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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의무서운이야기입니다:) 169

벨라 |2017.08.01 00:03
조회 1,305 |추천 1
[ 제가 올리는 모든 글은 펌글입니다 ]






어느 여름, 내가 아직 꼬마 사내자식이었을 적에, 내 부모님은 좀 놀다 오라면서 할아버지 댁으로 날 보내셨다.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서 자란 덕에 내게 동미시시피의 작은 마을은 완전히 딴 나라처럼 느껴졌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난 답답한 습기에 휩싸였고, 곧바로 우리 부모님이 날 싫어하시는 게 분명하다고 믿어버렸다.

물론 내가 상상했던 것과 현실은 전혀 달랐다. 조부모님들은 좋으신 분들이었고, 그리고 다행히도 며칠 만에 한 여자 아이를 만나 급속도로 친해졌기 때문이다. 그 애 이름은 제시였다. 긴 금발에 초록 눈을 한 그 마을 아이였는데, 그런 모습을 한 아이를 봤던 건 난생 처음이었다. 첫눈에 난 그 애에게 반해버렸다. 제시는 나보다 두 살 정도 많았지만, 우리 둘에겐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시는 내가 매일 아침 일어나는 이유였다. 물론 낭만적인 뜻에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당연히 우리 조부모님들은 아주 자상하신 분들이었지만 나이든 남부 분들이셨기에 내 작은 세계와는 동떨어져 계셨다. 그 분들은 내가 어떻게 해야 즐거워할 지를 잘 모르셨고, 난 내가 제시랑 같이 있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그 분들에게도 안심이 될 거란 생각을 했다. 제시는 그 분들 대신에 하루 종일 내 손을 끌고 다니며 내 끝없는 에너지를 해소시켜 주었으니까.
 
내 조부모님들이 사시던 곳은 애쉬버리 숲이라 불리는 장소에서 한 일 마일쯤 떨어져 있었는데, 난 그 거기를 매일같이 걸어 다녔다. 그 앞으로 걸어가다 보면 거의 항상 제시와 만나곤 했다. 아주 가끔씩, 내가 나갈 때쯤에 그 애가 먼저 와서 우리 할아버지 집 쪽에서 기다리던 적도 있었지만 난 그 애가 어디 사는지는 전혀 몰랐다. 하지만 그다지 상관은 없었다. 왜냐면 숲이 우리의 집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애쉬버리 숲은 엄청나게 울창한 곳은 아니었지만 아이의 눈엔 끝이 안 날 것처럼 보였다. 제시는 숲 주위의 길 몇 개를 나에게 알려줬는데, 공터나, 속이 빈 나무둥치나, 아님 웃기게 생긴 수풀이 자라는 곳 같이 재미진 장소로 통하는, 잘 안 알려진 오솔길들이었다. 우린 서로 자랐던 곳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며 만약 서로가 반대로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 지를 상상하곤 했다. 그 애가 나랑 같이 가서 살면 어떻게 될지에 한창 빠져들고 있을 때마다 제시의 목소리는 이상한 톤으로 변했었지만, 나는 그런 걸 굳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 숲이 우리 집이었고 놀이터였긴 했지만 우린 스스로에게 제한을 뒀다. 만약 제시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있을 정도로 우리가 깊이 갔을 때엔 우린 즉시 눈에 익은 곳이 보일 때까지 뒤돌아 갔다. 또 제시는 절대 넘어가선 안 되는, 명확한 표식이 있는 경계도 정해 두었었는데, 지금에 와서 기억나는 것 단 하나, 한 시내밖에 없다.

그 시내 자체는 별 것 없었다. 시냇물은 내 허리까지 찰 만큼 얕았고, 시내 반대편엔 경사진 강둑이 있었는데 가파르긴 했지만 못 올라갈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처음 그 시내를 발견했을 때 나는 바로 물속으로 뛰어 들어서 반대편으로 건너가기 직전이었는데, 뒤에서 제시가 바로 뒤에서 "멈춰!" 하고 소리 지르는 것이었다.
 
난 어린 남자애가 항상 그러듯 한 발로 우아하게 돌아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 앤 시내 건너편의 숲 주변과 그 안을 굳은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제시는 주먹을 꽉 쥐고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는데. 난 그 애가 울음을 터트릴까봐 걱정이 들었다. 난 시냇가를 기어 올라와 그 애 곁에 와 섰다.

"왜 그래?" 내가 물었다.

"우리 돌아가야 돼." 제시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이는 듯한 소리였다. 그 앤 겁에 질린 것 같아 보였는데, 천천히 숲에서 눈을 돌리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정말로 돌아가야 돼."
 
그러기 싫었지만, 이 상황이 그 아이를 얼마나 성나게 만들었는지를 봤기 때문에 난 알겠다고 말했다. 내가 아까 말했듯이, 시냇물이 깊은 것도 아니었고 물살이 빠르지도 않았던 데다 숲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돌아가는 길에 난 그런 점들에 대해 물어 봤지만, 제시는 입을 꾹 다문 채 우리가 놀 때 본진으로 쓰던 숲 속 조그만 공터로 나를 데려갔다. 나를 앉혀 놓고선 제시는 입을 열기 전까지 오랫동안 풀만 쳐다보고 있었다.

"두 해 전에, 난 엠마란 친구가 있었어." 그 아이의 주먹 쥔 손은 무릎 위에서 달달 떨리고 있었다.

"우리 둘은 이 숲 속에서 놀곤 했었어. 너랑 나처럼 말이야. 그러다 어느 날, 너랑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린 그 시내를 발견했어."

난 웃었다. 그 이야기 내용 때문이 아니라, 누가 시내를 '쉬내'라고 발음하는 걸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그 애 머리가 확 젖혀져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자 난 입을 다물었다.

"그 건너편엔 우리 나이처럼 보이는 애들이 서 있었는데, 근데 걔들은.... 정상적이지가 않았어. 그 땐 두 명밖에 없었는데, 하나는.. 머리가 이렇게 옆으로 달려 있더라고." 제시는 자기 머리가 흐물흐물하게 달려 있는 것처럼 고개를 왼쪽으로 꺾었다.

