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년차, 갓 태어난 딸 키우고 있는 초보아빠입니다
여기가 여자들이 많이 보는 곳이고 남자들도 이 카테고리를 잘 본다고 하길래
아내 명의로 글씁니다
남편분들 아마 와이프와 어머니 사이에서 중재하기 힘들 겁니다
좋게 지내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좋게 지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항상 본가에 가기 싫어하는 아내 시어머니 안보고 사는 아내
저도 와이프랑 같이 이거 보다가 이것 저것 알게 된 겁니다
대부분 참다가 터져서 와이프가 화내면
남편은 뭐 이런거갖고 그러냐.. 우리엄마는 안그런다.. 이런 것 같습니다
근데 남편들 아셔야 할게 있어요
아무리 날 삼십몇년간 키워준 엄마일지라도
성별이 다른데서 오는 무지함은 매우 큽니다
이런 표현이 저급할지 모르나 여자 대 남자로 섰을때
남자들은 여자들을 속속들이 모르잖습니까
근데 남편들은 다 아는 것처럼
아들인 내가 우리 엄마를 100% 알아 라든가
우리 엄마는 안그런데 너가 너무 예민한거 아니야 라든가
그런 오류를 범합니다
그럼 아내는 100% 모르고 조선시대처럼 첫날밤에 처음 만났습니까?
내가 선택된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여자 역시도
이유없이 누군가를 싫어하진 않을겁니다
아마 이유없이 싫어하는 여자라면 아마 다른 사고들 쳐서
은팔찌 차고 있을 겁니다 우리 아내들이 되지 않았을거요
거만하다고 니도 남편 아니냐고 하겠지만
저도 직접 겪어보고 다른 부부들은 저처럼 후회할짓 하지 말라고
알려드리는 겁니다.
저도 다른 남자들처럼 어머니한테 오냐오냐 자랐고
여동생보다 더 많은 걸 누리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내를 만났고요
와이프와 어머니는 서로 잘 지내는 거 같았습니다
가끔 와이프가 어머니는 날 싫어하시는거 같다고 해도
당신이 예민하다고 그냥 넘길 정도로
어머니는 일주일이 멀다할 정도로 반찬 바리바리 싸오시고
그냥 다른 시어머니와 같은 분이었습니다
근데 올 여름 딸이 생겼고
맞벌이었던 아내는 지금 육아휴직으로
집에서 가사노동 중입니다
아내는 원래 마른 몸이었는데 결혼하고 나서 더 빠지고
임신중에는 입덧때문에 양수무게만 겨우 찌고
지금은 아이 키우니까 더 빠졌습니다
아이 때문에 힘들구나 안색이 안좋구나 그랬습니다만
지난주 주말 아내가 갑자기 이번주 중 하루만 연차 내고
자기랑 같이 있어달라고 졸랐습니다
보통 그런 말을 하지도 않는 사람이거니와
아무리 둔해빠져도 눈치가 있잖습니까
무슨 일이냐 했더니 그냥 하루만 같이 있어달라고 하길래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전 제가 그토록 믿고 의지했던 저희 어머니의 다른 면을 봤습니다
아내가 자기가 전화 받을 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옆에서 듣기만 하라고
아침부터 신신당부하길래 전 저 없을 때 아내한테 이상한 전화를 하는 놈이 있는줄 알았습니다
근데 어머니였습니다
저는 항상 7시에 집을 나서는데 원래 제가 집을 나갔을 딱 7시 조금 넘자마자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아범 출근했냐 아침은 먹였냐 뭐 먹였냐
애 젖 챙긴다고 남편 밥 소홀히 하지 마라
같이 아침을 먹고 쇼파에 앉아 있는데
또 아내 전화가 울립니다
어머니 ㅇㅇ이(제 딸입니다)는 젖 먹였냐 목소리 들려달라
아이 잔다고 하니 왜 아직까지 재우냐 애 곯릴려고 작정했냐
아내는 젖 먹이고 다시 재운 거라고 했습니다
열시 넘었나 집사람이랑 집에서 영화 보고 있는데
또 어머니한테 전화가 옵니다
집에 뭐 먹을 건 있냐 내가 전에 준 장아찌랑 젓갈 아범 잘 먹이고 있냐
에구 아범은 지금 가장 바쁠 시간인데 넌 좋겠다 집에서 애만 보면 되고
그런 전화가 점심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저한텐 전화 한 통 안하셨어요
제가 너무 놀라서 집사람한테 원래 이런 식이었냐고 했더니
집사람은 그래서 저보고 옆에 있어달라고 한 거였답니다
저한테 뭘 말해도 그냥 흘려들으니까요
이 날 하루종일 아내한테 걸려온 전화만 34통입니다
제가 7시에 집에 들어오는데 그 시간 이후부터는 전화가 끊기더군요
아내는 직장 다닐때도 이런 전화를 자주 받았다고 했습니다
옆에서 하루 제가 당한 것도 아니고 지켜만 봤는데
정말 저희 엄마지만 질릴 정도로 달달 볶더라고요
집사람이 자기가 절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왜 이렇게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답니다
맞아요 저 하나 데리고 살겠다고 아내가 저런 걸 다 겪은 겁니다
저희 회사 노총각 부장님도 저렇게 히스테리컬 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그 이후로 이틀 밖에 안지났지만..
어머니한테 아이한테 전자파가 안좋아서 아내는 아예 휴대폰 없앴다고 하고
와이프 핸드폰은 새로 개통했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전화하라고 했고
혹시 집에 불시에 찾아오실까봐 제가 아이 보기가 너무 힘들어서
집사람은 친정에 보냈다고 했습니다
저도 제가 대책 세운 게 뜨뜨미지근하고 별로라는 거 압니다
원래는 매몰차게 어머니한테 뭐라 하고 아내를 선택하는게 맞는 선택지 같지만
아들이자 남편인 저는 솔직히 그럴 자신이 없어서..
그냥 질보다 양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냥 이런 식으로 점차 와이프와 어머니 사이를 벌리고
서로 접촉하는 걸 줄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와이프를 어렵게 여기고
좀 어색하게 여기지 않을까 생각해서입니다...
아내는 그동안 얼마나 시달렸는지 이것만으로도 좋다고 했고
이번 추석은 와이프와 어디 좀 놀러갈까 싶어 비행기도 겨우 구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장모님께서 봐주신다고 하셨고요..
그러니까 남편들 저같은 과오 범하지 마십시오
진짜 와이프 볼 낯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머니에 대한 충격도 크고
한편으론 너무 안타깝습니다.
저랑 가장 가까운 두 사람이 잘 못지내니
저희 엄마 잘못인 걸 알지만서도 참 안타깝더군요
근데 저도 딸가진 아빠 되보니까 알겠습니다
내 딸이 결혼해서 제 와이프같은 일을 겪는다면
전 아마 사위새끼 귓방맹이를 한대 갈겼을 겁니다
그리고 와이프분들도 참지 말고 빨리 말 해 주세요
못알으 들으면 야구방망이로 줘 패서라도 알려주세요
너무 뒤늦게 알면 너무 미안하고 와이프가 안타까워서
많이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