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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레 아기를 돌보는 젊은 아빠를 보다 눈물이 났어

생각폭발 |2017.09.22 22:55
조회 2,117 |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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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말투로 써요


난 20대 중반 직장인. 연중 개처럼 일해 모은 돈으로 한달동안 혼자 유럽여행 하다가 암스테르담 공항을 통해 지금 사는 미국으로 입국했음. 게이트에서 비행기 기다리는데 8개월짜리 딸이 있는 한 부부가 공동육아가 진정 무엇인가 보여주길래  처음에는 훈훈하네요 ~ㅎ 정도로 제목 달아 올려고 찍었지만, 생각이 깊어질수록 독박육아를 당연한것처럼 해왔을 우리 부모세대, 그 이전 세대의 어머니들과, 2017년임에도 불구하고 남편, 시댁으로부터 “그래도 애 하나는 낳아야지~”를 꾸준히 시전 당해 정신차리고보니 꿈도, 내 자신도 사라진채 마트만 가면 양손에 기저귀만 한가득 들려있을 내 또래의 수많은 한국 여자들이 생각나 눈물이 나기시작했음. “북유럽에는 이렇게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들이 있데 ~”라는 식으로 지나가는 전설처럼 들어만 본 장면을 직접 보자, 내가 자라온 환경, 내 또래 다수의 여자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겪고있는 환경에 환멸감을 느껴버렸음.  



미국행 비행기가 3시간이나 딜레이되어 처음엔 둘도 살짝 어쩔줄 몰라했음. 아기 자는 시간, 밥먹이는 시간, 도착하는 시간 다 계산해 왔을텐데 리듬이 다 깨져서. 그런데 게이트 앞에서 밥먹이는 시간이 되자 둘이 하나가 되어 착착착 아기를 돌보는데, 평소에 어떤 모습으로, 어떤 패턴으로 이 집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지 보이더군. 이 아빠는 너무나도 능동적으로, 본능이었던것처럼 자기 아기를 돌보는데,  이 아빠에게는 “아빠가 육아에  참여한다”라는 표현도 부족해보였다.
   

일단 비판적인 이야기는 뒤로하고 이 젊은 네덜란드인 부부의 너무나 당연하지만서도 내 눈에는 아름답게 비친 모습을 감상해보자. 

 (기다리는 3시간 내내 두어번 어디 잠깐 갔다오는것 아니면 자기가 꼭 저렇게 아기를 안고 있더라)

 (짐을 자기가 쌌는지 와이프가 쌌는지는 모르겠는데, 필요한 물건을 여러가지 물건이 복잡하게 담긴 가방에서 헤메지도 않고 한번에 탁탁 꺼내서 주고 있다. 여러번 했는지 경험이 묻어나더라.)

 (아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남편)

(아이가 밥을 다 먹으니 아빠가 식기와 수저를 씻으러 갔다) 





밥먹이는 장면 하나에 내가 집중해서 이 부부를 관찰하기 시작했음.  


일단 말그대로 장면만 묘사하자면 -

아기를 엄마가 안고있는 동안 아빠가 스타벅스까지 가서 따뜻한 물 받아 이유식 준비 -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아빠가 떠먹여 줌 - 다먹고 엄마가 아기 안고 흔들어주고 있을때 아빠가 그릇이랑 수저 씻어서 말려옴 - 아빠가 아기가 좋아하는 인형을 꺼내 놀아주다가 아이가 잠듦 - 비행기타려고 줄 서기 전까지 아빠랑 엄마랑 번갈아 안아주는데, 아기 보는 모습이 더 보고싶다고 아빠가 안고 있음 - 중간중간에 아기가 깨면 아빠가 다시 인형으로 놀아주거나, 안아주거나. 더욱 놀라웠던건, 아기 물건이 잔뜩 담긴 가방에 뭐가 어디있는지 와이프가 달라고 하면 뭐가 어디있는줄 바로 알고 원샷 원킬로 지퍼를 탁탁 열어서 주는데 아마 남편이 아기 짐싼게 아닌가 싶을 정도. 그 아빠가 그 가방을 싸지 않았더라도 와이프 옆에 붙어서 하도 많이 해봤으니까 알겠지. 세 시간 내내 아빠가 아기한테 눈을 못 떼더라. 핸드폰도 한번 안쳐다보고.   