"다른 한 명은 엄청 쪼그맸는데, 그 남자애 손이랑 머리는 더 쪼그매서 아기보다 작은 것처럼 보이더라고."
"음, 솔직히 말하기가 좀 그렇지만, 우리가 천사처럼 대해주진 않았어. 뭔 말인지 알겠지?"
나는 안다는 뜻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 아인 한숨을 푹 쉬었다. "우린 그 아이들에게 나쁜 말을 해 댔었어. 놀려 댔지. 왜냐면, 걔들은 이상했으니까. 엠마는 가끔 나뭇가지를 던지기도 했었어. 배에서 떨어지는 걸 무서워해서 물에 닿는 것도 꺼리는 애였는데도 말야." 제시가 미소를 지으면서 자기 친구와의 기억을 되새기는 동안 이야기는 잠시 멈추었다.

"걔들이 받아치긴 했었어?" 난 제시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하려고 질문을 던졌다.

"아아니." 제시는 대답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냥 우뚝 서선 우릴 쳐다보면서 괴상한 끽끽 소리만 내는 거야. 엠마랑 난, 걔들을 "얼레리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왜냐면, 걔들은 어린애들이었고 졸라 얼레리꼴레리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난 제시가 그런 단어를 쓰는 것에 얼굴을 확 붉혔지만 그걸 알아차리진 못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가 걔들한테 무슨 짓을 하던지 걔들은 절대 시내를 건너오질 않았어. 항상 건너편에 서선, 우리를 쳐다보면서 끽끽거리기만 하는 거야. 또 항상 둘만 있던 것도 아니었어. 다른 애들도 있었는데 아마 네다섯 명 정도 있었던 것 같아, 아마도."

"엠마한테 무슨 일이 있었어?" 이야기의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제시는 한참 동안 말없이 아래만 보며, 무심하게 근처의 풀을 잡아 뜯어댔다.

"처음엔 당연히, 우린 무서워했어. 얼레리들은 멀쩡하게 생기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우린 얼레리들이 어떻게 사람을 잡아먹는지에 대한 거나, 벌거벗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든지 하는 바보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겁주곤 했어.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개들이 무서워지지가 않더라고. 우리가 시내 건너편에 서서 건너 와 보라고 막 뭐라 해대도 절대 그러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까."
"어느 날에, 앉아서 서로 떠들면서 이상한 머리를 한 앨 마치 나무인 것 마냥 무시하고 있었어. 근데 엠마가 겁쟁이여서 건너오지도 못하냐고 막 걔한테 뭐라 하는 거야. 우린 그 앨 쳐다봤는데, 걘 그냥... 가 버리는 거야. 뒤돌아선 숲 속 깊숙이 말이야. 그리고 난 걔가 자길 따라와 보라고 시비를 거는 거라면서, 만약 가지 않는다면 네가 겁쟁이인 거라고 놀려댔어."

난 그 때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어린 마음엔 그 아이의 무서운 이야기가 엄청나게 섬뜩한 농지거리 괴담처럼 들려서, 제시 말대로라면 얼마 걸리지도 않는 거리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그냥 재밌게만 들릴 뿐이었다.

"우리 둘은 같이, 시내를 건너갔어. 네가 말한 것처럼 큰 시내도 아니니까. 우린 반대편으로 기어 올라가서 그 애를 쫓아갔지. 그 끽끽 소리가 다시 들리기 전까지 아마 사분의 일 마일은 간 것 같애. 가까이서 들어보니 그게 더 이상 끽끽 소리가 아니더라. 그 소리는 마치... 새가 우는 소리 같았어. 그 애들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빠르게 우리를 둘러쌌어. 나무 사이에서 유령처럼 튀어나오면서."
"난 겁에 질려서 굳어 버렸어. 꿈쩍도 못하고, 얼레리들을 바라보면서 대체 우리가 어떻게 될지 생각하고만 있었어. 그런데 걔들 중 하나가, 그 머리가 흐물거리는 애가, 엠마를 붙잡았고 엠마가 비명을 지르니까 그냥... 그거에 정신이 확 들더라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빨리 거기서 튀어나와선 시내를 말 그대로 단숨에 뛰어 넘고, 집으로 바로 달려갔어. 멈췄을 때 폐가 불타버리는 것 같았고 난 동네가 떠나가라 울어댔어.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보라고 나한테 그랬지만, 하지만...." 그 애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눈물이 그 아이 눈가에 가득 고이고 있었다.

"난 죄책감이 들었어." 제시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걔를 놓고 온 데 죄책감이 들었어. 난 그 애가 집에 돌아올 거라고 계속 생각했어. 내 바로 뒤에 와 있을 거라고, 그리고 같이 펑펑 울면서 그 망할 시내는 절대로 다시 건너지 않을거라고 말할거라고 말이야."
"하지만 오지 않았던 거야."

제시는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오지 않았어." 그녀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 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 아무도 그 아이를 찾으러 가지도 않았지, 왜냐하면 걘 고아였으니까. 난 아무 말도 못했고 그래서 아무도 알아볼 생각도 못한 거야." 제시의 시선은 시내가 흐르는 쪽의 숲 저 편을 바라보고 있었고, 목소리는 갈라지고 있었다. "얼레리들이 그 아일 잡아간거야. 그 놈들이 엠마한테 무슨 짓을 한 건지 난 알지도 못 해."

"미... 음, 미안해." 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면서 제시를 달래려고 했지만, 걘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일어서서, 청반바지에 묻은 진흙을 털어내곤 마을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일어나선 그 앨 쫓아갔다. "잠깐만!" 내가 소리쳤다. "너 어디 가는 거야?"

"집에."

"집? 하지만 왜?" 나에겐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직 해가 중천인데, 집 안에 박혀서 뭔 재미라고?
 
