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상대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지만...
그사람은 다른 사람이 생겨 전할 수 없어서 여기에 적어 두고 마음을 정리하려 합니다.
백일정도 짧게 사귀고 헤어진지 두달된 20대 후반 남자입니다.
전여친은 저보다 한살 위였고 직장인이었지만 지금은 일을 그만둔 상태입니다.
저는 아직 학생이지만, 어떤 시험에 합격해서 임용을 기다리고 있던 중 헤어짐을 통보 받았습니다.
다들 그렇듯 처음에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사람도 나를 미친듯이 사랑해줬고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저도 이 사람과 평생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수험으로 피폐해진 저에게는 정말 구원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2년간 수험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저는 연애중에도 그녀가 떠나갈까봐 불안했고 자연스럽게 저 자신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항상 조심해야 했고 점점 찌질한 사람이 되어 갔습니다. 항상 그녀의 눈치만 보고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점점 을이 되었습니다. 갑이 된 그사람은 항상 저에게 뭘 고치라 했고 저를 남자가 아닌 마치 애기 보듯이 했습니다. 제 이런 모습에 그사람은 저에게 매력이 떨어졌다고 하면서 점점 식어가는게 눈에 보였습니다. 전 그녀가 떠나는게 너무 무서웠고 많이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그녀는 마음이 빠르게 식었고 마치 저와 이별할 구실을 찾으려는 듯이 행동했습니다. 퇴근 후 잠시만 보는 것도 귀찮아 할 정도였으며, 별거 아닌 말들에도 지나치게 말꼬리를 잡으며 저를 공격했습니다.
그 사람은 저와의 관계를 숨기고 싶어 했습니다. 저와 만나는 것이 떳떳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얘기했고, 이외에도 여러 모진말들로 안그래도 바닥이었던 저의 자존감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도 울컥했지만 알았다면서 억지로 애써 웃음 지으면서 집에 가자는 말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항상 너무 예쁘다고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돌아오는 것들은 저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이었습니다. 저는 만나면 항상 누가 같이 있는 걸 볼까봐 두려워하는 그녀를 달래고 괜찮을 거라고 계속해서 말해줘야 했고, 이것에 대해 달래다가 지쳐 조금이라도 짜증을 내면 그날은 그사람이 동굴로 들어가는 날이었습니다. 그사람이 동굴로 들어간 동안 저는 저희 관계를 아는 몇몇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입단속하기에 바빴고 그 후엔 엄청난 자괴감이 찾아왔습니다. 내가 그렇게 부끄러운 사람인지, 떳떳하지 못한 사람인지...
안 맞는게 있으면 대화로 해결하자고, 맞춰나가면 된다고 말했던 그사람은 트러블이 생길때마다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며 저와의 대화를 피했습니다. 저에게 적용되는 것들은 그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들 지켜주지 못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또 그녀의 감정을 존중이 아닌 감정으로 받아친 날들도 있었지만 그건 연애초 잠시뿐이었습니다. 그사람도 저 때문에 감정소모가 심하고 많이 지쳤을 거란걸 압니다... 하지만 제 얘기와 감정들은 말도 못하고 꾹꾹 숨기기에 바빴고, 저는 항상 그녀가 쏟아내는 감정들을 받아내기만 하는 마치 흔히들 말하는 감정의 쓰레기통 같았습니다. 항상 제 말은 끊으면서 자신의 말은 끊지 못하게 했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해도 그사람은 자신의 감정만 쏟았고, 얘기를 듣고 미안하다며 제 의도를 전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제 감정은 쏟아질 곳이 없었습니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녀가 옆에 있기만 하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시험을 마저 준비하고 있어서 지금은 많은 걸 해줄 수 없지만, 조만간 일을 시작하면 뭐든지 다해주고 싶었습니다. 지금 잠깐 이 상황만 지나가면 여유 속에서 점점 관계를 회복해 나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지친 나머지 잠시 그사람에게 기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사람은 저를 계속 피했고 저는 결국 거의 울다시피하며 제가 서운함을 얘기하자, 그녀는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비록 많은 걸 해주진 못했지만... 제가 한 노력들을 그사람은 당연한 것들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많은 것을 해주지는 못했지만... 그렇지만... 저는 이 관계를 위해 제가 가진 얼마 안되는 것들마저 포기했습니다. 자존감은 바닥이었고 제 인생을 좌우할 남은 시험 공부마저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나약한 모습이 결국 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단 한번 붙잡았습니다. 붙잡아도 소용없었습니다. 저의 단 한번의 간절함이 그사람에게는 소름끼치는 무서움이었습니다. 그사람에게 저는 마치 벌레였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있어 집착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그래서 당분간 눈에 보이지 않기로 하고 사라져 줬습니다.
헤어진 후 두달동안 바뀌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집에서는 미친듯이 눈물이 나는 날도 있었지만 불면증때문에 술이 아니면 잠들 수 없는 날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사람이 싫어하는 모습들을 바꾸기 위해... 자존감도 많이 높였고 운동도 하고... 정말 꾸역꾸역 살아냈습니다. 다시 돌아오면 정말 많이 사랑해주고 존중해주고 배려해줄거라고, 물질적으로도 이제는 그사람이 해주고 싶은거 다 해줄거라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될거라고... 진심을 담아 임용이 되어 제가 학교를 떠난 후에 연락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랬는데... 그사람은 다른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두달만에... 다른 사람이 생겼습니다. 저의 존재는 숨기기에 바빴던 그사람이 이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와 만나는게 떳떳하지 못하다 했던 그사람이... 이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또 찢어졌습니다. 카톡을 확인하고 너무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았습니다. 세상은 너무 잔인합니다. 열심히 살아갈 이유를 다시 찾아야 하는데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내가 변하면 돌아와줄거라는 정말 작은 희망하나로 버텨온 두달이 아무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세상은 너무 지독하게 잔인합니다... 아직도 미련이 남아 여기에 끄적이는 제가 너무 바보같고 언젠간 돌아오면이라는 바보같은 생각하는 제가 너무 싫습니다. 서른 가까이 먹고도 아직도 사랑 한번에 무너지는 성숙하지 못한 제가 정말 한심하고 울컥합니다. 그토록 원하던 시험에 합격하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가 저에겐 살아오면서 지옥같은 가장 힘든 시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상황이 많이 바뀌었을텐데... 잘해주지 못한 것들과 같이 하기로 했던 것들에 대한 생각때문에 너무 미련이 남습니다... 이제는 여유가 생겼는데... 이제는 혼자라는 생각에 어떤 것에도 이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미워하는 마음이 되려 저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라는 걸 알아서 비워내고 또 비워내지만, 계속해서 그사람에 대한 생각이 차오릅니다. 자꾸 그사람 생각에 화가 나고 미워지고 원망하는 마음이 들려고 합니다... 그럴때마다 저의 미숙함을 탓하면서 계속 비워내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다른 감정들로 차오르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짧았지만 잠시나마 너무 큰 행복을 줘서, 미숙한 저를 잠시나마 사랑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제 마음을 전달하는게 서툴러 사랑한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지만,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이런 진부한 표현으로는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당신은 저에게 큰 존재였습니다. 기적은 없었지만 앞으로의 삶에 저에게 다시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사랑하겠습니다.
정말 찌질하고 궁상 떠는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