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판에는 처음 글을 써보네요. 저는 3*세, 작년말에 결혼한 푸릇푸릇한 아줌마입니다.
저는 언니, 남동생 이렇게 3남매 가정에서 자랐어요. 언니랑 저는 2살 터울이고요.
언니는 약 10년 정도 연애한 후에 결혼해서 7~8년 정도 결혼생활했고요, 작년에 이혼했습니다. 저는 언니가 이혼한 해에 결혼했고요.
1. 사건의 발단 = 언니 지인 A의 등장문제는 작년에 터졌습니다.
제 남편(그때는 아직 남친)이 여름에 무슨 행사 같은 걸 진행한 적이 있어요. 일손이 필요하다기에 언니한테 혹시 주변에 아는 사람 없느냐고 물어봤더니 '아는 동생'(이후 A)을 소개시켜주더라고요.
나중에 알았지만... 그 동생을 알게 된 건 온라인 게임에서였다고 하더라고요.
그 아는 동생 A는 20~21?? 정도 됐었습니다.언니가 서른 중후반인데 어떻게 띠동갑이 넘은 어린 친구를 아는 건가 했지만 너무너무 똑똑하고 착한 친구라는 말에 스탭으로 일하러 오라고 했습니다.저희도 일손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공공 캠페인 같은 성격의 행사라서, 젊은 친구들도 스펙 쌓기 위해 많이 참여했었으니... 이 친구에게도 좋은 기회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A가 지방에 살아서, 며칠 동안 진행되는 행사에 참여하려면 묵을 방이 필요하다더라고요. 그래서 남친에게 얘기했더니 선뜻 자기 자취방을 내줬습니다.
그리고 행사가 시작되고... 마침 주말이 끼어 있는 일정이었는지라 직장인이었던 저도 참여해서 도울 수 있었습니다.
행사는 성황을 이뤘고 손님들도 많이 찾아왔습니다.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빴어요. 여름이라 너무 더웠지만 함께 했던 스탭들이 모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언니가 소개해 준 이 A라는 청년이 문제였습니다.
모두 땀흘리면서 일하고 있는데 혼자 덥다면서 부스 안으로 들어가 선풍기를 독차지 하고 있지 않나, 주변에서 뻔히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혼자 멀뚱히 서 있지 않나... 스탭들이 저 친구는 대체 뭐하는 사람인데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와서 저렇게 놀고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릴 정도였습니다.
몇 번 좋게 타이르고 가르쳐 줘도 도통 일할 마음도 없어 보였으니... 차라리 그냥 얘는 집에 돌아갔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그래도 언니 지인이라고 하니 꾹 참았습니다.
그러다가 바쁨이 피크에 달했던 시간, 제 남친이 걔한테 '거기 허수아비처럼 서 있지 말고 이리 와서 일하라'고 말했습니다. 그게 기분이 나빴나 봅니다. 표정이 굳어지더니 그 다음부터 아무말도 안 하더라고요. 그리고 행사가 하루 더 남았는데 그냥 짐 싸서 집으로 내려가 버렸습니다.
남은 스탭들은 고문관 하나가 갔구나 하면서 별 신경도 안 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행사를 마무리 하고 잘 지내고 있었는데요.
2. 사건의 전개 = 어이 없는 부모님 크리그런데 며칠 후, 저희 부모님이 저를 심각한 표정으로 부르시더라고요. 얘기 좀 하잡니다. 뭔 일인가 했더니, 제 남친하고 헤어지랍니다. 결혼하지 말랍니다. 기가 막혀서 왜 그러냐 그랬는데...
세상에 그 A가 남편한테 '허수아비'란 말을 들어서 너무나 상처를 받았답니다. 어떻게 일 도우러 온 사람한테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우리가 사정해서 오라고 한 적 없다. 오히려 그 친구가 와서 일 도와준 거 하나 없다, 그리고 그렇게 심한 욕한 것도 아니고 장난하며 말한 거고, 현장의 스탭들도 같이 웃으며 농담하다 나온 말이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언니에게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부모님은 완강하셨습니다. (원래 부모님이 언니를 좀 편애하시긴 했습니다. 특히 이혼한 이후엔 불쌍하게 생각이 됐는지 더 많이 챙기시더군요.)
