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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9주 사는데 첸백시 못 보는 년의 일기

일기장 다 낡아서 꺼내기도 귀찮고 현재 심정 풀고 싶은데 풀 곳도 없어서 여기다 풀어봄 ㅇㅇ 새벽감성 주의해라 음슴체는 아니고 줄글이니까 세 줄 이상 못 읽는 애들 우회 ㄱ



2017년 5월 13일 토요일

도서관에서 뼈빠지게 봉사 다녀왔다가 폰을 켜니 엑톡에 반가운 소식이 공지에 걸려있다. 실화냐. 박동수가 급격히 오르면서 피가 얼굴로 쏠렸다. 첸백시가 뮤직뱽크에 나온다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여기 전9주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귀소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아까 만큼은 탈주욕이 불탔다. 안방으로 달려나가 집 안의 모든 전자기기를 동원해 미친짓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깨톡으로 실친들에게 연락을 했다. 다들 알고는 있었지만 집 규칙이 엄해서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그들에게 내가 총대를 맨다했다. 티켓은 케백수 본사에서 네 장 끊어올테니까 다들 조퇴하고 보자고. 실친들은 환호했다. 나도 좋았다. 오 년간 엑소를 좋아하면서 한 번도 없었던 (티켓팅은 매 년 시도했지만 광탈의 연속. + 양도 반대) 기회를 대놓고 주는것이니. 그래서 우리는 김칫국을 부어라 마셔라 하며 이것저것 서치했다. 북대 근처 맛집은 어디냐. 여기는 별로라는데? 내가 살다살다 뉴리디 건전지 넣을 날이 오다니. 하면서. 한참을 폰 만 잡고 떠들다 노트북으로 첸백시 무대를 복습했다. 아. 아. 역시 쩔어준다. 열심히 앓으며. 그렇게 한참을 앓다가 문득 떠올랐다. 나 수학여행 날짜가 언제였지? 갑자기 심장이 턱,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티익스프레스를 타다 고공행진한 더러운 기분. 달력을 펼쳐 체크해놓은 날짜를 보는데, 아.


이렇게 병신일 수가.


병신도 이런 병신이 없었다. 맨날 어그로 끌며 자식 범죄자 낳을 년들보다 더 병신같은 순간이었다. 어떻게 수학여행 이랑 뮤뱽이 겹쳤던걸 자각 못 할 수가 있지. 멘탈이 나갔다. 나는 18일날 출발해 19일날 돌아온다는 걸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연인과 헤어지고 난 사람의 감정변화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첫 번째로는 제어가 되지 않는 도르래 마냥 주책없이 눈물을 쏟았다. 히끅 거리는 울음 소리 하나 없이 그저 눈에서 물이 쏟아져 나왔다. 두 번째로는 한참 울고 났더니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지끈지끈. 아픈 머리를 붙잡으니 갑자기 화가 났다. 아니 왜 하필 그 날에, 내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1차로 화가났고, 이걸 잊은 나도 화가 났다. 방금 전까진 행복했던 나를 떠올리며 의미 없는 분노를 뿜어냈다. 마지막 셋째로는 여러 생각이 복합적으로 떠올랐다.


내가 총대 매기로 했는데 쟨 어쩌지. (다른 동네에 산다.) 쟤라도 다녀오라고 티켓 보내야겠다. 별명이 (성)은3탁인데 진짜 별명 값하네. 살아가면서 행운 하나쯤은 오겠지 싶었는데 같은 나라에 태어난 걸로 감사해야 되나. 전생에 무슨 짓을 했던걸까. 설마 이2완9용 이었을까. 이런 무의미하고 생각들. 결론은 다 답이 없다는 것에 도달하자 그만두었다. 마침 뱅킹에서 여행비용도 빠져나가고.


그 때부턴 마냥 허탈해져 지금 엑톡에 글 쓰는 이 지경까지 왔다.
아까는 눈물콧물 다 빼며 환멸나는 인생이라고 개지랄을 떨었는데 지금은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그저 첸백시를 눈 앞에서 놓쳤다는, 그런 미리 하는 후회만 남았다. 결론을 말하자면 그 날 탈판하고 짹도 톡도 모두다 지우고 폰을 꺼둬야겠다. 간 년들이라도 행복하게 즐기다 와라.


- 오늘의 일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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