"이 숲 안에 더 이상 못 있겠어. 오늘은 안 될 것 같애." 제시는 잠깐 말을 멈췄다. "너도 그냥 집에 가. 내일 아침에 보자."
"하지만...."
"하지만이라고 하지마." 제시는 멈춰 서선 내게 얼굴을 홱 돌렸다. "집에 가." 제시는 다시 돌아서선 절대 장난이 아닌 표정을 했다. "그리고 절대, 절대 시내 건너편으로 가지마. 알아들었어?" 난 입도 못 떼고 고개를 주억거렸고, 제시는 가까이 다가와선 내 어깨를 꽉 잡고 흔들었다. "말해 봐." 제시가 강요했다.

"약-약속할게. 시내 안 건너갈게." 숨이 팍 죽은 목소리로 난 답했다. 그 앤 마치 내 영혼에서 그 말의 진정성을 찾아보려는 것처럼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아이가 발견을 했던 못 했던 간 아무튼 결국 그 앤 날 놓아주고 떠나갔다. 넘쳐나는 시간과 무수한 생각만이 숲 속에 홀로 남은 내 곁을 맴돌고 있었다. 난 그 시내와 그 뒤의 알 수 없는 숲을 향해 눈을 돌렸다. 얼레리들이란게 진짜 있기는 한 걸까? 오레곤에는 괴물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난 잘 알고 있었지만, 여기 미시시피에선 그 어떤 것이라도 진짜로 존재할 것만 같았다. 게다가, 제시는 의심하기에도 죄책감이 들 정도로 또렷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던 것이다.

난 그 날 내내 숲 속에서 이렇다 할 생각 없이 돌아다니기만 했다. 사실 그 시내 쪽으로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진짜든 지어낸 거든 간에 아까의 그 이야기는 아직도 등이 쭈뼛했다. 난 나무들 사이로 그 시내가 보일 때까지 한 번 가까이 가 보았다. 그리곤 눈을 찌푸려야 겨우 희미하게 보이는 반대편 강둑을 쳐다봤다. 난 나를 쏘아보는 여러 쌍의 눈들을 보거나, 제시가 말했었던 그 짹짹거리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다. 나무들 사이로 휙 지나간 흐릿한 무언가가 바로 그 확실한 증거라고 한순간 확 믿어버릴 뻔도 했다. 하지만 믿어보고 싶은 내 열망감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것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둑 반대편엔 그 어떤 살아있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난 더 가까이 가 더 알아볼 용기는 없었다.
 
하늘이 어둑해질 무렵 난 집으로 가는 먼 길을 털레털레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 여름 처음으로 외톨이가 되어서 말이다. 난 얼레리들에 대한 제시의 이야기를 떠올리곤 그 애에 대해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얼레리들은 진짜가 아닌 거야! 그냥 날 갖고 놀려고 막 꾸며대서, 써 먹기 쉽게 고아인 여자애를 갖다 쓴 다음, 내가 겁에 질린 채 집에 돌아가게 할 생각이었겠지.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픽 웃으면서, 내가 얼마나 순진하게 굴었는지 되짚었다.
 
그 후 저녁을 먹을 때, 난 짐승새끼처럼 맹렬하게 밥을 해치우고 있었다. 그 숲에서 혼자 생각에 휩싸여 돌아다니는 동안, 난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난 엄청나게 굶주려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가 요리해주신 닭은 그 때까지 먹어본 것 중에서 가장 입에서 살살 녹는 음식인 것 같았다. 닭다리를 세 개째 해치우고 나서야 난 겨우 숨을 돌리고 뭘 물어볼 기운이 났다.

"두 분은 혹시 숲 속에서 누가 없어졌다는 이야기 들으신 적 있으세요?" 식사 시간의 평범한 정적을 깨고, 내가 우물거리며 물어보았다. 두 분께선 서로를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서로 공유하고 있는 기억 속에서 무언가 떠올리려는 듯이.

"아니, 없는 것 같은걸." 할머니가 마침내 입을 떼셨다.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할아버지도 말을 더하셨다. "그런 건 왜 묻는거냐?"

난 고개를 흔들곤, 대답을 생각해 낼 시간을 벌려고 한 입을 더 베어물었다.
"그냥 애들이 얘기하는 걸 들어서요." 난 두 분께 말씀드렸다. "어떤 바보들이 제시랑 저를 겁주려고 엠마란 여자애가 사라졌단 말을 하더라구요."

갑자기, 할머니의 눈이 뭔가 기억났다는 듯이 반짝였다. "그렇지, 네가 말한 그런 일은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지만, 그 숲에서 한 여자아이가 경기 들린 것처럼 놀랐던 적이 있다는 건 기억나는구나. 할머니는 옥수수를 수저 가득 뜨시며 생각에 잠겨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래, 이 년 전쯤에 여자애가 발에 악마가 붙은 것처럼 숲 속에서 울고불고하며 뛰쳐나왔었지. 그 애 애비가 사람들한테 자기 딸을 홀로 내버려 둔 거냐며 묻고 다녔던 일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지만, 한 이 주 쯤 뒤인가 그 여자애가 상태가 좋지 못하단 소문은 어쩌다 들은 적이 있어. 방에 콕 틀어박혀서 아무하고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이야." 할머니는 혀를 쯧쯧 차곤 옥수수를 한 입 더 드셨다. "주님만이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시겠지. 그렇게 아연실색하게 만든 일이 무엇인지 말이야."

내 배에서 별안간 커다란 공포심이 요동치는 것 같았다. 마치 내 모습을 찍은 영상을 틀었는데 보이지도 않았던, 거기에 있던 지도 전혀 몰랐던 소름끼치는 형체를 봤을 때 드는 기분 같았다. 할머니 말대로라면 얼레리들이 진짜라는 걸까? 내가 시내 쪽으로 다가갔을 때 그 놈들이 날 지켜보고 있었던 거였을까?

"그래서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세요?" 난 후다닥 물어 보았지만, 내가 정말 대답을 듣고 싶은 건지 나도 헷갈렸다. 할머니는 그저 고개를 저으실 뿐이었고, 그래서 우리 셋은 조용히 식사를 계속했다. 할아버지는 그날따라 평소 보시던 야구 경기를 일찍 틀으셨고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흥미를 보이려고 애썼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내 온 생각은 그 숲 속의 시내로 가 있었고, 다른 무엇인가를 본 기억이 있는지를 구석구석 샅샅히 머릿속을 뒤지고 있을 뿐이었다.