그러더니 남편이 행사 진행하면서 다른 스탭들하고 담배를 피웠다는 얘기를 듣고 어쩜 그럴 수가 있느냐고 말씀하시더군요. 아니, 사람이 담배 좀 피울 수 있는 거지;;;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되는 거였나요?
그리고 매일매일 뒤풀이를 했는데, 거기서 남편이 술을 마셨기 때문에 잘못됐답니다. 그럼, 열심히 일하고 스탭들 술도 사주고 그러는 거지... 그게 대체...
결혼하지 말라는 이유가 너무나도 황당하고 생각지도 못한 거라 이야기를 들을 수록 머리속이 하얘졌습니다.
저희 집안이 독실한 기독교 집안인데... 남편은 저랑 사귀면서 교회 따라나오기 시작했거든요. 그치만 여전히 술 담배는 안 끊고 있었습니다. 좀 줄이긴 했지만. 여튼 그래서 저희 부모님은 술 담배를 너무나너무나 싫어하십니다. 그래요, 알겠어요. 하지만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될 일도 아니잖아요.
여튼 이 결혼, 부모님이 돈 한 푼 보태 주신 거 없이 제 돈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했던 거라 저도 당당했습니다.
그런 정체도 모르는 애 말만 믿고 정작 친동생, 친딸 얘기는 안 믿을 거냐제 남친 그렇게 이상한 사람 아니다, 5년 간 봐오셨으면서 모르겠더냐뭐라고 말씀하셔도 전 결혼할 거니까 그렇게 아시라
평생 부모님께 반항 한 번 제대로 한 적도 없는 딸이(또, 뭐라 좀만 혼내도 금방 눈물 그렁그렁하던 딸이) 울지도 않고 똑바로 대드는 걸 보고 부모님도 더 뭐라 말씀 안 하시더라고요.
어쩌면, 남편이 당시 취직을 못하고 있어서 그게 못미더웠을지도 몰라요. 그러면 그렇다고 솔직하게 얘기하시지, 차라리!
여튼 무사히 결혼했지만 그 일은 이후로 저와 제 남편에게 상처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제 남편은 친정 가는 걸 꺼리게 됐고요.
3. 사건의 절정 = 그놈의 '아는 동생'그 후로 저는 언니와 말 한 마디 안 하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 직전에, 엄마의 중재로 간신히 대화를 하긴 했지만... 솔직히 잊을 수가 없더라고요. 언니에게는, 어디서 굴러온지도 모르는 이상한 '아는 동생' 이 30여 년간 같이 지내 온 친동생보다 가치 있는 건가...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그런데 어제, 언니가 가족 단톡방에 '복숭아 한 상자씩 보낼 테니 집 주소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얼씨구나 좋다고 저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지인이 하는 농장인데, 복숭아가 참 맛있다'면서 농장에서 언니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보내주더군요.그런데 왠지 느낌이 쌔합니다.
A도 농장을 하는 집 아들이었거든요.
'그 아는 동생이 내가 아는 그 사람 맞느냐'고 물어보니 다행히 A는 아니랍니다. 아마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다른 '아는 동생'이겠죠. -_-그래서 'A가 파는 거였으면 그냥 안 받으려고 그랬다'고 말했더니언니가 '걔는 왜?' 라면서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묻더라고요.
세상에, 그 일이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A를 두둔하는 듯이 말하는 모습에 화가 나서'A는 내 눈에 띄지 말라고 전해줘'라고 말했습니다. 순간 욱해버려서요.
