얼마 안돼서 돈이 좀 모자라 부담된다 말했죠.
정말 미안하다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조카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이모가 돈 쓰는건 다 해줄수 있다매요!! 왜 안되는데요?"
아까 '이렇게 내 돈으로 카트를 태워줄 수 있는데 재미있게 못해줘 미안하다'는 말을 두고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결국 나중에 말을 같이 타게 되었는데요 제가 몸무게도 30kg대이고 부끄럽지만 정말 저질체력입니다... 조카 데리고 다니며 급속도로 지쳐만갔습니다ㅠ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그 다음날이 됐습니다. 저는 중문쪽을 구경할 계획이었어요.
이 날 어떻게든 조카를 데려가지 말았어야 했는데..제가 가는 데 무조건 같이 따라나가겠다는 조카와 둘이 가서 즐기고 오라는 언니의 말에 차마 혼자나가겠다는 말을 못하고, 조카를 데려가는 일생일대의 실수를 하게됩니다.
그 날 언니는 저에게 택시로 이동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 교통비로 쓰라며 5만원을 줬습니다. 전 그걸 조카보고 갖고 있으라 했습니다.
전 “일단 이모 돈으로 쓰고, 이거는 비상금으로 쓰자. 돈 남으면 네가 갖거나 엄마께 다시 갖다드리자”라고 했어요
저흰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도 역시나 조카는 바다앞에서 계속 재미없다며 떼를 쓰더군요
바다를 더보고싶었지만 오래 못있고 옆의 공원으로 옮겼습니다. 이틀동안 꽤 쓴돈이 있었기 때문에 공원 입장료가 부담이 됐습니다. 그래서 조카에게 'ㅇㅇ이 입장료만 우리 비상금을 쓰자'고 했더니
조카는 "아 이 돈을 꼭 써야돼요?" 라는 겁니다.
그래서 전 "이모가 여행경비를 ㅇㅇ 이정도 갖고 왔는데, 우리가 어제 카트도타고 이것저것 하느라 돈을 좀 많이 썼지않니? 앞으로 또 할 것도 남아있으니까 지금 쓰고 다른 재밌는 거 해줄게"라고 했습니다.
마지못해 돈을 꺼내더군요. 아 동전지갑 열기 싫은데..라면서요
공원에 들어가서는 본격적으로 제게 돈을 요구했습니다. 몇 번 씩이나 계속되자 저는 한번 강하게 말해줘야겠다 생각했어요ㅠㅠ
"ㅇㅇ아 이모가 돈을 조금밖에 안가져와서 미안해. 너도 알다시피 이모는 취업을 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래. 이거이거만 하고 다른 건 하지 말자"
그런데... 그 다음에 조카가 대답으로 한 말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이모, 그래도 저희때문에 교통비랑 잠자는 비용(숙박비)은 아꼈잖아요”
순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내가 조카 집에서 잠을 잤기 때문에 조카가 3일동안 내 지갑을 그렇게 열려고 했던건가... 순간 멍해졌어요
결국 조카 먹을 것을 사주고 잠수함을 타러 갔습니다. 잠수함타러 가서도 얘기가 참 많은데...그냥 지금까지와 같은 패턴이라 생각해 주세요.
이날 밤 집에 도착했어요. 내가 이러려고 여행을 왔나 라는 생각도 들고 조카의 언행에 실망해서 조카를 위해서라도 이런건 짚고 넘어가야겠다 생각했어요
조용히 언니를 불러서 "오늘 이러이러한 일이있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한마디라도 했다면 즐거웠을텐데 나에게 당연하다는듯이 이것저것 요구하고 떼를 쓰더라" 라고 말했죠. 11살 조카 상대로 내가 무슨말을하는가 싶다가도 며칠간 계속 시달려서 그런지 말할건 말하고 넘어가야겠더라고요
사촌언니는 제 앞에서 조카를 불렀습니다. 그러자 조카는 마지못해 제게 고맙다고 하고서는 갑자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도 이모한테 고맙다고 말하려고 했는데..이모 가방에 담배를 보는순간 제가 정말 많이 실망했어요. 그래서 머릿속에 오늘 하루종일 그 생각밖에 안났어요.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이모한테 고맙단 말을 못했어요"
네. 저는 흡연자입니다. 하지만 사촌언니네 집에 와서 담배는 꺼내지도 않았어요.