잠은 그 날 밤 쉬이 오지 않았다. 겨우 잠에 들었나 싶었더니 꿈은 악몽으로 변해 버렸다. 얼레리들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릿속을 헤집으며 날 다시 그 시냇가로 데려다 놓았다. 그 숲 깊숙한 곳에서, 나를 다시 쏘아보는 수십 쌍의 눈들은 내 쪽으로 다가오면서 왔다갔다, 느릿느릿 휘적대고 있었다. 꿈속의 나는 몸이 얼어붙어, 그 괴물들이 어둠 속에서 나와 나에게 다가오는 데도 무력하게 바라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제시가 묘사한 것처럼, 머리가 한 쪽으로 쳐진 놈이 느릿느릿 다가오며 제일 앞에 서 있었다. 얼레리들은 무리지어 시내 아래쪽으로 기어오며 부러진 팔다리를 질질 끌고 뜯겨진 살덩이를 뒤에 주르륵 남겼다. 놈들은 서로 엇박자로 짹짹거리며 끔찍한 불협화음을 내 귀에 가득 채우다 못해 내 영혼에 구멍을 뚫어 버릴 듯 흘려댔다. 그리고 늘어진 머리의 대장이, 굶주린 눈을 형형히 빛내며 나를 끌고 가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난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그 끔찍한 소리가 귓가에서 계속 울리는 통에 난 공포에 휩싸여 담요가 날 옭아맬 때까지 몸부림을 쳤다. 나는 크게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 뒤에야 겨우 진정을 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내 방 안으로 뛰쳐 들어 오셨고 할머니는 바로 그 뒤에 서 계셨다.

"괜찮으냐?!" 할아버지가 소리치셨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걸 아셨는데도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으신 듯 보였다. 얼굴이 빨개져서 나는 감겨있는 담요를 걷어내고 일어섰다.

"네, 그냥 나쁜 꿈을 좀 꿔서요," 내가 우물거렸다. 감각이 돌아오자 내가 들었던 그 소음은 자기네들 짝짓기 알림을 동네방네 방송하고 있는, 방 안을 꽉 채우고 있던 매미소리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너무 과민하게 굴었다고 허허 웃으시며 두 분은 날 아래층으로 데리고 가 아침을 차려주셨고, 난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침에, 숲으로 가는 길을 내내 걸었지만 내가 제시를 향해 달려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난 길 가장자리에 서 반대편을 돌아보며 혹시 그 애가 보이는지 살폈지만 누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한숨을 쉬며, 집으로 돌아가다 다시 또 숲으로 향했다. 제시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 유약한 마음에 다시 악몽같은 형상이 떠오르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난 최대한 현실적으로 생각하려 마음을 다잡았다. 제시는 그 시내를 건넜던 마지막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 얼레리들이 숲 밖으로 튀어나온 적이 있었다면, 마을 사람들이 그 놈들에 대한 이야기를 분명 해댔을 게 틀림없었다.

그런 이성적인 생각으로 정신을 꽁꽁 싸맨 뒤, 난 우리가 자주 가던 공터로 행해 제시를 기다리기로 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그 아인 없었다. 그 애가 풀숲에서 날 기다리면서, 우리 놀이터는 확인해 볼 생각도 안 하고 그 길을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했냐며 웃을 준비를 하고 있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한 시간 쯤 지나간 뒤에 난 제시한테 무슨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건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뭐가 일어났더라도,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 난 제시가 어디에 사는지도 몰랐고, 게다가 그 애는 그 근방에서 내가 유일하게 아는 아이였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난 시내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뭐 어쨌든간 내가 약속했던 건 그 시내를 건너지 않겠다는 것뿐이었고, 걔가 내 행동거지에 간섭하고 싶었다면 자기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나에게도 알려 줬어야 했다. 또, 제시가 얼레리들이 가까이 있었을 때 그 놈들보다 앞질러 갈 수 있었다면 나도 그 놈들이 다가오기 전에 도망갈 자신이 있었다.

걸음을 계속하자 내 다리는 바들바들 떨리는 초조한 기운으로 가득 찼고, 나는 어떤 때엔 빨리 걷다 또 다음엔 어기적거리며 발을 끌었다. 시내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난 나무 사이사이로 살금거리며 저 너머에서 나를 보고 있을 무언가로부터 내 몸을 숨겼다.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면서, 나는 주변의 나뭇가지 하나라도 건드리지 않게 몸을 사렸다.

마침내 나는 시냇둑에서 얼마 남지 않은 거리까지 도달했다. 나는  몸을 숙이곤 조용하게 네 발로 기어갔다. 내 앞에 펼쳐진 마지막 구간에 다가가며, 내 앞에 서 있는 나무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면서 말이다. 난 낮은 목소리로 제시의 이름을 속삭이면서 숲속에서 어떤 이상한 소리라도 들려오는지 들으려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평소같은 하루였고 난 그저 숲 속에서 속살거리는 이상한 꼬맹이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냥 뒤돌아 가려고 했을 때, 무언가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전까지는 아래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으니 보지 못했었지만 눈을 들자 뭔지 알아 볼 수 없는 무언가의 형체가 시야에 잡힌 것이다. 그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바람에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희미한 형체는 나뭇잎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난 제시와 했던 약속을 곧바로 까먹어 버렸다. 저게 뭔지 반드시 알아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 시내의 둑 쪽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들려온 외침 때문에 내 간은 곤두박질쳤다. 

"너 대체 뭐 하는 거야?" 제시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짚고 있는 나무가 아니라면 바로 엎어질 것처럼 바들거리면서 말이다. 그 애의 목소리는 화난 것처럼 들렸지만 얼굴은 백짓장처럼 질려있었다. 제시는 자기 앞으로 오라며 나에게 손짓했다. 그 앤 시내 쪽으로는 한 발자국도 더 움직이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몸을 돌리곤, 내가 나무 꼭대기 쪽에서 본 걸 가리키려 했지만 그게 어디쯤 있었는지는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저.. 저기 뭐가 있었어." 흩날리는 나뭇잎 사이를 훑어보면서 내가 말했다.
"그게 절대 널 못 봤기를 빌어!" 제시가 말을 내뱉으면서 발을 진흙 위로 쾅 굴렀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내 철 없는 호기심이 그 아이의 공포심보다 커지고 있었다.
 