이 모든 장면이 정교하게 짜여진 스턴트를 보듯 자연스레 흘러가는데 너무 보기도 좋았지만, 일부러 센치해지려 한것도 아닌데 마음한켠이 알싸해져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8개월일때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을것임을 알았기에. 내 인생 처음 1-2년은 대학을 학과 수석으로 졸업하고 전업주부가 된 엄마의 무한희생, 기도, 한숨, 짜증, 자괴감, 어쩌면 엄마는 죽어도 인정하지 않을거지만 가끔은 어쩔수 없이 들었을 후회로 범벅되어 있었을거니까. 나의 가정 어린시절 아빠에대한 기억은 이런것들 뿐이다 : 퇴근후 주중/주말 할것 없이 술냄새를 진동시키며 빤스만 입고 안방에서 골아떨어진 아빠. 그나마 골아떨어지면 다행이고 하루종일 집안에서 애만 보던 엄마한테  격일 간격으로 싸움을 걸어댔다. 밥은 알아서 해먹는적이 없었고 집안 곳곳에 양말을 아무데나 벗어 던지면 그 벗어던진 양말은 엄마가 주우러 다녀야 했지. 어디 나가려할때 나랑언니 씻기는것부터 옷입히기 밥먹이는것까지 엄마가 아둥바둥하면서 챙길때 최면술에 걸린 인간마냥 TV만 쳐 보던. 엄마 어디 가면 안해봐서 모르겠다고 지 새끼들 밥도 똑바로 못 챙겨주던. 우리 아빠랑 비슷한 아빠 가진사람 여기 많지 않냐?  틈만나면 “내가 너 태어난날 회사휴가내고 분유 타서 먹여준 아빠다”라며 사골 끓이는데, 예전엔 우와 아빠가 회사 휴가까지 냈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엄마앞에서 또 그 얘기 한번만 더 하면 그럼 당일 애 낳은 와이프가 실밥 움켜쥐고 나와서 애 분유타먹이리?라고 소리지르고 싶다.

 


이런저런 생각에 눈물이 주책없이 나와 화장실로 가려는데  한참을 아기를 놀아주던 이 집 아빠가 아기한테 뽀뽀를 해대며, 아기 볼에 코를 비벼대며 애정표현을 하는데, 더이상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보면 부부가 놀랄것 같아서 화장실로 급히 향했다. 이 아빠한테는 말한마디 못하는 8개월짜리 딸과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와이프랑 당연히 반반해야 하는일“,”당연히 해야하는일” 정도가 아니라, 다시는 오지 않을, 돈으로는 값어치를 환산할수 없는, 놓치고 싶지않은 너무나도 귀중한 순간순간인거다. 육아하는 모습에 집중해서 그렇지 와이프도 얼마나 예뻐하던지. 와이프 손을 잡아다 놓았다 아기랑 같이 보쌈해서 안아줬다 뽀뽀를 했다.....보기만해도 마음이 포근해지고 멋지더라. 세상에는 저런 아버지들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런 부모와 함께 자란 딸 아이는 정말정말 행복하겠지.  자기 엄마아빠가 서로 아끼며 오손도손 살았다는걸 알겠지.



아이 엄마가 비행기 타기 전에 셋의 사진을 좀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찍어주다 대화가 터서 이것저것 얘기를 했는데, 캘리포니아로 두 달 동안 첫 가족여행을 간덴다. 첫 도착지는 요세미티로 거기서 캠핑한덴다...그래 그 흙바닥에서 텐트치고 가스버너에 음식해먹는 그런 캠핑. 8개월짜리 아기를 데리고. 탄성과 박수가 터져나올뻔 했는데 간신히 참았어. 봐봐, 남편이 되어먹은집은 8개월 짜리 아기를 데리고도 이렇게 즐겁게 요세미티로 캠핑여행이라는걸 떠날수가 있다.  



