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고 하거나 네가 무언가 먹고싶다고 하면 항상 선물을 보내주는 건 나였다. 네게 좋은 추억 하나라도 더 만들어주겠다면서 없는 손재주로 뭐라도 더 만들어보겠답시고 설치기도 했다. 네가 전화하고 싶다고 했을 때, 혹은 보고싶다는 문자가 왔을 때, 나는 내가 게임을 하고 있어도 수업 중이라도 설령 대회에 나가서 지금 연락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어도 잠시나마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너랑 대화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서 휴대폰을 붙들고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어서 너와 연락을 했다. 커플 폰케이스를 낮추자고 했을 때 바로 결제했던 나와 달리 너는 끝끝내 몇달이 지나도 사지 않았다. 너와 함께 뚫기로 했던 피어싱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네가 생각나는 추억들로 가득한데, 너에게는 나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네가 원했던 건 이런 것이었을까.
네 집안사정을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서운한 게 있어도 말하지 않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그럴 여유가 없었겠지 라고 생각하며 넘긴 것이 한두번도 아니었다. 나는 너에게로부터 손편지도 한 번 받아본 적도 없다. 그러다 아주 간혹 너에게로부터 기프티콘 같은 작은 선물을 받기도 했다. 사실 네가 나를 위해서 돈을 썼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뻤다. 네 상황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너에게 해준 만큼 너에게 돌려받고 싶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더더욱 나는 네 마음이 식어가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되었다.
나는 네가 힘들거나 아플 때 먼저 연락을 하곤 했다. 간혹 네가 아프다고 문자가 왔을 땐 걱정되는 마음도 컸지만, 이렇게 내게 아프다고 투정부리는 네가 귀여워서 더더욱 좋았다. 춥다고 해서 수면바지도 사고, 감기에 자주 걸리는 너라서 감기약과 수면양말도 샀지만 결국 너에게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너는 내가 아프거나 무슨 일이 있었을 때 먼저 물어본 적이 없었다. 있었다고 해도, 내 기억에는 없다. 나처럼 자주는 아니었지 않을까. 너의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결국은 내가 너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너는 그 전화를 받아주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문자를 보냈을 때 돌아오는 답장의 텀은 길어졌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결국 내가 한창 바빠서 너에게 연락 한 번 하지 못하게 되자, 너는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며 이별 아닌 이별 통보를 했었다. 나는 네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너를 챙겨주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직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며 다시 사귀면 안되겠냐는 너의 문자를 받았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좋아서 울 뻔 했었다. 나는 아직 네가 좋았고,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이 더더욱 기뻤다. 하지만 결국 너는 또다시 내게 이별통보를 했고, 이번에는 우리 사이에 더 이상 다음이란 없었다. 헤어지게 된 이유가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네 건강상의 이유로 헤어졌다는 말을 믿고 싶었다. 믿으려고 했다. 하지만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아직도 너에게 처음 고백했을 때의 그 떨림과, 며칠 후 너도 나를 좋아한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의 그 설렘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네 목소리가 그립고, 너에게로부터 듣는 사랑해라는 말이 그립다. 네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 목소리도 그립다.
헤어지고 나서 우연히 전화를 하게 될 일이 있어서 전화를 했었을 때, 무미건조한 네 목소리가 그렇게 상처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너를 잊지 못했는데, 아무렇지 않아보이는 너를 보고 있으면 더이상 나에 대한 미련이 없는 듯 해서 더더욱 죄책감만 들더라. 나는 아직, 우리의 300일을 기념하며 만들고 있던 다이어리를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 내 휴대폰에 애칭으로 저장되어 있는 너의 이름을 바꾸지 못했다.
좋아했다. 과거형이니 이제는 아니다. 너에 대한 모든 기억은 소중하게 접어서 마음 속 깊은 곳에 고이 묻어두려고 한다. 나중에, 보더라도 눈물이 나지 않을 때 즈음 좋았던 추억들을 회상할 때 꺼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내일, 그 다이어리를 버리면서 너에게 남은 나의 미련도 버릴 것이다.
우리가 계속 사귀고 있었다면 어제가 바로 1주년이 되던 날이었어. 알아? 시간 참 빠르다, 그치.
2016년 11월 19일, 너와 내가 처음 사귀기 시작했던 날.
그리고 2017년 9월 16일, 너와 내가 헤어진 날.
302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함께해줘서 고마웠어. 갑자기
생각나서 주저리주저리 쓰다보니 말이 꽤 이상해졌지만, 이제는 미련 버릴게. 잘 가라, 예쁘고 예뻤던 나의 전여친아.