첫째날 저녁 제가 짐정리하는데 조카가 제옆에 오더니 제 가방안을 보고서 그때 담배를 봤던 겁니다. 조카 말로는 제가 담배를 피우는걸 알고 너무 실망해서 그렇게 행동했다고 합니다.
사촌언니는 "얘가 너 담배피는걸 보고 실망이 정말 커서 그랬나봐. ㅇㅇ이(조카)가 담배를 정말 싫어하거든. 너도 이참에 담배 끊어"
결국 이야기는 기승전 금연해라로 끝났고 언니는 저에게 비상금 5만원 중 남은 2만원을 주며 이건 그냥 저보고 가지라 했습니다.
근데 언니가 잠깐 자리를 비우자 조카가 저를 똑바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모 그래도 2만원은 버셨네요"
그때부터 집에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어차피 다음날이 집으로 가는 날이었고,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저는 잘 준비를 했습니다.
근데 여기서 제일 빡치는 사건이 터집니다.
사촌언니가 누군가와 전화를 하더니, 갑자기 지금 형부 회사사람들이 온다는겁니다.
얘기를 대충 들어보니 오래는 안 계실것 같고 언니는 저보고 추리닝 말고 옷을 갖춰 입는게 좋을 것 같다 했습니다.
그리고 형부와 회사사람들이 왔습니다. 술에 좀 취해 보이는 남자 두 분이었습니다. 두명다 나이는 제 또래 같았어요
그 두명을 a,b라고 할게요. 그런데 사촌언니가 뜬금없이 거기서 제 외모칭찬을 하는겁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요..
글 읽으면서 눈치채셨는지 모르겠는데 제 성격이 많이 소심합니다.
기분나쁜 게 있어도 겉으로 티를 못내는 편이고, 무엇보다 낯을 정말 심하게 가리는편입니다. 그리고 사촌언니도 이런 제 성격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근데 처음보는 술취한 사람들 앞에서 언니가 저를 가르키며‘얘 눈이 진짜 크다 너무 이쁘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니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ㅜㅜ
그런데 언니가 그럴때마다 a라는 사람이 계속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시선을 돌리거나 고개를 숙이더군요
마치 '쟤가 뭐가 이쁘다는거지'이런 반응인 것처럼 보여 굉장히 민망해졌습니다.. 언니가 말을 멈춰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그만해달라고 말했어요.
근데 b가 "사실 저희가 이 집에 오기전부터 그 칭찬을 계속 듣고 왔었거든요"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더니 형부가 당당하게 하는말이
"사실 a가 여자친구가 없어서 처제 너랑 인사시켜주면 좋겠다 싶어서 데리고 왔어. 내가 계속 자랑했거든 우리집에 처제가 왔는데 이쁘다고"
네 바로 이게 형부가 오늘 회사사람들을 집에 데려온 목적이었다는 겁니다. 저한테는 일언반구도 없이요. 제의사는 묻지도 않고요.
순간적으로 불쾌해서 난생 처음으로 사람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왜 제 외모나 저에대해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했냐고ㅋㅋ라고요..
순간 분위기가 좀 민망해져서 전 사과를 하고 분위기를 무마시키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호구가 따로없죠
전 회사사람들에게 “죄송하다”며 “칭찬 많이듣고오셨는데 저보고 실망하셨겠어요. 미안해요 한잔해요!”라며 말을 돌렸어요.
그리고 a.b가 자리에 없는사이 사촌언니에게 말했습니다. '저 a라는 사람은 왜이렇게 실망한걸 티를 내는지 무례한거아니냐. 난 남자들이 집에 오는 것도 몰랐고 잘준비나 했었는데 지금 이상황이 몹시 당황스럽다‘는 식으로요
그랬더니 형부가
"a가 원래 안그런데, 오늘 좀 많이 취해서그래. 오늘 우리 소주 7병 먹고왔어"
아니 그럼 술을 애초에 그렇게 쳐먹었으면. 집에 오지 말아야 되는거 아닌가요?
더군다가 어린 조카 둘도 깨어있는데...
백번 양보해서.. 아주 만약에, a,b 입장에선 형부가 회사 사장님이니까 딱히 거절을 못해 그냥 끌려온 거였다면 그 사람들 잘못은 아니겠지만 술 많이 먹은 사람들을 굳이 저 보여주겠다며 데려온 형부가 도무지 이해가 가질않았습니다..
