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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폭행 피해자입니다

안녕하세요 |2017.11.16 19:27
조회 347 |추천 0

안녕하세요.

 

우선 저는 향후 저와 같은 2차 피해를 받는 성범죄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경찰관에게서 겪었던 일로 인해 너무 답답하고 힘듭니다.


저는 최근에 강제 추행 및 강간을 당한 피해자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 담당형사라는 분이 전화가 와서 “가해자가 부모님도 안계시고 할머니만 계시는데 합의하는 게 어떠세요? 합의하는 쪽으로 생각을 한 번 해보시면...” 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제가 당황해서 잠시 말을 못잇고 있다가, 싫다고 명백하게 거부했는데도 그 형사님은 마치 가해자의 변호사처럼 저에게 계속 합의를 하는게 어떻겠냐며, “가해자 할머니랑 꼭 통화해보세요” 라고 말하면서 가해자 측의 연락처를 메모하도록 했습니다.

저는 경찰 수사관은 범죄자를 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기관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형사님이 저에게 합의를 종용하시다시피 말씀한 가해자는 저를 얼마 전에 강간한 윗층 남자였습니다.

저는 피해자이지만 국선 변호사도 선임이 되어있습니다. 그런데도 형사님은 직접 저에게 전화해서 제가 알고 싶지 않은 가해자의 사정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도대체 어느 경찰이 강간 당한 피해자에게 가해자 측과 통화해보라고 신신당부를 하나요?

저는 그날 밤부터 경찰이 제 편인건지, 가해자 편인건지 조차 알 수 없었고, 수사를 과연 공정하게 해주는 것인지 역시 의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일과 관련해서 경찰서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예정에 없었던 그리고 제가 원치 않았던 여성청소년계 팀장님과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담 도중에 듣기 거북했던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 팀장님은 말씀을 하시는 도중에 계속 “보는 사람 마음이 불편하니 웃어라”라고 말하셨고, 그 말은 상담이 끝나고 제가 나가는 순간까지도 계속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가해자랑 결혼할 사이도 아니지 않냐, 혹시나 나중에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더라도 절대로 이런 일을 겪었다고 말하지 마라 그러면 남자들은 다 싫어한다, 여자들은 절제가 잘 되지만 남자는 절제가 잘 안된다 등 이런 듣기 싫은 말들을 하셨고 그런 말을 듣는 제 입장에서는 전혀 웃고 싶지도 않았을 뿐더러 왜 그런 말을 들어야 되는지 기분이 매우 불쾌하고 그 자리가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물론 경찰 수사관 분께서 수사하고 고생하시는 점은 저도 알지만, 강간 당한 피해자에게 경찰이 가해자와의 합의를 계속 권하고 피해자가 듣기 불쾌하고 기분 나쁜 말들을 하면 그 피해자는 경찰을 믿을 수 있을까요? 또 경찰의 공정성에 믿음이 갈까요?

경찰이 저에게 한 행동 그 자체가 이미 가해자들의 범죄를 통해 만신창이가 된 저에게 2차 피해였고, 또 한 번의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피해자한테 그런 말과 행동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고, 안그래도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경찰들의 태도로 인해 더 힘듭니다.

 

다시한번 향후 저와 같은 받지않아도 되고 받을 필요도 없는 2차 피해를 받는 성범죄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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