"겁쟁이처럼 굴지 마." 내가 말하곤 가지 사이로 그 형체를 찾을 수 있을지 보려 몸을 숙였다. 잠시 그게 움직였나 싶었지만, 그건 꼼짝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난 건너갈 거야."
"안 돼!" 제시가 소리 지르며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난 그 아이가 울고 있는 데 깜짝 놀랐다. 다음 순간, 그 앤 전속력으로 나와 부딪혔고, 우리 둘은 둑 쪽으로 굴러가 시내에 빠지고 말았다. 우리는 비명을 질렀고 물에 허우적거리며 바둥거렸다. 죽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탁한 물이 우리 둘 사이로 요동치며 흘러갔고, 난 시내 반대편 둑으로 서둘러 헤엄쳐갔다. 제시도  빨리 물에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인지 내 뒤를 따라왔다.

"잘하는 짓이다." 내가 빈정대며 말했다. 사실 훅훅 찌는 여름이었으니 물에 빠진 건 좀 시원하긴 했었다. 하지만 흠뻑 젖어 시원한 건 오래가지 않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축축한 옷이 숨통을 막아 습기로 쪄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될 거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난 반대쪽 시냇둑으로 기어 올라가며, 내가 봤던 걸 다시 찾으려 나뭇가지 쪽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저기, 우리 그냥 가면 안 될까?" 제시는 내 옆에 붙어, 내가 그 애보다 한 뼘이나 작은 데도 내 팔을 꼭 붙잡고 있었다. "우리 진짜 가야 돼, 제발!"

"걱정 마, 그냥 조금만 가보는 거야!" 궁금증과 흥분이 내 다른 감정들을 모두 집어 삼켰다. 그 전에, 시내가 그저 머릿속에만 있던 때엔 여기는 그저 괴물들이 돌아다니는 곳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바로 여기, 한 낮의 해 아래 있었다. 힘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여기에 괴물들 따위는 없다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으니, 내가 안전하다는 건 당연해 보였다.

 
살아 돌아온 게 요행이었는데 말이다.

 
제시를 앞으로 끌어당기면서, 나는 나무에 매달려 있던 게 보였던 곳으로 걸어갔지만 아무리 해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선 아직도 시내가 내다보이고 있었고, 난 나뭇가지 위를 쳐다보며 내가 저 반대쪽에서 쭈구리처럼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려 애를 썼다. 바람이 느긋하게 나뭇잎을 스치며 이리저리 흔들리게 만들었지만, 우거진 가지들 사이로 그 어떤 불가사의한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서 분명 뭘 봤었는데." 나는 큰 소리로 말하면서, 내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제시에게 내비쳤다. 사실 그 애가 정말 오기 싫어하는 곳에 끌고 온 것에 대해선 좀 미안했고, 그래서 뭔가라도 제시에게 보여준다면 나를 이해해줄 것도 같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겁을 집어먹어 내 옆에 붙어 있는 아이를 데리고 얼간이같이 나무 위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제시의 눈은 나무 사이를 이리저리 어지럽게 훑고 있었다. 갑자기 튀어나와 우리를 공격할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하지만 빈손으로 돌아가긴 싫어서, 난 제시를 달래 천천히 안으로 나아갔다. 우리가 들어 갈수록 우리를 둘러싼 숲 속은 더욱 고요해지는 것 같았다. 새들과 동물들도 가기를 꺼려하는, 숲 속의 죽은 공간에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제시의 손톱이 내 팔을 파고들어 왔지만 그래도 그 앤 내 옆에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남아 있었다. 숨 쉴 때마다 작게 훌쩍이기는 했지만.

한 오 분인가 십 분인가 걷고 나자, 우리는 울퉁불퉁하게 암석들이 튀어나온 땅과 지하로 내려가는 작은 굴을 발견했다. 더 신기한 것들이 날 기다릴 거라는 흥분에 젖어 있을 때 무언가가 눈에 와 잡혔다. 굴 입구에 뉘여져 있는 이상한 인형이었다. 그 인형의 늘어난 이마는 얼굴 위로 약간 접혀져 있어서 머리의 위쪽 오른편을 오목하게 만들고 있었다. 눈은 작고 반짝거리는 검은 색이었는데, 마치 한 낮의 해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칼들은 어지럽게 늘어져 머리통에 박혀 있었다. 그 인형은 먼지 낀 겉감을 작은 청멜빵으로 겨우 가리고 있었다. 내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제시가 황급히 나를 끌어당겼다.
 
"저거야! 저게 그것들이라구!" 그 앤 거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목소리엔 날 것 그대로의 공포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저 인형보다 날 놀라게 했던 건 제시의 반응이었다. 저게 얼레리들이라고? 그냥 커다란 인형인데?
 
"진정해!" 내가 말하면서 그 애를 뒤로 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봐봐, 저건 숨을 쉬지도 않는다고! 그냥 인형일 뿐이야!" 그 애 손에서 내 팔을 잡아 빼자 제시는 얼굴을 진흙에 박았지만 그 바로 다음 순간에 일어서 있었다. 그 애가 달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난 무섭다면 더 가까이 가지 않아도 된다고, 나 혼자라도 가 보겠다고 말하려 돌아섰다.

하지만 내가 그 애가 달려간 방향을 바라보자, 목소리가 탁 막혀 나오지가 않았다. 이십 초 쯤 전에 제시와 내가 서 있던 곳엔 또 다른 인형이, 좀 다르게 생긴 게 서 있었던 것이다. 그건 더 깨끗하고 더 공들여 만들어 진 것 같았다. 굴 쪽에 놓여 있던 걸 만들었던 누군가가 실력을 기른 것처럼. 그 소녀 인형은 나무 옆에 서서, 그 똑같이 생긴 새까만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짧은 갈색 머리는 진흙에 엉켜 있는데다 머리에 엉망으로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다 해진 빨간 원피스는 오른쪽 어깨에 간신히 매달려 있었는데, 그 옷이 덮고 있는 겉감은 그 다른 인형보다 더 깔끔해 보였고... 더 진짜 같았다.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제시가 먼저 정적을 깨트렸다. 난 그 애가 악 소리를 낼 줄 알았지만 그 애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엠마?"

