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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댁=천국

|2017.08.01 12:33
조회 3,156 |추천 22
우리 엄마의 그 무시무시한 시집 살이 엄청 겪는거 보고 자란 나는 평생 독신주의로 살겠다 선포 했지만 어쩌다보니 내 나이 만 스물 일곱에 태평양 건너 미국에 시집을 오게 될 줄이야

근데 진짜 미국 시댁은 천국이 따로 없다. 지금 잠시 적응 기간 동안 돈도 아낄겸 남편도 몇년간 떨어져 지낸터라 어차피 방도 많이 남고 해서 미국 시부모님댁에 얹혀 살고 있는데

1. 기상 시간?
그냥 내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면 된다.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 관두고 오게돼서 잠시 미국에서 백수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 또한 오전 11시든, 오후 1시든 그냥 내 마음대로 일어난다.


2. 아침 식사?
아직 시부모님께서 직장을 다니셔서 각자 일어나서 대충 토스트에 커피 드시고 나가시고.. 이 나라는 며느리가 일어나서 아침을 차려야 하고 그런 문화 자체가 없더라. 심지어 주말 아침에는 시아버지께서 팬케잌 구워주시고 과일 씻어서 내주신다. 우리는 자다가 일어나서 눈꼽만 떼고 키친에 내려와서 먹으면 된다. 어떤 주말에는 아침잠이 없으신 시부모님 두분은 먼저 일어나서 브런치 카페에 가셔서 따로 드심


3. 평일 저녁 식사?
일단 시부모님이랑 같이 사니까.. 처음엔 며느리인 내가 게다가 집에서 쉬고 있으니 식사를 다 준비해야할 것만 같은 압박감(?)을 느꼈으나 여긴 돌아가면서 하더라.. 딱히 당번처럼 정해놓은건 아니지만 요일마다 본인이 하고 싶었던 요리나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만든다. 예를 들면 일요일 저녁에 시아버지께서 "월요일 저녁엔 내가 로스트 비프를 만들게" 그럼 시어머니는 "화요일 저녁엔 내가 크림 파스타 만들게" 이런 식으루? 그러면 나도 가끔 "제가 수욜엔 불고기 전골 만들게용"

그런데 보통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더 여러번 요리를 하게 되더라. 우리 시아버지!!
나는 닭갈비나 찌개 같은 매운 요리밖에 잘 못하는데 우리 시어머니가 매운 음식을 못 드시다보니.. 거의 시아버지가 일주일에 4-5일 요리하심.

(우리 시아버지 심지어 이제 연세 70 인데 엔지니어 석박까지 하시고 아직도 직장에 다니시는데도...)

우리 시어머니는 원체 느려텨지신 분이라 시아버지가 답답하셔서 그런지 요리나 설거지를 잘 못하게 하심. (옆에서 보는 나도 좀 많이 답답한..)

4. 식사 후 설거지 & 뒷정리?
보통 설거지 뒷정리는 항상 내 남편이 먼저 하려고 나섬. 거의 저녁 준비 시간에 맞춰서 귀가하기 때문에 본인이 저녁 요리를 못해주기 때문에 설거지는 꼭 본인이 하려고 함.

5. 가족끼리 외식을 하면?
난 서양 사람들은 거의 더치 페이다 보니까.. 특히 서양은 자식들도 18세 넘으면 다 독립 시키니까 엄청 칼같고 정 없을줄 알았는데 서양도 동양권처럼 부모가 자식을 향한 내리 사랑은 똑같더라. 가족끼리 외식하러 나가면 시부모님이 거의 다 사주시는......

6. 집 청소?
처음 제가 미국 시댁에 얹혀 살기 시작할때 백수라 집에서 노는 시간이 많아서 집 청소를 제가 앞으로 도맡아서 하겠으니 앞으로 메이드 아줌마를 안부르시는게 어떻겠냐고 말씀 드림.
(그동안 저희 시부모님은 메이드 아주머니를 일주일에 1번씩 불러서 청소를 하심)

근데 정말 한국인 며느리를 당황케한 의외의 반응....

"니가 이 가녀린 몸으로 이 집 청소를 어떻게 다 하겠니... 메이드 아줌마가 우리집에서 오래 청소해주신 분이라 어떻게 해야하는지 더 잘 아니까 그냥 쭉 믿고 맡기자"

그래서 저는 진짜 시댁에서 손 하나 까딱 안하고 살고 있습니다.. 물론 메이드 아주머니가 일주일에 1번 오시니까 그 전에 저희 방만 정리정돈하고 청소기 돌리고 그런게 전부인..

7. 시부모님 생신
결혼 이후 첫 생신이니 한국식으로 생일상을 차려드려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한국분들도 아니시고 그냥 선물이나 사야겠다 했는데 최소한 200-300블 정도 값어치 선물은 사야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남편 왈 "우리 부모님 물건 필요한거 없어. 진짜야. 나 어릴때도 물건 같은거 사드리면 싫어하셨어. 본인들은 이제 나이도 많이 먹었고 필요한거 없이 다 있는데 왜 그런거 사주냐고... 차라리 카드 정성스럽게 써서 드리면 더 감동 받아~ "

그래도.. 그건 좀 너무 약하지 않나 싶은데 그렇다고 하니... 진짜 카드 정성스럽게 써서 케잌을 사서 드림. 생신날 오히려 스테이크 하우스에 데려가서 맛있는 저녁을 사주심.


8. 결혼식 비용, 예단 혼수 예물?
사실 서양은 결혼식도 다 본인들이 알아서 하는줄 알았음. 근데 여기도 한국이랑 비슷하더라. 부모의 내리사랑은 다 동일한거겠지. 우린 미국에서 한번, 한국에서 한번 총 두번의 식을 올렸는데 미국 식은 미국 부모님이, 한국 식은 한국 부모님이 내주셨다. 덕분에 우리는 결혼 전 직장 생활하면서 모은 저축액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수 있게 됐고 차차 집을 사려고 알아보고 있다.

예단 혼수? 이런거도 전혀 없었다. 결혼 준비할때 시어머니한테 한국의 예단 혼수 문화에 대해 설명 드렸더니 젊은 부부들이 앞으로 지출해야할 곳이 얼마나 많은데 왜 그런 명품백에, 보석을 주렁주렁 사냐고 다 쓸모 없다고 하시면서 그런건 살면서 차차 여유가 생기면 장만해도 된다고 말하심.

그래서 우리는 남편 시할머니께서 물려주신 1.2캐럿 다이아, 남편 반지,
우리 부모님께서 다이아 감사하다고 보답으로 남편에게 시계 선물

이것으로 예물 끝


9. 며느리는 법적으로 이어진 딸이자, 내 아들의 사랑하는 아내, 라는 개념이 확고함 -> 그래서인지 같이 살아도 며느리를 손님처럼 대해주시려고 하고 뭔가 시키지를 못하심.


왜 그런지 이해는 안되는데.. 우리 친할머니 (엄마의 시어머니) 만 생각해도 왜 그렇게 한국 시모들은 한(?) 맺히게 시집 살이를 시키시는지....

물론 한국에도 개념있고 온정 넘치시는 시부모님들도 많지만,

그냥 진짜 단순하게 우리나라 어르신들도

내 아들이 이 여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불행했을까.... 아 내 며느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그냥 이렇게만 생각하시면 안되나....
추천수22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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