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사랑에 서툴어서 였을까,
단순한 헤어짐 그 뿐으로 그치지 못했던 우리는 나날이 서로를 아프게만 했었지.
작은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또 다시 더 커진 오해를 낳고 낳아 지금의 우리가 되었던 거야.
서로에 죽고살고 안달나던 우리는 함께 하는 날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서로의 목만 조르고 있던걸.
당시엔 몰랐지.
네가 말했지, 우린 악연이라고.
그때엔 정말 인정하기 싫었다.
아무리 네가 그렇게 이기적인 행동들로 날 더럽히고 떠났다지만 내게 사랑을 알려준 사람.
그런 사랑했던 첫 사람과 내가 겨우 악연이라니, 상상조차 하기 버거운 단어였지.
헌데 그렇게 기피하던 그 단어가 되려 내 마음의 짐을 덜어줄 줄은 누가 감히 알았을까.
악연惡緣, 그래 우린 악연이였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안다고 자신했었던 우릴 비웃기라도 하듯 운명은 우리를 자꾸만 비틀어놓았고.
서로의 가장 취약점이라 아는 부분들을 끝도 없이 찌르게만 하였다.
아프다, 혼자하는 그 사랑은 아팠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에게 할 수 있는 말이란 모진 것들 뿐인 그 밤이 서글펐다.
다른 사람과 행복해보이는 네 모습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나의 낮은 서러웠다.
반복되지 못하고 엉켜버린 채 끝도없이 낮밤을 거슬러 돌아가는 우리의 수레바퀴가 원망스러웠다.
이제는 모두 놓았다.
실로 오랜만에, 너와 단둘이 이야길 나눴다.
극히 사무적이였다.
그 흔한 감정도 억양도 전해지지 않던 그 텍스트 사이에 긴밀히 흐르는 긴장감을 아직은 놓기 싫다.
이제서야 모두 정리가 된 것이다.
긴 시간 방치해 모두 엉켜버린 실타래, 서로 감히 풀어볼 생각은 못하고 각각 잘라 버려두었다.
이제는, 이제는 더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너는 모두 지웠다. 모두.
이제는 우리 인연의 실이 악연의 고리에 얽힐 일 따위 모두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바라던 끝을 보았다.
너로인해 망가진 내 삶이 아지라이 흘러갈 일도 이젠 전혀 없을 것이다.
이토록 내 마음이 허전한 것은 惡緣이 끝났기 때문일지었다.
필히 그럴 것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