 
소녀 인형은 한 발자국을 앞으로 내딛었고, 내 공포심은 거의 극한까지 치달았다. 뒤를 돌아보았을 때 난 또 다른 인형이 스스로 내딛으며, 괴상한 걸음으로 어기적거리며 다가오는 걸 보았다. 한순간에 내가 제시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졌던 의문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얼레리들은 진짜였고, 그 것들은 바로 내 앞에 있었다. 주저할 새가 없어 난 우리를 잡으려 하는 저것들처럼 제시의 허리를 잡아챘다.
 
"빨리! 빨리, 가자구!" 내가 악을 썼지만 그 앤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대신 그 애는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아마 엠마라는, 정말 제시의 친구였는지도 알 수 없는 소녀 인형을 향해서. 나는 그 애의 뒤에 있는 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계속 제시의 팔을 잡아당겼다. 제시는 다른 모든 것들을 무시하고 오로지 그 여자애만 바라보고 있었다. 인형은 제시에게 다가왔고, 그 애도 자기의 손을 들어올렸다.

" 제ㅅ-!" 내가 말하려 했지만 나는 내 단짝에게 떨어진 무거운 물체에 의해 가로막혔고, 그 애는 진흙에 쳐 박혔다. 그 애 위에 있던 건 작은 인간처럼 생긴 물체였다. 머리와 손이 원래 그래야 할 크기보다 비교적으로 작은 물체. 그걸 바로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되자, 난 그것들의 껍데기가 그냥 더러운 천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건 썩은, 얼룩덜룩한 살덩이였다.
 
그 작은 생물체가 제시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고통스럽게 끌고 가는 동안 난 뒤로 기어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제시는 비명을 지르며 그 놈을 자기한테서 떼어 놓으려고 땅을 쥐어 뜯었다. 하지만 제시가 엠마라고 부르던 그게 맥없이 툭 쓰러지더니, 그 애 입을 자기 손으로 틀어막곤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에너지가 내 다리를 휘감았고 난 벌떡 일어섰다. 난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여서 도망치기 위한 원시적 본능으로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달리려 한 순간 난 강한 힘에 부딪혀 땅바닥에 구르고 말았다. 그 놈들 중 또 다른 게 내 뒤에 서 있었는데, 놈은 제시가 전에 묘사했던 것처럼 머리가 괴상하게 왼쪽으로 꺾여 있었다. 굴 쪽에 엎어져 있었던 인형이 양 손에 커다란 돌을 들고 있는 것도 보였다. 내가 벗어나기 전에 그 돌이 내 머리 위로 내리쳐졌고, 쪼개지는 듯한 아픔이 내 두개골에 와 닿았다. 시야는 하얘지고 귀는 먹먹한 울림으로 가득 찼지만, 내 의식은 계속 살아 있었다.
 
난 그것들이 날 끌어당기는 걸 가까스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다시 감각을 되찾으려 애쓰는 동안 놈들은 나를 질질 끌고 가고 있었다. 하얀 시야는 천천히 칠흑같은 어둠으로 변했고, 귀를 메운 울림은 알 수 없는 섞인 소리가 되어 흐릿해지더니 얼레리들의 야릇한 지저귀는 소리가 굴의 벽에 반사되어 들려왔다. 튀어나온 돌 위로 끌려 갈 때 셔츠가 찢기고 살이 베여도 나는 계속 늘어져 있으려 애를 썼다. 너무 아파 신음 소리를 좀 낸 것 같았지만 얼레리들은 그 어떤 기색도 보이지 않고, 나를 그 놈들의 소굴 안 쪽으로 깊숙이 끌고 들어갔다.

끝에 가자 마침내 그것들은 행동을 개시했다. 난 울퉁불퉁한 돌 벽에 기대어 졌는데, 그 어둠 속에서도 놈들 중 하나가 바로 내 얼굴 앞에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건 조용히, 괴상하고 불규칙적인 소음을 내며 혼자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놈의 거친 손가락이 내 손을 잡아채더니 튼튼해 보이고 얇은 천으로 내 허리를 둘러 싸 한데 묶기 시작했다. 영원토록 놈이 나를 묶고만 있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내 손이 옴짝달짝 못 할 거라는 걸 보고 만족했는지, 내 무릎 쪽으로 몸을 옮기더니 똑같은 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일을 마치고 어기적거리며 떠나자, 놈이 움직이며 내는 소리가 점점 줄어들더니 나중에 아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고 했지만 나온 건 그 동안 억눌렸던 울음이었다. 내가 이 끔찍한 일을 겪으며 느꼈던 공포가 그제사 터져나온 거였다. 난 내가 이 굴 안에 들어앉아 징징 짜고 있다는 게 두려웠던게 아니라, 다시는 우리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을 다시는 못 볼 거라는 게 너무도 무서웠다.

하지만 내 쪽으로 무언가 오는 소리가 나자 나는 황급히 조용히 하려 온 힘을 다했다. 나는 내 숨을 조절하려 무진 애를 썼고, 바르르 떨리는 숨으로 들이쉬곤 천천히 코로 내쉬었다. 난 대체 저 소리가 뭘 지 알아 내려 온 신경을 집중했다. 천천히, 난 누군가가 내가 끌려 왔던 그 거친 바닥 위로 끌려오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놈들은 제시를 여기에 끌고 오고 있는 것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난 희망을 느꼈다. 내가 생각해도 이기적이지만, 적어도 내가 고독을 견디지 않아도 된다는 데에서 행복을 느꼈던 것이다. 어쩌면 나와 제시가 같이 이 동굴에서 탈출해 절대, 절대로 이 끔찍한 숲에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서 튀어나와 나를 약간 즐겁게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현실로 이루어지기엔 제약이 너무나 많았다. 동굴은 완전한 어둠 속이었지만 얼레리들에겐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아마도 한 놈이 나와 함께 이 곳에 같이 앉아 있었다. 날 조용히 관찰하며 내가 움직이면 나를 덮쳐 숨통을 끊어 버리길 기다리는 놈이 말이다. 더 큰 문제는 놈들이 우리보다 수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었다. 얼레리들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우리를 둘러 싸 버릴 수 있었다.
 
