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에 불판에서 택한 게 둘 다를 피하는 거였네...
누구보다도 꽤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러브, 워너블 그리고 민현이 개인 팬까지... 조금 삐걱거렸지만 그래도 여기서만큼은 잘 지내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겠다고 했을 때 사실 해답을 찾는 것 보다 그 과정을 기다렸고.
그런데 내 기대가 컸었나. 막상 지켜보고 있자니... 난 뭐라 말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더라. 조심스럽게 말한 것도 그냥 그렇게 흘러갔고. 충돌을 바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으면 했다. 어제 새벽에 올라왔다 사라진 글들처럼.
내가 러브고 미녀단이더라도... 또는 내가 워너블이고 미녀단이더라도... 그리고 내가 그냥 미녀단이더라도... 여태 해 온 것처럼 이곳에서만큼은 그냥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길 바랐다. 미녀단으로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기를 바랐어. 규정을 정하는 것 보다.
부딪혀야 하는 문제에 한 번은 부딪혀야 했고. 답을 내자는 게 아니라, 적어도 여기서 우리끼리 여태 느꼈던 혼란스러웠던 상황에 대해 말할 수는 있어야 했어. 그게 러브건 워너블이건 개인팬이건 간에.
어제 총대가 올린 입장글도, 그리고 그걸 읽어주었던 러브의 반응도 나는 진심으로 고마웠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다른 의견까지 안아서 글을 쓰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었을테고,
당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는 글을 읽어주고 이해해주는 것도 그 편에서는 쉽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을 테니까.
그래서 우리 입장글이 의미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을 거라 생각했고, 우리가 조금은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너무 앞서 나간거니...
꼰대 짓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해서 여태 그냥저냥... 지냈다. 근데 두 시간 넘는 시간 동안 건설적인 이야기를 한 게 맞는 지도 사실 의문이다, 나는.
인증문제. 지혜롭게 해결했다고 생각해.
근데 까놓고 말해서 앞으로 민현이 얘기만 하자는 건 결국 갤 따라 가는 거랑 뭐가 다른건지 모르겠다.
아이돌 그룹 덕질하면서 관계성 언급 안 할 수 없고, 그룹 소속이면 그룹 얘기, 그룹 멤버 얘기 조금이라도 안 할 수 없는 거 알텐데. 그래서 최소한 필터링은 하자고 한 거였고.
화력이고 뭐고 다 떠나서, 필터링 규정 하나로 서로 배려하고 잘 지내는 것 자체로 뿌듯해했다.
가끔 다른 팬톡에 서로 글 남겨주고 부둥거리는 거 보면 그 순간 만큼은 그렇게 평화로워 보이더라. 그래도 우리 잘 지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 들었고.
근데 앞, 뒤로 다 벽치고, 민현이 얘기만 한다...?
그리고 나서 그룹 멤버로서의 민현이를 지지한다는 말은... 무슨 논리야...?
그걸 다른 사람들은 이해해 줄까?
여러 곳에 있다가 지쳐서 온 사람들이 다수니, 서로에게서 소속감은 찾지 말자고, 자기 의견을 강요하지 말자고... 요 며칠 새 삐그덕 거렸어도, 그렇게 하고도 우리는 충분히 잘 버텨냈다고 여태 보여줬다.
민현이라는 공통 분모를 제하고 어쩌면 대척점에 서 있을지도 모르는 우리가... 오늘을 통해 얘기하면서 조금이라도 조율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었어.
근데 결국에 택한 게 러브를, 워너블을 피하는 게 되어버렸잖아.
실망스러워...
내가 이런 말들을 줄줄이 꺼내지 못하고 뒤늦게야 이러는 것도, 그리고 핵심은 찌르지 못한 체 결국 두루뭉술하게 넘어가 버린 오늘도 전부 다.
여태 이유없이 맞는 것도 견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에서 내가 무너지네.
마지막 글에 선동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게 나쁜 건지도 잘 알고. 근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부탁인 건, 앞으로 이 곳의 방향을 잘 제시해줬으면 좋겠다는 거... 그거 하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