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자금성 깊은 후궁,마리라는 여인이 살았습니다.마리는 황제의 상빈으로 총애는 받지 못했으나 수녀간택 때 태후에게 뽑혔었고 그 뒤로도 효도를 해 예쁨을 받았어요.성총에 의지하는 다른 비빈들과 다르면서도 탁월한 전략이었지요.그래서 총애가 없음에도 다들 함부로 그녀를 거느리지 못했답니다.태후 상록수가 정정한데다 그녀를 잘 비호해 주었거든요.마리는 태후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열심히 모셨어요.마리도 입궁 초기에는 젊은 황제 재희의 눈에 들었었습니다.허나 마리는 그의 기대와 환상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딱히 성총을 더 받으려 노력도 안 했어요.그 결과 사가 시절부터 친했던 세비연에게로 그의 관심이 옮겨가게 됐어요.상록수는 마리가 잘 살려고 다른 여인들처럼 노력하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녀를 잘 돌봐 주었어요.
마리와 세비연은 동갑으로 둘 다 귀인으로 책봉돼 들어왔어요.두 사람은 잘 지냈으나 세비연이 총애를 받으면서 점점 자연스럽게 멀어졌어요.마리는 세비연이 자길 멀리 하려한다는 걸 깨닫고 서운한 마음이 있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편했어요.마리는 그냥 조용히 살고 싶었으니까요.아이를 낳고 싶은 맘도 없었어요.
초아: 려빈(세비연)께서 아이를 낳는대요.해산하고 한 달 후 려비 책봉식을 올리고 처소도 화려하게 고친대요.
마리: 지금 아이엘시타 공주가 몇 살이지?
초아: 이제 18개월이에요.
마리: 자식 복도 많구나.
초아: 마마는 자식 하나 없이도 빈이시잖아요.결국 려빈마마는 애써도 마마와 같네요.
마리: 이제는 아니지 않느냐.세비연은 곧 비가 돼.나도 태후께서 상빈으로 올려 주시지 않았으면 입궁 때와 그대로 귀인이었겠지.그러고 보니 벌써 5년이 지났구나.그때는 나도 꿈 많고 순진한 열일곱 소녀였었는데...
초아: 그때 소인이 마마를 처음 뵈었지요.려빈마마도요.그런데 사람이 그리 변하실지 몰랐어요.
가향: 마마,려빈께서 공주를 낳으셨습니다.
초아: 벌써 낳았단 말이야?
마리: 비연은 예전부터 황자를 원했지.우울해 하겠구나.
초아: 전 공주도 좋은걸요.려빈마마는 본인의 앞날을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마리: 그만 해라.
마리의 말대로 그녀는 고생 끝에 품고 낳은 아이가 또 딸이라는 것에 서글퍼했어요.황제,황후,태후가 오고 에이미라는 고운 이름까지 지었지만 세비연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어요.재희는 어여쁜 공주를 둘이나 안겨줬다며 너는 복 많고 공 많은 여자라고 했어요.그 말에 그녀는 애써 서운함을 감췄어요.마리가 보낸 측근시녀와 태감 초아와 순대가 아기 비단옷을 가지고 왔을 때도 그녀는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금방 돌려보냈어요.
돌아와서 초아는 불쾌해했어요.순한 순대도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죠.마리는 그녀가 이제 남보다 못한 사이라고 말했어요.그리고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실망을 받은 어린 공주가 불쌍하다고도 말했어요.그때 혜답응이 찾아왔어요.그녀는 이번 간택 때 새로 뽑힌 소녀였어요.혜인은 귀엽고 깜찍한 외모로 들어오자마자 재희에게 총애를 받았어요.그녀와 왕래가 없던지라 마리는 놀랐어요.
혜인: 상빈마마를 뵈옵니다.
마리: 일어나게.무슨 일로 왔지?오늘 날씨가 좋아 어화원에 갔을 줄 알았는데.
혜인: 황후마마와 다른 분들은 모두 가셨지만 신첩은 떠들썩한 걸 안 좋아합니다.
마리: 장춘궁이 조용하기는 하지.꽃차인데 마셔 보게.
혜인: 감사해요.다들 절 싫어하는데 마마는 다르시네요.
마리: 누가 동생을 싫어해?
혜인: 신첩은 어린 나이에 총애를 받잖아요.총애는 복이지만 신첩은 조용히 풍파 없이 사는 게 목표예요.려비 마마와 같은 그릇이 아니에요.
마리: 어리고 총애를 받으니 기쁘지 않아?사고방식이 특이하군.
혜인: 애시당초 신첩은 궁에 들어오고 싶지 않았어요.그러니 마마께 조금 의지하고 싶습니다.마마도 필요하시면 언제든 부르세요.
혜인은 총애란 것이 언제고 달아날 것이라는 걸 알았답니다.그녀는 마리와 마찬가지로 황제를 사랑하지 않았고 믿지도 않았어요.그녀가 돌아가자 초아는 생각보다 차분하고 괜찮아 보인다고 평했어요.마리는 사람 말을 다 믿을수 있는게 아니라고 하면서도 혜인한테 동질감과 공감을 느끼는 듯했어요.
비 책봉식이 치러지던 날 일이 터졌습니다.혜인이 홀로 산책을 하다 우물에 빠진 겁니다.다행히 비명을 듣고 달려온 태감들이 구했지만 그녀는 충격이 커서 앓아 누웠어요.재희와 세비연은 예복을 입은 채 달려왔어요.세비연은 부드럽게 혜인을 걱정해 주곤 돌아왔어요.그들이 간 후 마리도 조용히 곁에 다가와 어찌된 일이냐고 물얺습니다.
혜인은 그제야 사시나무 떨듯 떨며 눈물을 보였어요.마리는 동생이 순진하긴 하지만 갑자기 실수로 빠질 사람은 아니라며 폐하께 왜 사실대로 고하지 않냐 물었어요.그러자 혜인은 근처를 지나는데 누군가 자기를 들어 올려 빠뜨렸다고 고백했어요.그리고 빠지면서 분명히 봤는데 영수궁 처소의 사람이었다고 덧붙였어요.영수궁은 비 책봉식이 치러진 세비연의 처소였죠.혜인은 증거가 없어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분노를 토했답니다.마리는 그게 사실이라면 일단은 참고 어떻게든 진상을 밝히자며 손을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