제시는 내가 갇힌 곳 안으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끌려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애의 미약한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난 이 곳의 크기를 대충 짐작해 낼 수 있었다. 내 생각보단 좀 작은, 내 침실보다 약간 큰 크기였다. 하지만 우리 둘을 잡아두기엔 충분하고도 남게 넓었다.
 
그 놈들이 나와 제시를 내버려 두고 떠나기를 바라고 있었을 때, 그 공간 안이 약한 파란 불빛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얼레리들 중 어느 놈들이 -그 놈들이 내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 저 편 벽에 낀 괴상한 이끼를 손가락으로 긁어대자, 온 벽에 낀 이끼에 연쇄적으로 흔들림이 일었다. 푸른빛의 덩굴들이 아름다운 무늬로 궁형을 그리며 벽에 흩어졌고, 불빛은 눈송이가 내리는 것처럼 갈라지더니 마침내 이 굴 안을 가득 채웠다. 내가 지금껏 본 적 없는 가장 아름다운 조명을 만들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앞, 빛나는 이끼 바로 앞에, 제시가 있었다. 제시는 분명히 사람 손길이 닿은 것 같은 진흙 단 위에 뉘여저 있었는데 그 애의 몸부림은 그 쪽으로 뻗어 나온 빛나는 이끼의 포자 덩어리로 막혀져 있었다. 얼레리들은 그 애를 지켜보며 때를 기다리더니, 그 아이 위로 몸을 굽혔다.
 
난 그 때까지 사람의 생살이 찢기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었지만, 이제 그 순간 이후로는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다. 나는 멍하니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내 피부가 찢겨 나가는 것만 같았다. 그 놈들이 나한테도 똑같은 짓을 할까 싶어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난 두 눈을 질끈 감고 얼레리들이 내 힘없는 친구에게 해 대는, 알 수도 없는 짓거리를 하는 소리를 몇 발자국 앞에서 그저 듣고만 있었다. 그렇지만 용기를 긁어모아, 나는 내 허리에 묶인 끈을 삐죽한 돌에 대고 긁어대기 시작했다. 큰 소리가 나지 않게 아주 천천히.

찢어대는 소리는 이윽고 무언가 쏟아지는 소리와 질퍽이는 소리로 변했다. 하지만 난 그게 뭔지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대신 나는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그 분들의 따뜻한 미소를 다시 한 번 보는 걸 생각했다. 그리고 나를 이 미시시피에서 벗어나게 해줄 비행기를, 다시 그걸 타고 여기에 돌아오지 않을 이유들을 생각해 댔다. 난 여기서 살아남아야 했다. 반드시.
 
시간이 지나자, 공을 들인 만큼 줄은 풀어졌다. 충분히 천이 약해지자 나는 세게 힘을 줘 밀어 당겼고, 결이 양 옆으로 찢어지며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이 공간 안에 가득 찬 끔찍한 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기분 좋은 소리였다.

난 가까운 어둠 속을 헤집었다. 충분히 빼낼 수 있고, 또 커다란 걸 찾을 때까지 손가락으로 돌 위를 마구 헤집다 나는 마침내 적당한 걸 찾아냈다. 나는 얼레리들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놈들은 섬뜩한 의식을 내 친구에게 행하는 중이라 내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내 무릎에 묶인 줄을 돌로 끊어내며, 나는 그 다음에 뭘 해야 할지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돌을 무기삼아서 얼레리들에게 덤벼든 다음에, 놈들을 한 주먹에 쓰러트려야지. 그건 정당방위라고, 하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다음 나는 제시를 잡아 어깨에 들쳐 업어야지. 말했듯이 그 애는 나보다 키가 컸지만 난 약골이 아니었다. 이 다음 우리는 이 굴 속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와, 우리 조부모님의 집으로 달려가 안전해 질 수 있을 것이었다.

내 무릎을 감싼 줄이 풀리자, 나는 천천히 내 다리를 펴고 줄을 아래에 내려놓았다. 얼레리들은 아직도 나에게 관심이 없는 듯 했고, 내 마음에서 짜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놈들의 머리통을 돌로 깨부술 작정인데도 놈들은 위험을 알아채고 돌아봐 나를 살펴볼 생각은 하지도 않는 것이었다.
 
"얌마," 나는 돌을 꽉 쥔 손을 머리 뒤 쪽 편으로 치켜세운 다음 속삭였다. 얼레리는 마침내 고개를 훽 돌렸고, 나는 내 무기를 휘두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 영혼 없는 검은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느낌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하나도 똑같지 않았다. 강한 타격감과 울려 퍼지는 쾅 소리 대신, 내 손은 얼룩덜룩한 피부 사이를 쉽게 갈라냈다. 나는 멍하게 서서, 얼굴이 내 허리 쪽에서 덜렁거리는데도 여전히 남아 있는 눈을 바라보았다. 내 손에 살짝 긁힌 자국이 생기자 나는 손을 홱 빼냈는데, 머리통에서 내 주먹을 빼내는 힘이 한때는 피부였었던 껍질을 찢고 구멍을 만들어냈다.
 
