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는 나무 같은 사람이었다. 나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더울 때면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는. 언제나 나에게 즐거움을 선사했고 같이 있으면 항상 행복했다.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하였는데 같이 있으면 죽을 것 같이 좋아도 거리의 문제 때문에 그리 순탄치많은 않았다. 그 사람은 항상 바빴다. 나는 언제나 2순위에, 때로는 3순위에 머무를 때도 많았다. 그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였지만 나는 매상황마다 내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쯤은 눈치챌 수 있었다. 나는 언제나 기다렸다. 멀리서밖에 볼 수 없는 나무를. 그 나무도 나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긴 뿌리를 내리고 눈에 띌 수 있게 화려해졌지만 내 작은 마음의 그릇은 그에게 만족하지 못했다. 만족하지 못해도 그를 사랑했기에 나는 자꾸만 괜찮다고 되내이며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 지금 나의 고민은 따로 있다. 장거리연애, 우선순위의 문제쯤은 별 것도 아니게 되버리는 그런 문제.
그 사람은 항상 싫은 소리를 싫어했다. 내가 그사람에게 속상하다고 말하는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하고싶다고 얘기하면 그는 아무 말도 하지않는 나무가 되버렸다. 그저 내가 기분이 풀리기를 지켜봤다. 자신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그저 자신은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그는 겨울이 오면 거센 추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지가 썩고 뿌리는 황폐해졌다. 썩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기 어려워 나는 내가 그에게 해대는 싫은 소리를 내 속으로 다시 삼키고 나는 괜찮으며 당신은 좋은 사람이라고 그렇게 위로했다. 그러면 금세 괜찮아져 푸른 새싹이 날 수 있었지만 그런 나무 곁에 있는 나는. 보이지 않는 신발 속의 발가락이 하나씩 썩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 신발 속 발가락이 썩어도 그 사람이 좋았다. 언제나 나에게 잘해주었으니깐. 그런데도 나의 욕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나무에게 비가 내리거나 폭풍우가 불면 그 혼자 극복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내 애타는 부탁에도 변화되지 않았고 더 이상 나는 그런 나무를 위로해줄 수 없다는 것을 오늘 깨달았다. 이걸 깨닫기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말없는 나무에게 내가 힘들다며 나에게 말을 걸어 달라고 외쳐댔고 그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오늘 그에게 마지막 경고를 했다. 지금의 나는 무척 힘드니 나를 위로해달라고. 솔직히 그가 변화되리라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런 나의 마음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