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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라

Oo |2017.09.04 03:21
조회 7,530 |추천 27
추억이라는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렇게 밀려온다는게 무섭다

너가 힘들다고 울며 전화한 그때,

군인이었던 내가 못해준게 미안해 잡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너에게 더이상은 힘들다며 그만하자며 헤어지잔 말을 듣고
나는 그저 내가 부족하여 네가 많이 힘들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우린 헤어졌는데
길지 않던 내 휴가 군에 입대하고 많은 일을 겪으며 몇번을
밀리고 네가 원하던 날짜에 겹치던 선임에게 부탁하며
앞으로 군생활 힘들 수도 있겠다
그래도 너가 있다면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간 그 휴가의 복귀 전날
우린 얼굴도 못본채로 그렇게 헤어졌다

복귀하는 내 발걸음은 평소보다 무거웠고
자대로 복귀하는 버스는 내 생각보다 너무나 빨랐다
어느새 눈떠보니 부대앞 위병소
훌훌 털어내며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
사람은 누구나 헤어지기 마련이다 생각하며 잠을 청하던 그날 밤

선임들과 같이 쓰던 그 방 모포속에서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었다

무리하게 선임을 밀고 나간 휴가의 결과는
행동 하나하나 트집잡히는 일과가 되었고
눈치보며 군대생활을 체감할 계기가 되었다
일병3호봉이었던 내겐 그저 모든게 힘들었다

이젠 힘들어도 더이상 전화를 해 하소연 할
힘내라고 말해줄 사람이 없다는게 어찌 힘든지
사람이 다른사람에게 기대어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는지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게 아닌지를
난 봄이 다가오던 부대에서 배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한달이나 흘렀을까
지금처럼 문득 네 생각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저질렀다.

네가 잘 하지않는 sns
그중 내게 보냈던 너의 메시지의 프로필 사진을
아무생각없이 봤을때
이젠 잘 지낼 수 있을거라
나만 힘든게 아니라 네가 더 힘들었을거라
내가 널 힘들게 해서 얼마나 미안한지
늘 지나가고 후회하는 아쉬움
조금만 더 잘할걸

그런데 너의 프로필의 그 남자와 넌 행복해 보이더라

나와의 연애때도

남자는 3개월이상은 봐야 사귄다던 너의 그 말이
내 머리에서 떠오를쯤
난 더이상 괜찮지가 않더라

5월의 휴가 너와 헤어지고 보내는 첫 휴가
늘 하고 싶었던 게임도 많이하고
너를 만나느라 소홀했던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네가 걱정하여 나가지 않던 술자리도 더 무리해서 갔다

취하지가 않더라
내 친구들 다 택시태워 보내고
편의점에 가서 혼자 술을 또 마셨다
살면서 그때보다 술을 많이 마셔본적은 없는거같다

혹시나 취해서 실수를 할까봐 걱정하지 않았다
잘못 눌러서
취해서 실수로
그런 잡다한 변명거리라도 있다면
네게 전화를 걸어 목소리 한번 들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취하지를 않더라

여기까지인가보다
우리가 지내온 3년
평탄하지 않게 사귀었던 그 기간이
더이상은 없다는걸 그때 알았다

남들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한번 하지 않았다
바보같다고 멍청하다고 남들이 욕해도
남들에게 우리의 연애이야기, 너의 실수, 우리가 싸운이유
우리의 기억들을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남들의 입에서 네 이야기가 안좋게 오르내리지 않길 바랬고
우리의 연애는 우리의 힘으로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니까
아니면 그저 내가 착한척을 했던걸지도 모르겠다

너의 주변사람들 모두 알던 내 실수와 잘못들
나도 너처럼 주변사람들에게 상담이라도 받았어야했나싶다
이미 내 속은 다 썩어 있었는데
그 누구에게도 말을 못했다.
바보같이

너와의 헤어진 3월이 다시 오고

내가 마음을 비우려 노력했던 5월
난 국방의 의무를 끝내고 제대했다
지나고 보니
군생활 그리 나쁘지 않았다.
힘든일도 있었지만 정말 좋은일도 많았고
정말 좋은사람들 많이 만나고 나왔다

그렇게 제대하고
나는 무슨생각인지 네게 전화를 했었지

번호도 다 지웠는데
마치 아무일도 없는것처럼
네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냐고
난 잘 지낸다고
어디 아픈데는 없냐고
뭐하고 지내냐고

그저 그게 궁금했다
내가 느꼈던 허망과 불신은 사라지고
너라는 사람이 그저
잘 지내는지 힘들지는 않았는지
그게 제일 궁금했다.

잘 지낸다는 너의 말이 반가웠다
내 전화를 끊지않고 받아준 네가
어색할텐데 통화를 해준 네가
참 고마웠다.

그렇게 아무일도 없듯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

집을 이사하고 방 정리를 하던중
무심코 열어본 상자에

우리의 추억이, 너의 사진이, 행복하게 웃고있는 나의 사진이 있었다.

무심코 열어본 추억에

마음에 준비없이 무언가에 치인것처럼

내 마음이 혼란스럽다

아직도 널 좋아하는걸까

넌 내 생각이나 할까

바보같이 나만 네 생각을 하는걸까

애초에 부질없는 짓을 하는걸까


우연히 지나가다 스쳐가길

그런게 아니라면 다시는 만나지 말길

너의 웃는 모습을 미워도 못하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


부디 잘 지내고 있길

너가 가끔보던 판에
그저 이렇게 묻혀갈 글과 함께
내 추억과 후회와 남은 마음이
같이 묻히길

많이 좋아했었다

행복해라






추천수27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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