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북에 거주하는 30대 여자입니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이라 4일이나 지났는데 정신이 없어 이제야 글을 쓰게 되었네요.
금요일 퇴근하고 급하게 경기도로 가서 친구 가게 오픈 축하해주고 술도 한잔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그날 밤에는 잠도 많이 못 자고 토요일 아침 차로 돌아오게 됐는데요. 과음한 것도 아니었고 아침 식사까지 하고 기차를 탄 거라 분명히 멀쩡했는데, 기차에서 잠시 잠들었다가 갈아타는 기차를 익산역에서 타야 해서 급히 내리면서
혈압이 낮아진 건지 몸이 너무 안 좋아졌어요 ㅠㅠ
기차 내에서 익산역 안내방송 나왔을 때 급 잠에서 깨서 내리려는데 아찔한 느낌 들면서 앞이 안 보이고 어지럽고 답답하더라고요.
종종 기립성 저혈압 때문에 그럴 때가 있어서 그럴 때는 앉거나 누우면 되는 걸 알아서 내리자마자 앉을 곳을 살펴보았는데 플랫폼엔 당장 눈에 의자가 안 보이고
기차 내랑 온도 차이가 급격히 나면서 덥고ㅠㅠ 뒤에서 더 내리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 그냥 밀리듯이.. (?) 에스컬레이터에 오르게 되었어요.
식은땀이 나고 어지러워서 손잡이를 꽉 잡고 기댔는데
제발 제발 빨리 올라가라(;;) 올라가서 잠시 쉬어야지 생각하다가
그 순간부터 기억이 안 나요. (갈아탈 기차가 20분 정도 텀이 있었거든요)
바보같이 빙빙 도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선..ㅠㅠㅠ
그냥 기절해버렸네요.
원래 혈압이 낮고 기립성저혈압도 심하고, 어릴 적에도 자주 쓰러지는 편이어서 조심하는 편인데 최근에 운동으로 건강(?) 해져서 그런 일이 전혀 없었기에 너무 안일해졌나 봐요
웅성웅성하는 소리에 눈을 뜨니까
저 아가씨 얼굴이 파랬는데 이제 혈색이 돌아온다고 하는 여자분 목소리가 들렸구요
막 도착하신 구조대원 분들, 역무원분들, 그리고 신고해주신 분.걱정하며 들여다봐 주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았고 저는 그냥 누워있었어요(ㅠㅠ)
1-2분 된 건 줄 알았는데 갈아탈 기차 시간이 다 됐던 걸 보니 거의 10분은 그러고 있었나 봐요..쓰러지면서 손에 든 가방이며 집에 가서 먹으려고 산 도넛;이며 그런 자잘한 것도다 옆에 챙겨주시고,
심지어 역무원분은 그 와중에 제가 갈아타려고 했던 기차표도 취소해주셨어요..정신 차려보니까 제 쇼핑백에 물까지 들어있더라고요..
너무너무 따뜻한 손길에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역무실에 이동해서 채혈하고 혈압을 쟀는데 계속 60대 나오고 어지러워서 사는 지역으로 바로 택시로 넘어가 응급실 가서 링거 맞고 CT랑 피검사 받고 이상 없어서 무사히 퇴원했습니다.
지금도 기운은 없지만 일어나거나 할 때 조심하고 있고요. 잘 먹고 쉬고 있어요.(택시 타러 가는 길에도 걱정된다고 역무원분들이랑 구조대원 분들이 바래다주시고 택시기사분께 계속 주의사항 전해주시고 연락처 다 받아 가셨어요.)
링거 맞고 정신 차리고 아파서 보니 종아리랑 발목이며 발등이며 에스컬레이터에 다 쓸려서 피 나고 멍들고 부어있더라고요..
힐 신고 반바지 입고 있었거든요 ㅠㅠ
다들 잡아주셨는데도 그 정도였는데
아무도 안 계셨거나 모른 체하셨더라면 진짜 크게 다쳤겠다 싶어서 아찔했습니다.
글이 구구절절 길어졌는데,
지난 19일 토요일 아침 10시경 익산역 도착 SRT에서 내려 역으로 올라가는 중 도와주셨던 역무원분들,끝까지 챙겨주신 구조대원 분들..
그리고 쓰러질 때 붙잡고 올라와 주신 분들..신고해주시고 바쁘실 텐데 옆에서 챙겨주셨던 남자분 외 시민분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칠 수도 있고 큰일 날 뻔했는데
많이 다치지도 않고, 나중에 응급실에서 링거 맞으면서 급 감격+감동해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경황이 없어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 한 것 같아 혹시라도 보시거나 아는 분이 보시고 전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염치 불고하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저도 곤란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분 보면 꼭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ㅠㅠ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또 혹시라도 몸이 급 안 좋거나 하시면,
젊은 사람들도 미주신경성 실신이 흔하다고 하니 머리 조심하시고 눈치 보지 마시고 되도록이면 제자리에라도 주저앉으셔야 해요..
실신보다 쓰러지면서 다치는 게 더 위험한 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