내 손을 내려다보자,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할, 유일할 것을 볼 수 있었다. 내 손을 뒤덮은 건 뇌나 피, 혹은 덩어리진 핏덩이가 아니라 벌레들이었다. 지네, 거미, 개미 그리고 더 많은, 셀 수조차 없는 것들이 내 피부 위에서 득시글거리고 있었다. 앞에 서 있던 살 껍데기는 털썩 무릎을 꿇곤 뒤집어졌고, 목에 난 구멍으로 안에 들어찬 것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난 잃고 말았다.
난 폐를 쏟아버릴 듯 비명을 지르며, 내게 달라붙은 징그러운 것들을 떼어내려 굴의 벽에 내 팔을 치대기 시작했다. 그 혼란 속에서도 나는 제시의 이름을 불러댔다. 잘해야 의식 불명일거라는 생각을 했던 걸 잊어버리고선 말이다. 그렇지만 그 애의 머리가 한 쪽으로 젖혀졌고, 제시는 나를 바라보며 팔로 몸을 일으켰다. 적어도, 최소한 우리가 여기서 살아 빠져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빠져 한 순간 내 가슴이 희망으로 차올랐다.

 
이끼의 하늘색 빛이 제시의 새까만 눈을 비춘 순간, 난 땅을 박찼다.

 
그 어둠 속을 달리는 동안 미친 듯이, 생각 없이 지저귀는 소리들이 내 주위에서 메아리쳤다. 난 굽은 길을 돌고 좁은 터널을 달려가는 동안 내 팔에 붙은 그 모든 벌레들을 떼내려 무진 애를 썼다. 그 모든 순간에 내 다리를 잡아채 그 곳으로 다시 끌고 가 제시에게 한 짓을 나에게도 해댈 얼레리들의 손이 느껴지는 듯했다. 나를 똑같은 얼레리로 만들기 위해서.

마침내 그 어둠의 끝에서 아스라한 빛을 나는 발견해 낼 수 있었다. 난 굴에서 기어 나와 숲 속으로 뛰쳐 들어갔다. 보름달의 환한 빛이 길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질주를 계속 하면서도 나는 손톱으로 팔의 살점을 뜯어내며, 놈들이 꿈틀거리며 내 위에서 기어갈 때 남긴 얼레리들의 흔적을 긁어냈다.

내가 어떻게 뛰어 왔는지는 이제 잘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난 한 번도 멈추지 않았고, 그것들을 다시 볼까 두려워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못했다. 내가 우리 조부모님의 집으로 뛰쳐 들어왔을 때 두 분은 주무시지도 않고 거실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단번에 말을 했어야 했었다. 그 분들의 굳은 표정이 내 눈을 보자마자 풀어지고, 그 밤 내내 곁에 있어 주시며 깨어있으셨기 때문이다. 소파에 앉아 담요를 둘러쓰고, 나는 집으로 이어지는 먼지 낀 길을 창문 밖으로 내다보았다. 제시가 그 길을 따라 내려오지 않기를 빌면서 말이다.
 
다음 날, 내가 잠도 자고 뭘 먹기도 한 후에, 두 분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보라며 나를 달랬다. 하지만 뭐라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그냥 숲 속에서 골아 떨어져 악몽을 꾼 다음 겁에 질려선 울며 집으로 달려온 거라고 말씀드렸다. 두 분은 나를 포옹하곤 자애롭게 웃으셨다. 그리곤 할아버지는 다음엔 우리들이 걱정하다 넘어가기 전에 꼭 소리를 질러대라고 말하셨다. 나는 웃었지만 마음속에선 제시의 얼굴이 떠올랐다.
 
방학 내내 나는 날 홀로 두지 않았다. 그 말은 거의 집안에 틀어 박혀선, 뭐라도 좋은 일을 해댔단 것이다. 며칠 뒤 제시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말이 나돌았고 사람들이 찾아보기 시작하자, 두 분은 나에게 뭔가 아는 게 있냐며 물어보셨다. 나는 그 분들께 얼레리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뭐라도 말해야 했었다는 사실을 난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하지만 그저 겁에 질린 꼬마였던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고 그 분들은 나를 그저 내버려 두셨다. 삼 주 뒤 나는 비행기를 타고 집에 갔고, 굴에서 나온 뒤 처음으로 숨통이 틔는 기분이 들었다. 이젠 내가 방심하는 새를 기다려 나를 습격하기 위해 다가올 얼레리들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난 제시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모른다는, 그러니까 그 애의 운명은 영원히 불가사의로 남아 있을 거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그건 비겁한 짓이 될 거란 걸 잘 안다. 제시는 나 때문에 죽었으니까. 내 자만심 때문에, 내 호기심과 모험에 대한 멍청한 갈망 때문에, 제시의 인생은 끊겨 버렸다. 난 이 일을 매일 곱씹곤 한다. 삼십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그리고 이 일은 처음 느꼈을 때만큼이나 항상 고통스럽다.
 
그 인생 최악의 여름과 나 사이엔 이제 엄청난 시간과 거리가 놓여 있지만, 그런 말을 하려고 이 이야기를 풀어 놓게 된 것이 아니다. 내 딸 매기는 벌레들을 모으는데 재미가 들려 있다. 그걸 볼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데도 난 그 아이에게 그만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사실 날 불안하게 하는 건 그 아이의 벌레들이 하는 행동들이었다. 아이가 나에게 자기 작은 병들을 가져 올 때마다, 그 안에 들은 벌레들이.. 날 지켜보는 것이다. 이게 정신 나간 소리처럼 들린 다는 것도 알고, 벌레들은 나나 당신들처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지만... 놈들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자기들이 알고 있단 사실을 알려 주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며칠 전 딸애가 학교에 간 사이 나는 아이의 방으로 들어가 뭘 하고 있는지 보려고 개미 농장을 들어올렸다. 난 놈들이 얼어붙곤, 돌아서 나를 바라볼 거라 생각했지만, 대신 그 놈들은 일대혼란에 빠져버렸다. 마지막 개미 한 마리까지 상자 한 쪽에 몰려가선 서로를 밟고 올라가며 플라스틱 위를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자기들과 내 오른손을 가로막고 있는 벽을 말이다. 내가 굴속에서 미친 듯 휘청거리며 정신없이 놈들을 긁어냈을 때, 그 몇 분간 벌레들이 붙어 있었던 손에 다가가기 위해. 나는 개미들이 서로 내 손에 가장 가까워지기 위해 서로를 말 그대로 찢어발겨 대는 것을 공포에 질려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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