그러자 언니는 '너 말하는 게 참 그렇다''그 때 그 일은 너와 네 남편 잘못이었다''제 3자가 그렇게 나쁘게 말할 정도면 주변 사람들은 뭐라고 욕할지 생각이나 해봤냐'이런 얘기들을 부모님 계시는 단톡방에 쏟아내기 시작하더군요.
어머니는 '둘 다 그만하라'면서 말리려고 하시고아버지는 '복숭아 참 맛있겠구나' 이러면서 화제 돌리려고 하시고...
부모님 앞에서 그러는 것도 죄송스러워서 더 대꾸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일단락 되는가 싶었죠.
그런데 오늘 또, 언니가 가족 단톡방에제 남편을 언급하면서 '니 남편 행동이 가족들 맘에 안 들었다는 건, 가족들이 잘못된 건지 니들 둘이 잘못된 건지 생각해 보라'면서 또 카톡을 올리기 시작하더군요. 엄마가 이제 제발 그만하라고 그래도 아랑곳 않고 본인 말만 주루룩.
4. 사건의 결말 = 현재진행형진짜 전 모르겠습니다. 제 남편이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술 마시고 담배 피웁니다. 그래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잘못됐어요?일 못하는 애한테 욕한 것도 아니고 '허수아비처럼 서 있지 말라'고 말한 게 그렇게 사람으로서 기본이 안 된 발언이었나요?언니가 말한대로, 다른 가족들이 정말 제 남편 마음에 안 들어했으면 결혼을 어떻게든 말렸겠죠. 제가 너무 속상해서 나중에 다른 가족들에게 다 물어봤습니다. 정말 제 남편이 그렇게 싫으냐고. 그런데 아니랍니다. 그냥 언니한테 그런 얘기 들어서 너무 놀라서 그랬답니다. 그런데 왜 자꾸 가족들이 다 제 남편을 싫어한다는 식으로 계속 프레임을 만들어 버리는 걸까요?언니가 이혼해서 힘든 상황인 건 알겠습니다. 알겠는데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동생네를 트집 못 잡아서 안달이죠?
아니 그리고 솔직히 양심이 있다면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A랑은 더 연락을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그래요, 정 서로 연락을 못 끊겠다라면최소한 제 앞에서는 A를 두둔해선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요 전에는 제 남편 생일이라 친정 식구들 다 모였는데 정작 언니만 빠지지 않나, 친정 식구 모임 있을 땐 제 남편한테는 말 한 마디도 안 걸고 쳐다도 안 보질 않나.
정말 얄미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저도 정말 못 참겠습니다.
그리고, 솔직히...저, 언니에 대한 것들, 부모님이 아시면 기절초풍하실 일들, 익명이라도 차마 여기에 쓸 수 없는 일들을 많이 알아요. 그런데 말 안 합니다. 왜? 말해봤자 언니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언니랑 부모님만 상처받으니까요. 서로 단점이 있어도 덮어주고 가려주고 이해해주는 게 가족이잖아요. 저는 그렇게 믿거든요. 그래서 얘기 안 합니다.
그래서 저도 기대했나 봐요. 제 남편이 비록 술을 마시지만 (절대 주정뱅이 아닙니다.)제 남편이 비록 담배를 피우지만 (해비 스모커도 아니고요.)제 남편이 비록 그때 당시에는 직장이 없었지만 (지금은 취직해서 인정 받으며 일 잘 하고 있습니다.)제 남편이 비록 가끔 거친 농담을 던지기도 하지만 ('허수아비'가 거친 농담이 맞다면요)
그런 단점이 치명적인 게 아닌 이상, 어차피 가족이 될 거 감싸줄 거라고 믿었던 겁니다.
그게 제 잘못이겠죠.
여튼, 저는 정말 이제 언니 얼굴 다시는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 욕 하는 건 기분 나쁘지만 싸우고 나면 풀릴 일이에요. 괜찮아요. 근데 제 남편을 욕해요?
건드려선 안 될 걸 건드린 겁니다.
정말 용서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