이 글 읽는 사람들 생각해봐. 이런 집에서 아이를 와이프가 낳기 싫다거나 망설여 하는데, 한남들과 시집이 가장 자주 시전하는 “그래도 애는 하나 낳아야지”, “내가 아기 생기면 많이 도와줄게” 따위의 대화를 하고 낳았겠어? 문장에 욕이나 강압적인 표현이 안들어가서 그렇지 “그래도 하나 낳아야지”말을 들어야하는 여자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고요하게 강압적인지 생각 해봤어? 레스토랑 가서 친구가 멋대로 제일 비싼 음식 혼자 시켜먹고 너 한입 줬다고 반반하자는것도 빡치는데. 자구 조르고 압박해서 남편놈 한번 믿고 낳아봤더니 여자 신체의 망가짐은 물론이요 상상하지도 못했던 무한시간의 수고와 희생 그리고 그외의 것들을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후려치기 당하면서 요구당하는것.  



특히 애 낳자고 먼저 하는 쪽이 남편/시댁이라는 가정하에 남자들한테 하고싶은 얘기인데, 아기 낳고 이 집 아빠처럼 이렇게 아기랑 와이프가 너무 예뻐서 어쩔줄 몰라할거 아니면, 무조건 와이프가 주말에 애 보면 난 나가서 술한잔, 친구들 만나면 되지라는 생각이 니들 고추길이만큼이라도 있으면, 낳자고 하지말자. 남자가 더 돈을 많이 벌어 온다던지, 일을 더 오래 한다든지 하튼 갖은 이유로 조금이라도 육아를 와이프한테 떠넘기려고 한다면, 낳자고 하지 말어라. 남자가 더 일을 오래해서, 더 돈을 많이 벌어와서 가사/육아를 덜 해야한다 - 구지 따지자면 반박하기 힘들어. 하지만 논리를 떠나 육아를 그렇게 제한적 책임/투자식으로 접근하는 마음가짐이 글렀다는거다. 생각해봐, 아이가 자랄때 퍼부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은 정해진 만큼이 없잖아. “아이를 키우는데 예를 들어 1000 시간이 드니, 와이프가 500시간, 내가 500시간 하면 되겠네” 따위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구. 둘이 부어야 하는것은 무한대 인데, 너는 “이정도” 돕겠다라고 마음을 먹고 나오는것 자체가, 틀리다구, 제대로 육아를 할 작정이라면. 애 하나 낳자고 차 하나 뽑자는듯이 얘기하지마. 내 아이의 태초의 순간부터 자라나는 과정 하나하나에 아버지로서 엄마못지 않게 함께 하고 싶어!! - 정도로 성숙한 태도로 임할 것이 아니라면 정말 낳지 않는게 모두의 안위와 행복을 위한 길이다. 



중세 시대 사람들은 죄인을 잔인한 신체고문으로 다스렸다. 조선왕조때는 왕족친척끼리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으며, 100년전만 해도 미국에서 여자와 흑인은 투표를 할 수 없었다. 5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은 아동인권이라는것을 몰랐고, 20년전만 해도 한국에선 같이사는 애완동물이 애지중지하는 가족의 일부가 아닌 그냥 먹다남은 음식 던져주면 먹는 개 고양이였다. 하지만 알다시피 지금 모든것이 바뀌어 있다. 나는 단지 두개골 모양이 바뀌고 치열이 바뀌는것만이 인류의 진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크다면 큰 작다면 작은 사회적인 변화도 더 나은, 풍요로운 미래의 인류를 창조하는데 기여해 왔고, 어떻게 보면 일종의 진화라고 생각한다. 이 네덜란드인 아빠를 보면서 생각했다. 육아의 한 주축이 되는것을 즐거워하고, 절대적으로 여성의 몫이었던 (뭐 네덜란드라고 200년전부터 아빠들이 육아에 이렇게 적극적이었을리가 없지않은가. 빨리빨리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받아들여온 거지.) 육아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온 이런 사람들이 동시대에 살면서 와이프 독박육아 시키는 인간들보다 좀 더 진화한 인류가 아닐까 하고. 양남 vs한남 이런게 아니다. 백인이든 한남이든 흑인이든, 필요한 변화를 질질 끌어가며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전 세대가 잘못 했던걸 알면서 똑같이 반복하면 도태된 종이라는거다.       


그냥 비행기 타면서 시간나 썰이랍시고 풀어보려했는데 심각해져버렸네 -.-  다 읽었다면 감사해유.

추천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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