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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때문에 죽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ㅇㅇ |2017.07.09 00:33
조회 9,691 |추천 31
제 어릴 적 기억은 극단적 행복과 극단적 불행으로 나뉩니다. 외할머니댁에서 사랑받으며 자란 유아기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친할머니댁에서 자라기 시작한 후부터는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존중받지 못하며, 하지만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자라왔습니다.
저는 그래서 항상 아빠가 싫었습니다. 극성이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말에 힘들어하는 엄마, 그리고 그걸 방치하는 아빠.. 끔찍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친할머니댁은 대가족이었기에 주말마다 고모와 큰아빠 가족분들이 찾아오시곤 했고, 그 때마다 집안일은 모조리 엄마의 처지였죠. 저는 다른 친구들이 "나는 아빠같은 사람하고 결혼할거야"라고 해맑게 말하던 유치원 시절에 비혼으로 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엄마같은 삶을 살기 싫었으니까요.

아빠는 술과 사람을 참 좋아하셨고, 불경기 속 사업이 잘 되지 않자 주 5일 내내 술을 마시고 들어오셨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속 아빠에 대한 기억은 거의 전무합니다. 저는 일찍 잤고, 아빠는 늦게 들어오셨으니까요. 주말에 침대에 누워 이것저것 엄마에게 잡일을 시키시는 것밖에 생각나지 않네요. 이때까지만 해도 제가 아빠를 싫어하기는 했지만 혐오의 정도로 치닫지는 않았었어요.

사건이 터진 날은 초등학교 5학년 제 생일날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생일전날 밤이었어요. 십 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이 날이 생생하네요. 그 날 밤 아빠는 술을 마시고 만취상태로 들어오셨습니다. 그리고 '건방지다'며 저를 폭행하셨고요. 저는 아무런 납득할 이유 없이, 생일 전날 밤에 구타를 당해야 했습니다. 다음 날 술이 깨 정신을 차리신 아빠가 제게 사과의 문자를 보내셨지만, 저는 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삭제했습니다. 이 이후로 저는 아빠를 쭉 증오해왔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어요. 어차피 대화없는 부녀였기에 큰 티가 나지 않았지요.

중고등학교 때는 밤에 물 끓이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물 끓이고 있던 유리냄비를 던진 적도 있었고, 엄마랑 실랑이를 하던 동생한테 그릇을 집어던진 적도 있네요. 제가 이런 아빠를 무시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중반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날도 역시 술에 취한 아빠는 저의 모든 것을 트집 잡으셨고 그 순간 저는 '똥은 피하는 게 답이다'것을 알게 되었고 아빠를 투명인간취급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저는 아빠를 없는 사람 취급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냐며, 계속 그렇게 살 거면 아빠 돈으로 받은 교육비도, 양육비도 다 내놓으랍니다. 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눈물이 나고, 아빠와 관련된 기억은 폭력, 비하, 가부장적 사고로 얼룩져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아빠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나요.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도, 아빠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도 많고요. 겉으로는 단란한 가족이기에, 털어놓을 때도 없어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도와주세요.
추천수31
반대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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