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한지 3달이 되어가는 25살 남자입니다.입대 전에는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있었는데 군대를 다녀오니 이길이 제가 갈 수 있는 길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방학 중에 공장도 다니고 하면서 번 돈으로 등록금도 납부하고 미술 재료도 사고 그런 식으로 막연하게 살았습니다.
그림 그리는 게 정말 재미있어서 주변 사람들은 신경 쓰지도 않고 미친 듯이 그림만 그렸습니다.
군대를 다녀와서 돌이켜보니 그동안 제 집안 사정에 비해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꿈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오십 대 후반에 들어가시는데도 공사장에서 피땀 흘리시는 아버지,식당에서 하루 종일 일하시는 어머니.
어렸을 때는 고흐니 이중섭이니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던 화가들 얘기를 하면서부모님께 단칸방에서 삼시 세끼 라면만 먹으면서 살더라도 그림만 그릴수 있으면 상관없다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그때는 단캉방에서 삼시 세끼 라면만 먹으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게 헛소리 라는 걸 몰랐습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일찍 취직해서 3천만 원 4천만 원 저축한 주변 친구들을 보면 제 삶이 한심해서 술자리에서 부럽다고 얘기해보지만 애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제가 오히려 부럽다고 합니다.
제 삶에 예술이 사치라는 걸 인정해버리고 나니 살아가는 목표가 사라졌습니다. 그저 지금은 부모님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아서 백수로 지내기 싫어서 노가다 현장에서잡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집에 오면 7시 반, 씻고 맥주 한 캔 마시고죽은 듯이 자고 다시 일나가는 하루를 의미없이 반복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부모님은 제가 대학에 복학해서 아무 탈 없이 잘 졸업할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계시지만,저는 더 이상 대학에 다닐 생각이 없습니다. 노가다라도 하면서 어떻게든 살아서 돈이라도 모아서 가족에게 주고 죽을 생각입니다.
주변 친구들이나 부모님에게는 이런 생각을 도저히 말할 수 없어서 여기에서라도 이 답답한 마음을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