저는 사촌언니가 거기서 화를 내주며 이 상황을 막아주길 바랬습니다.. 근데 오히려 저한테 "ㅇㅇ야 우리 이따 나가서 같이 놀자. 나이트 클럽가자"라고 하더군요.
분위기 깨더라도 그냥 들어가서 잔다고 해야되나 밖에 나가버릴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었는데 분위기 어떻게든 맞추려고 애썼습니다.
저랑 둘째조카랑 같이 노래도 불렀고요.... 지금생각해보니 이런 호구가 없네요...
밤 늦은 시간, 그 회사사람들은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사촌언니랑 조카들은 방에 들어가 잤고요
그런데 갑자기 형부가 저에게
"야 너가 이제 몇살이지? 너는 이제 시집 못가겠다~너는 남자 조금만 맘에 안들어도 다 차버리고 그럴거같아.너 연애는 해본적 있냐?" 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래서 "형부 이 상황은 제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언짢을 상황이에요"라고 했습니다.
근데 형부는
"그래도 ㅇㅇ이 너가 그렇게 흥분하고 신경쓰면서 말하는거 보니까 너도 쟤들한테 관심이없진 않나보네~?" 이렇게 말하는거예요
이게 뭔가요.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건가요?
제가 계속 그만하라고 눈치줬는데도 눈치없이 계속 저 곤란하게 만든게 누군데
너무 화가났지만, 그냥 내일 술 깨시면 나한테 사과라도 하지않을까 생각하며 대화를 마무리하고 술병을 치우고 잤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됐습니다. 드디어 집으로 오는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비가 오길래 사촌언니가 첫째조카에게 조카 우산을 저에게 빌려주자 말했습니다.
조카는 "아 그 우산은 내가 6700원 주고 산 내 소중한 우산인데!!"라며 말했습니다. 네. 우산 하나쯤이야 그냥 제가 살 수도 있죠. 하지만 난 그래도 3일동안 웃으면서 티 안내고 잘해주려 노력했는데 이 아이는 나에게 우산 하나가 아까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형부가 오후쯤 저를 공항으로 데려다 주신다 했습니다. 조카 둘과 언니는 저보다 먼저 나가봐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그리고 짐을 싸고 있는데 조카가 오더니 섀도우며 팩트 등 화장품이 담겨있는 에코백을 뺏어 탈탈 털어버리는 겁니다. 제 소지품들이 바닥에 널부러져 내팽개쳐질 정도로요..
제가 언니집에서 머무를때 빌려쓰던 에코백이었어요
"이거 제꺼죠"라며 에코백을 고이접어 서랍속에 넣고는 휙 가버리더라고요.
몹시 화가 났지만 아직 어린애니까 라고 생각하며 꾹 참았고..정말 이젠 더이상 실망할것도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형부와 함께 공항에 갔죠. 그 전날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으시더라고요
비행기에 타기전 언니와 마지막 통화를 했는데, 전화로 제게
"너가 어째 제주도와서 고생만 하고 가는것 같다. ㅇㅇ이(조카) 보느라 고생 많았어" 라고 말합니다..
조카 보느라 고생 많았다니..3일간 애 봐달라고 저를 언니 집에 머무르게 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게하 취소하라고 한 의도가 의심갈 정도였습니다.
제 휴가는 이렇게 끝이났습니다.
너무 지치고 허무하더군요..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계산을 해봤습니다.
제가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는 것보다 돈을 두배 가까이 썼더라고요
휴가때 쉬지도 못하고 변한 조카에겐 실망했고, 형부때문에 봉변당하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날린거죠
제주도에서의 3박 4일에서보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의 한시간이 훨씬 재밌었네요 ㅎㅎ 하늘이 참 예쁘더라고요..
그 이후 사촌언니는 매일 성경말씀만 보내며 좋은하루 되라 합니다.(언니가 기독교거든요)
답장 안하고 있습니다.
언니집에 있을동안 아이들과 같이 놀아줄 생각은 있었지만 그생각 때문에 제가 3일동안 돈과 체력을 써가며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제가 이렇게 긴글을 쓴건....
네 맞아요 ㅜㅜ그냥 너무 속상한 나머지 털어놓을 데가 많이 없어서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넋두리좀 길게 했다 생각해 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