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에게 쉽게 다가왔고,다가온 만큼 쉽게 떠나갔다.
우리가 처음 함께 꽃을 피웠던 재작년 겨울부터,결국은 시든 꽃을 들어야 했던 올해 봄까지.
내가 처음 본 너는 키가 매우 컸다.큰 키에 비해 앳된 얼굴만큼 너는 꽤 순수했다.어느 겨울날 아무도 손대지 않은 눈송이처럼 말이다.나는 그런 네게 손이 대고 싶어졌다.난 용기내어 마음을 담아 말을 걸어보았고, 너는 웃으며 내 마음에 걸려 주었다.
그리고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따뜻했다.햇살이 우리를 비춰주어서 따뜻했고,네가 내 곁에 있어주어서 따뜻했다.그리고 그 따스함은 예쁜 꽃을 피워주었다.
우리는 함께 등교를 하고, 점심시간에 데이트를 하고,학교를 마치면 또 그렇게 한참을 붙어 다녔다.방학이 되면 너는 항상 우리 동네로 와 내게 안겼다.난 네게 내 진심을 모두 던졌고, 그걸로 된 줄 알았다.나도 네 진심을 전부 가졌으니까, 그걸로 된 줄 알았다.난 정말 그걸로 된 줄 알았다.
더이상은 성의를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물론 그건 다 나의 안일하고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너는 그 때도 어김없이 순수함을 잃지 않았다.너는 그냥 내가 바쁜 줄로만 알았겠지.아주 잠시 관계를 한가하게 만든 건 순전히 내 잘못이었다.'아주 잠시'란 말 조차도 어쩌면 내 핑계일 것이다.한 시도 내 생각을 놓지 않았던 네가 받았을 상처는어쩌면 지금 내가 가진 상처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못됐게도 네가 돌아와주었으면 한다.이미 다른 사람과 새로운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아무리 기다려도 넌 오지 않을 것을 알지만,다시 네 진심을 내가 모두 가졌으면 한다. 너의 새로운 인연도 또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함께한 한 해동안 난 다 네게 맞추어져 버렸다.뭘 그리도 흔적들을 많이 남긴 건지,어디를 가도 너와 함께한 사진이 걸려있는 것 같다.여전히 네 향기와 감촉, 마음은 생생하게 남아 있다.
지워도 보고, 닦아도 보았지만 너는 잊혀지지를 않는다.너무 깊게 박혀버린 탓이라 생각하기로 했다.그걸 빼내려면 더 많은 피가 흐를 것 같아 그냥 내버려두려한다.언제까지나 넌 내 곁에서 함께할 것이란 뜻이겠지.
넌 그냥 그렇게 살아주라.대신 나를 잊지만 말아주라.날 다시 예전처럼 사랑해달라는 말이 아니라,우리가 함께했던 예뻤던 날들을 지우지 말아달라는 말이다.우리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건 나지,그 날의 우리 모습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