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청소년인 한 여학생입니다.
저는 세상에 힘든 사람들이 아주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 저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이혼을 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와 살고 있고 이혼사유는 그사람(아버지라 부르고 싶지 않아 그사람으로 지칭하겠습니다.)의 도박과 빚, 술 때문입니다.
그사람은 저에 대한 애착이 무척 심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느정도 판단이 설 나이가 되어서도 계속해서 만남을 강요했고, 연락이 두절되면 학교까지 찾아와 절 만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집착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만나게되면 항상 하는 얘기가 "아빠가 사랑하는 거 알지? 아빠는 너밖에 없어 너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있는거야"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저에게 남자공포증이 생긴 건 이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그사람에게 일그러진 사랑을 받아와서 그런지 다른 남자들도 그럴 것 같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만이라면 그래도 개선에 의지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성추행을 3번 당했었습니다.
2번은 지하철이였고 1번은 버스였습니다.
제가 14살일 때의 일입니다.
저는 지하철을 탈 일이 별로 없었지만 2일정도 서울에 볼 일이 있어 같은 노선으로 이틀동안 서울을 오가게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대는 직장인들의 퇴근시간과 비슷해 지하철은 어딜 잡을 수 없을정도로 사람들로 가득 찼었습니다.
저는 키가 작은 편이라 눈에 잘 띄지 않았고, 간신히 벽에 지탱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때 누군가 제 엉덩이를 스치는 게 느껴졌었는데 처음엔 사람이 많아 실수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였습니다.
누군가 제 엉덩이를 더듬고 있었고 그 날 교복을 입고있었기 때문에 쉽게 제 치마 속을 들추고 앞을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옆에 도움을 청하거나 주위를 둘러보려 애썼지만 뒤에서 남자가 만지고 있단 생각에 그사람이 떠올라버리고 말아서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날 집에 간신히 돌아와 펑펑 운 후 내일은 무사하기를 기도하며 잠을 잤습니다.
다음 날엔 어제같은 일은 다시 겪기가 싫어 면티와 긴바지를 입고 가방을 메고 가게 되었습니다.
그 날 집에 오는 지하철 안에서는 계속 긴장을 하며 어제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주위를 살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아무 일도 없기에 조금 안심하고 있을 때 누군가 또 엉덩이를 스쳤습니다.
이번엔 도움을 요청해야겠단 생각에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이후론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집에 도착하고선 오늘은 정말 실수였구나라는 생각에 안심하며 가방을 푸는데 가방 속에 작은 휴지 뭉텅이가 있어 뭔가 싶더니 끈끈한 콧물 같은 점액이 붙어있는 휴지였습니다.
남자의 정액은 한 번도 본 적 없었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틀동안 절 만진 사람도 같은 사람일 거라고 확신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절 찾아냈는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같은 역에서 기다리던 사람 중 한 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버스에서의 일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였습니다.
이 일들을 계기로 저는 더 이상 남자들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 심장이 빨리 뛰었고 알고 좀 지냈거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게 된 남자들은 그나마 말은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저는 악몽을 가끔씩 꾸는데 이 날 이후로 일주일에 3번정도 꿀 정도로 정신적으로 점점 피폐해져 갔습니다.
그렇다고 어머니께 말할 수 조차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저에게 애새끼 다 버리고 어디 멀리 떠나고 싶다거나 왜 딸년을 낳아서 이 고생을 하냐는 등 저의 존재자체을 부정하는 말들을 일상적으로 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왜 그렇게 괴로워하시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잘 알기에 더 이상 고통스럽게 해드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결국 시간이 지나기를 바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속으로 삭히면서 시간이 좀 지나게되니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해졌고 누군가를 사랑하길 원하면서도 그 사람이 나에게 호감을 표하면 이상하게 있던 감정도 없어지거나 역겹고 혐오감이 끓어오르곤 했습니다.
또 일상생활 속에서도 제 자신이 계산적이고 가식적으로 행동하는 것만 같고 선생님들께서 제 가정사를 아시고 괜찮냐며 요즘 고민 있냐며 물어봐도 언제나 웃으며 괜찮다고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며 항상 그렇게 속으로 울기만 했습니다.
이렇게 몇 년을 살면서 문득 누군가 지나가면 그 사람을 죽이는 상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칼로 쑤시거나 얼굴가죽을 벗긴다던가 그런 상상을 하는 제 자신도 점점 무서워졌고 아직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이쯤되면 사이코패스라고 생각될 정도로 다른 사람의 아픔은 잘 공감하지 못합니다.
저는 이런 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